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 도로 건너다 사망한 2명 중 1명이 노인이래요"...사방이 노인교통사고 사각지대
이정화 2023. 4. 11. 06:00
[파이낸셜뉴스] 교통사고로 사망한 보행자 2명 중 1명은 65세 이상 고령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노인보호구역 등 고령자 교통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다양한 제도가 도입됐지만, 고령자의 교통사고 사망률 증가추세가 꺾이지 않고 있다. 여전히 보행자 사망사고에서 고령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줄지 않지 않으면서 노인보호구역 지정 등을 포함한 관련 제도의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런 가운데 교통약자 보호구역에 대한 실태조사 의무화를 골자로 한 도로교통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고령자 교통사고 예방에 효과를 거둘 수 있을 지 귀추가 주목된다.
교통사고 사망 보행자 2명 중 1명 '고령자'
11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병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도로교통공단 등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2017년부터 2021년까지 발생한 보행자 사망 사고에서 65세 이상이 차지하는 비중은 갈수록 늘고 있다. 2017년 54.08%였던 비중은 2018년 56.62%, 2018년 57.06%, 2020년 57.45%, 2021년 59.03%로 증가 추세다. 전체 보행사망자 수는 같은 기간 1675명에서 1018명으로 줄어들었는데, 65세 이상 고령자 비중은 오히려 늘고 있는 것이다.
고령자 보행 사망사고는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2월 말 서울 관악구 봉천동 삼거리에서 승용차를 몰고 우회전하던 중 횡단보도를 건너던 80대 노인이 차에 치여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지난해 1월에는 충북 청주의 한 노인보호구역에서 길을 건너던 70대가 차에 치여 목숨을 잃었다.
반응속도가 느려 사고 위험에 노출되기 쉬운 고령자를 보호하기 위해 노인보호구역 제도가 도입됐지만, 실효성이 크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노인보호구역은 고령자의 보행 사고가 증가하면서 2008년 도입된 교통약자 보호 제도로, '실버존'(Silver Zone)으로도 불린다. 노인보호구역으로 지정되면 차량 속도가 제한되고 스쿨존처럼 주정차도 금지된다. 지자체에는 노인보호구역을 알리는 표지판이나 노인들의 보행을 위한 안전시설 설치 및 단속 의무도 부과된다. 지자체는 도로교통법상 노인복지시설, 자연공원, 도시공원, 생활체육시설 등을 노인보호구역으로 지정할 수 있다. 한 차례 법이 개정되면서 시설뿐 아니라 '장소'도 노인보호구역으로 지정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노인보호구역으로 지정된 곳은 턱없이 적다. 지난해 말 기준 서울시에서 노인보호구역으로 지정할 수 있는 시설은 5555개지만, 이 중 3.5%에 불과한 178곳만 지정된 상태다. 전국으로 범위를 넓혀도 노인보호구역은 지난해 말 기준 3194곳에 불과하다. 어린이보호구역은 1만6441곳으로 지정비율이 80%가 넘는다는 점을 고려하면 노인보호구역 지정이 소극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노인보호구역 실태조사 의무화..."교통 약자 실질 보호"
이런 가운데 어린이, 노인 보호구역 등 취약 지구에 대한 연 1회 교통 대책 실태조사 의무화 골자로한 도로교통법 개정안 최근 국회를 통과했다. 개정안은 고령자를 비롯한 교통약자 보호구역 운영의 실효성을 높이는 내용이 골자다. 교통약자 보호구역의 교통환경에 대한 실태조사를 연 1회 이상 실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실태조사 결과는 보호구역의 지정과 해제, 관리에 반영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소 의원은 "단순히 시설과 장소를 중심으로 그 주변을 보호구역으로 지정해 관리하는 현행 제도는 보호구역에 설치된 교통안전시설 등이 노후화된 경우에도 보수 및 교체가 제대로 되지 않는 경우가 발생하는 등 문제가 많았다"며 "해당 개정안을 통해 교통약자 보호구역 실태조사를 정기적으로 실시하고 그 결과를 반영함으로써 어린이, 노인, 장애인 등 교통약자들의 실질적으로 보호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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