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D의 마운드 모험은 정답? 기대 이상으로 시작한 루고[슬로우볼]
[뉴스엔 안형준 기자]
신의 한 수가 될까. 루고가 기대를 확실히 넘어서는 활약을 펼치고 있다.
샌디에이고 파드레스는 지난 겨울을 아주 적극적으로 보냈다. 김하성과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를 이미 보유하고 있음에도 FA 시장에서 '특급 유격수' 잰더 보가츠와 11년 2억8,000만 달러 대형 계약을 맺었다. 내야수 맷 카펜터, 루그너드 오도어, 외야수 넬슨 크루즈, 애덤 엔글, 데이빗 달도 크고작은 계약으로 품었다.
여기에 36세 노장 다르빗슈와 6년 1억800만 달러 연장계약을 맺었고 옵트아웃이 가까워진 매니 마차도와도 11년 3억5,000만 달러 초대형 연장계약을 체결하며 '집토끼' 단속도 미리 실시했다. 지난해 리그 챔피언십시리즈까지 경험한 샌디에이고는 하나 남은 '더 높은 라운드'인 월드시리즈 무대를 위해 총력을 기울이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의외로 마운드 보강은 소극적이었다. 지난해 선발진을 지켰던 션 마네아, 마이크 클레빈저, 맥켄지 고어가 팀을 떠난 상황에서 샌디에이고는 불펜이었던 닉 마르티네즈를 선발로 전환시켰고 두 명의 투수를 영입했다. 4년 2,600만 달러가 보장되는 계약을 맺은 마이클 와카와 2년 1,500만 달러 계약으로 품은 세스 루고였다.
더 의외의 선택은 루고였다. 와카는 비록 '내구성'에 흠이 있지만 빅리그 10년 커리어를 선발투수로 보낸 선수. 부상만 없다면 로테이션 하위 순번을 맡기기에 부족함이 없는 선수다. 하지만 루고는 마지막 풀타임 선발 시즌이 2017년인 불펜 투수였다. 물론 임시 선발과 롱릴리프 역할을 맡으며 일반적인 불펜투수들보다는 많은 이닝을 소화했지만 2018-2022시즌 5년간 소화한 이닝이 329.1이닝 뿐인 투수였다.
2011년 신인드래프트 34라운드에서 뉴욕 메츠에 지명돼 2016년 데뷔한 루고는 메츠에서 7년 동안 275경기에 등판해(38GS) 494.2이닝을 투구했고 32승 24패 62홀드 16세이브, 평균자책점 3.48을 기록했다. 통산 선발투수로는 4.35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했지만 불펜으로는 237경기에서 2.91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한 꽤 안정적인 불펜투수였다. 33세라는 나이는 약점이었지만 불펜투수는 상대적으로 나이의 압박에서 자유롭다는 점을 감안할 때 충분히 여러 팀의 러브콜을 받을 수 있는 투수였다.
하지만 루고는 FA 자격을 얻으며 선발 복귀를 원했고 일부 팀들만이 루고에게 관심을 보였다. 샌디에이고는 그리 치열하지 않은 영입 경쟁을 거쳐 루고를 크지 않은 규모의 계약으로 품었다. 루고는 2년 동안 연 750만 달러씩을 받고 올시즌 종료 후 다시 FA 시장으로 향할 수도 있다.
에이스 다르빗슈는 노쇠화를 맞이해도 이상하지 않을 나이가 됐고 컨디션의 '널뛰기'가 심각한 블레이크 스넬은 꾸준히 신뢰를 보내기 어려운 투수다. 사실상 큰 변수 없이 믿을만한 투수가 조 머스그로브 한 명 뿐인 상황에서 샌디에이고는 선발진을 모험에 가까운 선택으로 꾸렸다. 특히 루고는 선발진의 가장 큰 변수였다.
개막 2주차 일정이 한창인 현재, 샌디에이고의 모험은 성공에 가까워보인다. 물론 시즌은 이제 시작했지만 시즌 초반 루고의 활약은 괄목할만하다.
루고는 시즌 2경기에 선발등판해 13이닝을 투구하며 2승, 평균자책점 1.38을 기록했다. 2경기에서 단 2점만을 허용했고 등판한 경기에서 모두 승리를 따냈다. 볼넷 4개를 허용하는 동안 탈삼진 12개를 기록해 제구력에도 큰 문제는 없었다. 두 경기에서 모두 6이닝 이상을 투구했다.
멀티이닝을 투구할 수 있는 선수였지만 5년을 불펜으로 뛴 루고에게 붙는 가장 큰 물음표는 역시 이닝 소화력이었다. 하지만 루고는 첫 등판에서 7이닝, 두 번째 등판에서 6이닝을 소화하며 2경기 연속 퀄리티스타트를 달성했고 안정적으로 등판을 마쳤다. 비록 첫 등판에서 없었던 볼넷 허용이 두 번째 등판에서 크게 늘어났지만 실점은 최소화했다. 4월 10일(한국시간)까지 올시즌 두 번 이상 선발 마운드에 오른 126명의 투수 중 루고보다 많은 이닝을 던진 선수는 지난해 내셔널리그 사이영상 수상자인 '특급 이닝이터' 샌디 알칸타라(MIA) 뿐이다.
체력 안배 탓에 불펜으로 짧은 이닝을 던질 때보다 평균 구속은 조금 줄어들었지만 불펜에서도 원래 다양한 구종을 구사하던 투수인 만큼 경기 운영에는 문제를 보이지 않았다. 머스그로브가 부상으로 개막 로스터 합류가 무산된 샌디에이고에서 루고는 현재 사실상의 에이스와 같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
물론 시즌은 길다. 이제 겨우 2경기를 치렀고 체력 문제는 시즌이 오래 진행될수록 나타나는 것이다. 올시즌 초반 선수들의 성적이 극과 극으로 갈리는 상황에서 루고는 그저 초반 컨디션이 좋았을 뿐일 수도 있다. 이제 막 시작된 시즌은 아직 5개월의 대장정이 고스란히 남아있고 남은 기간 어떤 일이 일어날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래도 초반 활약은 샌디에이고가 선택한 모험이 '정답'일 수도 있다는 희망을 품게 하고 있다. 과연 루고가 올시즌 높을 곳을 바라보는 샌디에이고의 마운드 키로 자리매김할지 주목된다.(자료사진=세스 루고)
뉴스엔 안형준 markaj@
사진=ⓒ GettyImages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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