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피싱 결합에 골드바로 '돈세탁'…진화하는 범죄, 수사력 '시험대'

송상현 기자 2023. 4. 1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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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희근 청장 취임 후 약속 1호 악성사기·2호 마약 제시
"총력 대응"…보이스피싱 통합센터 여러 차례 의지
윤희근 경찰청장. 2023.3.27/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서울=뉴스1) 송상현 기자 = 윤희근 경찰청장이 국민 체감 약속 1·2호로 내세운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와 마약범죄가 갈수록 진화하면서 경찰의 대응 역량이 시험대에 올랐다. 특히 마약범죄와 보이스피싱이 결합하는가 하면 보이스피싱 수익금 세탁에 골드바까지 동원되는 등 범죄의 양상이 갈수록 진화하는 모습이다.

◇마약+보이스피싱 결합까지…윤 청장 강력 대응의지 나타냈지만

11일 경찰에 따르면 윤 청장은 지난해 취임 이후 1호 약속으로 보이스피싱 등 악성사기 근절을, 2호 약속으로 마약범죄 척결을 제시했다. 이후 관련 범죄에 대한 특별승진 등 포상을 대규모로 배정하면서 강력한 대응 의지를 나타냈다. 윤 청장은 우수사례에 대해선 여러 차례 지역 시도관서를 찾아가 직접 격려하기도 했다.

하지만 관련 범죄는 계속해서 진화하는 모습이다. 특히 최근 서울 강남구 일대에서 발생한 마약 음료수 사건이 마약 범죄와 보이스 피싱이 결합한 신종 마약 피싱 범죄일 가능성이 커지면서 사회적 충격을 준 상황이다.

지난 2~3일 서울 강남구청역과 대치역 인근 고등학생에게 시음 행사를 열고 마약 성분이 포함된 음료를 나눠준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이후 용의자들은 학생들로부터 학부모 연락처를 받아 자녀의 마약 복용 사실을 신고하겠다고 협박하고 금품까지 요구했다.

결국 현장에서 음료수를 나눠준 4명이 검거됐고, 중국 '상선'으로부터 지시받고 마약 음료를 제조해 이들에게 전달한 길씨와 중계기를 이용해 협박 전화의 번호를 변작한 김씨도 연이어 붙잡혔다. 경찰은 길씨에게 마약 음료 빈 병과 판촉물 등을 중국에서 보낸 한국 국적 20대 이모씨 신원을 파악하고 신병 확보에 나섰다.

경찰은 이번 사건이 '신종 피싱'일 것으로 보고 이례적으로 마약범죄수사대뿐 아니라 금융범죄수사대까지 수사에 투입했다.

윤 청장 역시 최근 국장급 회의를 소집하고 "미래가 안전한 나라는 마약범죄 척결에서 시작한다"며 마약범죄 척결을 위해 '갑호비상'에 준하는 의지와 자세로 경찰역량을 총집결해 전 기능이 총력을 다해 대응해 달라고 주문했다.

마약 음료.(서울 강남경찰서 제공)

◇골드바 돈세탁 보이스피싱까지 …올 6월 통합 신고센터 성과나올까

보이스피싱 역시 범죄 수익금을 골드바(금괴)로 바꿔 돈세탁하는 신종 수법이 등장하는 등 어디로 튈지 가늠하기 힘든 상황이다.

전날 서울 강북경찰서는 전날 저금리 대환대출을 미끼로 금융사기를 일삼은 국내 환전 총책 A씨 등 3명을 구속 상태로 검찰에 넘기고, 나머지 조직원 9명을 불구속 송치했다.

이들은 해외 콜센터의 지시를 받아 국내에 상주하면서 보이스피싱을 통해 갈취한 돈을 4차에 걸쳐 세탁해 해외로 송금한 혐의 등을 받는다. 이들 일당은 △피해금으로 골드바 매입 △골드바 수거 및 현금환전 △현금 수거 및 전달 △해외 송금 등 4단계로 나눠 역할을 분담한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 보이스피싱으로 취득한 범죄 수익금 세탁은 여러 계좌로 분산해 해외로 빼돌리거나 암호화폐나 대포통장을 활용하는 방식도 많이 쓰인다. 하지만 이런 수법을 이용하다가 붙잡히는 경우가 늘어나자 골드바 매입 등 현물을 취득하는 방식으로 나아간 것이다.

이에 따라 윤희근 청장이 여러 차례 의지를 나타낸 '전기통신금융사기 통합 신고·대응센터' 설립이 성과를 낼 수 있을지 관심도 모인다.

이 센터는 보이스피싱과 관련한 범정부 통합 대응 체계를 구축하기 위한 것으로 금융감독원, 한국인터넷진흥원(KISA) 등으로 흩어진 신고와 상담 창구를 일원화하는 게 핵심이다. 경찰은 이 센터를 6월부터 운영하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윤 청장 역시 센터 설립과 관련해 지난 2월 민당정 협의회에서 "보이스피싱은 통신 금융기술을 악용해 수법이 계속 진화하는 만큼 해외 소재한 몸통 조직을 와해하지 않으면 피해가 언제든 증가할 수 있다"며 우려를 나타낸 바 있다. 이어 "보이스피싱에 더욱 신속하고 전문적으로 대응하도록 통합신고대응센터 설치와 통신사기피해 환급법의 개정이 조속히 이뤄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경찰은 윤 청장이 마약과 보이스피싱 범죄 척결에 대해 강력한 의지는 물론 적극적인 보상책도 내놓은 만큼 긍정적인 성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정부 기관들이 마약이나 보이스피싱 등에서 성과 경쟁을 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윤 청장이 단순히 의지만 천명한 것이 아니라 적극적인 포상도 제시한 만큼 수사관들의 의지는 어느때보다 강하다"고 말했다.

songss@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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