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잡으려다 ‘누누티비’까지 등장… 적자폭 껑충 뛴 토종 OTT
티빙, 지난해 손실 1192억원까지 늘어
웨이브, 지난해 적자폭 1216억원으로 확대
글로벌 업체와 경쟁하려면 콘텐츠 제작비 계속 증가할 듯
티빙, 웨이브 등 토종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들이 수익성을 확보하지 못한 채 제작 원가가 늘어 적자폭이 확대되고 있다. 지난해에는 ‘누누티비’ 같은 불법 스트리밍 업체들까지 판치면서 토종 OTT 업체들의 수익성이 더 악화된 것으로 보인다. 실적 반등을 이끌 대작으로 꼽히는 콘텐츠도 요원한 상황이어서 적자가 장기간 이어질 전망이다.
1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티빙과 웨이브는 지난해 각각 영업손실 1191억원과 1216억원을 기록했다. 두 회사는 최근 3년 연속 적자폭이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티빙은 2020년 영업손실이 61억원에서 2021년에는 762억원으로 증가했다. 티빙은 2020년 CJ ENM에서 물적분할된 뒤 KT와 협력해 ‘시즌’을 인수하며 토종 OTT로썬 가장 큰 업체로 몸집을 키웠다. 웨이브는 지상파 3사와 SK텔레콤이 같이 만들었다. 영업손실은 2020년 169억원에서 2021년 558억원으로 늘었다. 두 회사 모두 매해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같은 기간 매출도 늘었다. 티빙은 지난해 매출 2476억원으로 전년(1315억원) 대비 두 배 가까이 증가했고, 웨이브는 지난해 매출 2735억원으로 전년(2301억원) 대비 18.9% 늘었다.
토종 OTT들의 적자폭이 확대된 것은 넷플릭스의 독주를 따라잡기 위해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을 앞다퉈 시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제작비 투입 규모가 급증했고, 실적 부담으로 이어졌다. 콘텐츠 사용원가를 보면 티빙은 2021년 707억원에서 2022년 1169억원으로, 웨이브는 같은 기간 1452억원에서 2111억원으로 증가했다. 콘텐츠 사용원가는 제작·수급 등에 쓴 비용이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가 엔데믹(감염병의 풍토병화)으로 접어들며 야외활동이 늘어난 반면, 구독자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업체들 간 콘텐츠 제작 경쟁이 치열해졌다”며 “수백억원 이상을 들인 초대형 작품이 잇따라 만들어지고 있는데 배우 출연료, 제작진 인건비까지 올랐다”라고 했다.
지난해 국내 OTT 시장 점유율을 살펴보면 넷플릭스가 47%로 부동의 1위다. 이어 웨이브가 19%, 티빙 14%, 시즌 8%, 왓챠 6% 등이다. 작년 말 티빙이 시즌을 합병하면서 웨이브보다는 점유율이 높아졌지만, 두 회사의 점유율을 합해도 넷플릭스와 비교하면 격차가 크다. 이 같은 상황에서 두 업체간 출혈 경쟁까지 이어지고 있다. 예컨대 지난해 티빙은 독립법인 출범 2주년을 기념해 연간 이용권을 41% 할인했고, 웨이브도 1년 구독 시 5개월을 할인해 주는 이벤트를 진행했다. 티빙의 광고선전비는 2021년 181억원에서 지난해 220억원으로 21.5% 늘었다. 다만 웨이브는 같은 기간 광고선전비가 비슷한 수준으로 유지됐다.
누누티비 같은 불법 스트리밍 업체의 등장도 손실 확대에 영향을 미쳤다. 정부가 올해 들어 적극적으로 나서 불법 업체들을 단속하자 지난달 OTT앱 신규 다운로드 수는 전부 두 자리수로 증가했다. 빅데이터 전문기업 TDI에 따르면 2월 대비 지난달 모바일 앱 설치 수 증감률은 넷플릭스 13.5%, 웨이브 10%, 티빙 11%, 쿠팡플레이 11.9%, 디즈니플러스 24.5%로 집계됐다.
문제는 적자폭이 커지는 상황을 당분간 피할 수 없다는 점이다. OTT의 경쟁력은 곧 콘텐츠의 경쟁력인 만큼, 글로벌 OTT와 경쟁하기 위해서는 콘텐츠 투자를 줄일 수 없기 때문이다. CJ ENM은 티빙을 분할해 독립법인으로 출범시킨 직후, 2021년부터 2023년까지 4000억원의 제작비를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웨이브도 2025년까지 콘텐츠 제작에 1조원을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투자비는 증가하는 상황에서 당장 실적 전환을 이끌 ‘킬러 콘텐츠’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도 문제다.
이에 토종 OTT 업체들이 해외 진출을 본격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웨이브는 작년 12월 K콘텐츠 플랫폼 ‘코코와’를 인수하고 오리지널 콘텐츠를 앞세워 미주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외 기업들과 협력 가능성을 열어두고, 철저한 현지화 전략으로 해외 가입자들을 공략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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