챗GPT에 붙은 '플러그인', 세계 AI 서비스 생태계 바꿀까
사용자 '행동' 전환해 '검색 독점' 구글 아성 흔들까…챗GPT 종속 심화 우려도
(서울=연합뉴스) 임성호 기자 = 인공지능(AI) 챗봇 챗GPT가 최저가 항공권을 예매해 주고, 2년 전 정보가 아닌 최신 소식도 술술 읊는다.
챗GPT 출시 약 넉 달만인 지난달 말 외부 정보와 서비스를 불러와 사용할 수 있는 '플러그인'(plugin) 기능이 추가되면서 AI 기업을 비롯한 정보기술(IT) 서비스 플랫폼 시장에 미칠 영향이 주목된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플러그인 기능이 각 사 서비스의 세계적 인지도를 높일 수 있다는 기대와 함께, 챗GPT 의존도가 더 높아져 기술·데이터 종속 문제가 빚어진다는 우려가 동시에 나온다.
챗GPT 플러그인은 챗GPT 안에 외부 서비스를 모아 기능을 높이는 일종의 추가 확장 소프트웨어를 지칭한다. 마치 콘센트에 꽂고 뺄 수 있는 플러그처럼 부가 기능을 제공한다는 의미에서 플러그인이라고 부른다.
챗GPT가 2021년 9월 이전 상황 관련 정보만 답할 수 있는 것과 달리, 최신 정보 검색이 가능한 자체 '웹 브라우저' 플러그인을 적용한 챗GPT는 실시간 검색을 통해 훨씬 방대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 개발사 오픈AI 설명에 따르면 "너무 최신의 정보는 물론, 개인적이거나 구체적인 정보"에도 접근할 수 있다.
오픈AI가 챗GPT에 우선 제공하는 플러그인은 11가지다. 국내에도 알려진 익스피디아(호텔·항공권 예약), 스픽(언어 교육)을 비롯해 오픈테이블(식당 예약), 인스타카트(식료품 배송), 피스컬노트(글로벌 정책·법안 정보), 마일로 패밀리 AI(가족돌봄) 등 다양한 분야의 서비스가 포함됐다.
예를 들어 익스피디아 플러그인이 적용된 챗GPT는 "4월 28일부터 5월 1일까지 일본 여행 갈 건데, 최저가 항공권으로 2명 왕복 예약해 줘"라는 요청에 응해 실제로 예매를 마칠 수 있다.
플러그인은 현재 '챗GPT 플러그인 스토어'에서 설치할 수 있다. 일각에서는 이를 'AI 업계의 앱스토어'라고 본다. 애플이 앱스토어를 내놓으며 누구나 앱을 자유롭게 사고팔 수 있도록 하면서 모바일 생태계의 혁신이라는 평가를 받은 것처럼 오픈AI가 AI 생태계 저변을 넓힐 수 있다는 시각이다.
그런데 챗GPT 플러그인은 서비스를 내재화하는 특성상 플랫폼 기능을 하는 앱스토어보다도 더 큰 영향을 발휘할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AI 자연어 인지검색 솔루션 기업 올거나이즈의 신기빈 최고인공지능책임자(CAIO)는 "앱스토어는 그 자체가 목적지가 아니라 앱을 찾아 설치할 때 잠깐 들르는 경유지"라면서 "플러그인은 검색, 발견, 여행 계획, 식당 예약, 선물 쇼핑, 초안, 연구 등 거의 모든 활동을 위한 단 하나의 목적지가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신 CAIO는 "앱스토어는 기능을 찾고 다운로드하는 곳이지만, 챗GPT 플러그인은 기능을 다 흡수한다"면서 "플랫폼으로서의 제품, 또는 제품으로서의 플랫폼이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런 플러그인을 통해 오픈AI가 기존과 획기적으로 다른 광고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해 구글이 독점해 온 광고 시장에 칼날을 겨눌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스탯카운터에 따르면 구글은 지난달 기준 세계 검색의 약 93%를 차지하고 있다. 수십억 명이 특정 도시의 호텔과 식당·카페, 흥미로운 소식 등을 검색하며 구글에 알려주는 셈이다.
구글은 이렇게 검색을 통해 수집한 사용자의 '의도'를 광고주에게 판매해 엄청난 이익을 거둔다. 지난해에는 2천828억 달러(약 373조 원)의 수익을 냈다.
챗GPT 플러그인은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사용자의 의도를 '행동'으로 전환해서 팔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신 CAIO는 "플러그인을 통해 여행이나 식당 예약 등에서 개인의 시간과 비용에 최적화된 선택지를 내놓을 수 있을 뿐 아니라 그걸 챗GPT 안에서 바로 실행까지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라면서 "흥미로운 새 비즈니스 모델의 세계가 펼쳐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오픈AI는 추가로 플러그인 등록을 원하는 기업을 대상으로 대기 명단을 받고 있는데, 올거나이즈를 비롯해 대화형 AI 전문기업 스켈터랩스, 여행 기업 마이리얼트립 등도 명단에 이름을 올린 것으로 전해졌다.
자사 서비스가 챗GPT에 탑재되면 세계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고 오픈AI와의 파트너십 구축을 통한 사업 개발 지원 등을 받을 것으로 신청 기업들은 기대한다. 신 CAIO는 "업무용 AI 솔루션 '알리GPT' 사용 문턱을 낮추고 세계 잠재 고객에게 빠르게 다가갈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다만 업계 일각에선 챗GPT 플러그인을 통해 이미 세계적으로 높아지는 챗GPT 의존도가 더욱 심각한 수위로 오를 것으로 우려한다. 기업들이 초기에는 간편하게 고객을 모으더라도 장기적으로는 오픈AI 기술과 서비스에 종속될 것으로 경계한다.
이는 자체 초거대 AI 모델 '하이퍼클로바X'를 통해 AI 생태계를 구축하려는 네이버와 역시 AI 생태계 활성화를 주요 전략으로 삼은 카카오 등의 국내 IT 기업이 긴장하는 지점이다.
네이버는 오는 7월로 예고한 하이퍼클로바X 공개를 준비 중이고, 카카오 AI 자회사 카카오브레인도 스타트업들과 협업해 이미지 생성 AI '칼로' 상용화 작업을 진행 중이다. 두 회사를 비롯해 자체 초거대 AI를 보유한 SK텔레콤과 KT, LG그룹 등의 시계가 더욱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오픈AI가 마이크로소프트 등의 지원으로 막대한 챗GPT 구동 비용을 감내하며 플러그인을 통한 사용자 확보에 사활을 기울인다면 우리 기업은 물론 구글도 서비스의 양과 질에서 밀릴 수 있다"면서도 "다른 기업들이 경쟁이 가능한 수준까지 기술 수준을 높인다면 기업과 개인의 선택지가 넓어지는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예측했다.
s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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