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단보도 건너고 계단도 척척"…현대차 사내벤처의 배송로봇[미래on]
근거리 음식 배달은 물론 택배 물건 분류·야간 순찰·관광 안내까지 가능
[편집자주] 기술·사회·산업·문화 전반의 변화가 가속화하고 있다. 산업·문화 혁신과 사회·인구 구조 변화 등 여러 요인이 유기적으로 맞물린 현상이다. 다가오는 시대에 성공적으로 대처하려면 현재를 진단하고 미래를 가늠해 보는 지혜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뉴스1은 세상 곳곳에서 감지되는 변화를 살펴보고 어떤 식으로 바뀌는지 '미래on'을 통해 다각도로 살펴본다.
(화성=뉴스1) 윤다혜 기자 = "고놈 참 똘똘하네."
현대차그룹의 사내벤처로 출발한 스타트업 '모빈'의 자율주행 배송로봇 M3를 지켜본 시민들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근거리 배송로봇은 높은 계단과 언덕도 척척 올라갔고, 보행자와 거리가 가까워지면 스스로 주행을 중단해 충돌을 피하기도 했다.
지난 6일 경기 화성시 현대자동차 남양연구소 인근에서 모빈의 배송로봇 M3를 보자마자 든 느낌은 '귀엽다'였다. 깔끔한 사각형 형태에 크지 않은 사이즈, 머리띠를 쓴 것 같은 감지센서까지 친근함을 주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곧 '반전매력'을 뽐냈다. 배송 시범이 시작되자 장애물 극복에 최적화된 바퀴로 높은 계단을 순식간에 올랐다. 내려오는 데도 막힘이 없었다. 언덕도 손쉽게 통과했다. 모빈의 연구 데이터와 금호타이어의 기술력이 결합된 바퀴 덕에 가능한 일이었다. 계단 같은 경사지를 지날 때도 짐칸의 각도는 수평으로 유지해 배송 중인 물건이 굴러다닐 일이 없게 했다.
용맹함을 자랑하던 M3 앞에 횡단보도가 나타났다. 걱정도 잠시, 자체 감지센서를 통해 빨간불·초록불을 인식하는 M3는 신호에 맞춰 무사히 횡단보도를 건넜다. 보행자와의 거리가 일정 수준 이상으로 가까워지면 스스로 주행을 멈췄다. 나무와 가로수 등 장애물을 만났을 때도 문제가 없었다.
근접 장애물·사물 인식 센서가 M3의 질주본능을 억제해줬다. 물론 주행 속도가 빠른 것은 아니다. 규제 탓에 보통 사람들의 평균 보행 속도인 시속 4.8㎞를 초과할 수 없다.
고객들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M3가 도착했다는 알림을 받게 된다. 물품 수령을 선택하면 M3는 주문한 물건을 전달한 뒤, 고객이 수령 완료를 누르면 다시 가게로 돌아간다. 라이다센서와 카메라를 활용해 주·야간 자율주행이 가능해 M3는 밤낮없이 배송 작업을 반복한다.
저렴한 배달비용이 가능해지고, 배달원과 마주칠 일이 아예 사라지는 진정한 비대면 배송의 완성이기도 하다. 택배 물류센터에서 일하게 된다면 카메라와 센서로 물류 도착지를 감지한 뒤 지정된 위치로 전달하는 분류작업에 투입될 수도 있다. 향후 로봇에 팔 부분이 추가된다면 상·하차 작업도 가능하다.
모빈의 최진 대표는 "모빈 배송로봇의 장점은 공간과 시간의 제약이 없으면서도 저렴하다는 것"이라며 "배달로봇이 상용화된다면 '배달비 1000원' 시대가 올 수 있다"고 자신했다.
M3의 용맹함은 순찰에도 적합하다. 수시로 순찰이 필요한 학교와 공항 등에 투입된다면 시간 제약이 없는 로봇의 장점을 십분 발휘할 수 있다. 순찰 모습은 카메라로 모두 기록되기 때문에 관리도 용이하다.
관광 명소에 배치돼 '안내 로봇' 역할도 가능하다. 현재 공항이나 전시장 등에서 볼 수 있는 안내 로봇이 평지만 이동 가능한 제약이 있는 반면 M3는 계단 등 웬만한 지형지물은 극복하는 자율주행이 가능해, 관광객이 M3와 연동된 앱에 가고 싶은 장소를 입력하면 1대1 길안내를 받을 수도 있다.
최 대표는 "모빈의 로봇은 향후 배송뿐 아니라 순찰, 택배 물류 등에도 사용될 것"이라며 "보안전문업체, 물류업체 등과 로봇 도입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모빈은 현대차 사내 스타트업으로 출발한 뒤 지난해 12월 사업성을 인정받아 분사했다. 자동차를 넘어 '모빌리티' 기업을 지향하는 현대차그룹은 특히 로봇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 2020년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취임 후 첫 인수·합병으로 세계적인 로봇 기술을 보유한 미국의 보스턴다이내믹스를 인수한 것이 상징적이다. 정 회장은 지난주 '2023 서울모빌리티쇼'를 찾았다가 보스턴다이내믹스 경쟁사인 고스트로보틱스 부스에서 4족보행 로봇 '비전 60'을 한참 살펴보고 질문을 던지는 등 깊은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
다만 모빈의 배송로봇이 우리 곁으로 다가오기까지는 아직 넘어야 할 산들이 있다. 현행 도로교통법상 로봇은 인도를 다닐 수 없고, 카메라로 길과 장애물 등을 인식해야 하는 배송로봇이지만 개인정보보호법상 촬영에 일정한 제약이 따른다.
최 대표는 "현재 정부에서 규제완화를 위해 적극 노력하고 있기 때문에 곧 관련 조치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모빈은 올해 M3의 시범 배송서비스를 통해 검증에 주력하면서 이르면 내년 상용화를 계획하고 있다.
dahye18@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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