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훈 호소 “전 아침엔 ‘진보’ 저녁엔 ‘보수’, 침묵하는 다수 대표하려 노력했지만…”

권준영 2023. 4. 11. 0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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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년 만에 열린 국회서 열린 전원위원회에서 비교섭단체 발언자로 나서
소수정당 한계 토로한 조정훈 “좌우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목소리 반영돼야”
“국회를 다양한 성별 세대 등으로 구성해야” 비례성 강조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 <디지털타임스 박동욱기자 fufus@>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 <디지털타임스 박동욱기자 fufus@>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이 "전 아침에는 '진보'이고 저녁에는 '보수'가 된다. 역시 아침에는 보수이고 저녁에는 진보가 되는 수많은 대한민국 국민들을 대리하는 정치를 하고 싶었다"면서 "지난 3년, 저는 침묵하는 다수를 대표하려 노력했다. '파김치공화국'에 사는 수많은 근로자들을 위해 주4일제를 제안했고 국가가 국민의 재산을 제한할 때 반드시 보상하게 만드는 손실보상법의 최초 제안이 그랬다"고 호소했다.

10일 국회 전원위원회에서 비교섭단체 발언자로 나선 조정훈 의원은 "거대 양당이 누려온 안락한 자리를 스스로 내려 올 수 있을지, 자기가 누려온 것이 권력이라는 것을 권력자가 깨닫기나 할 수 있을지 국민들은 의심하는 것이다. 4년 전 정치를 하기로 결심했을 때 저를 관통한 생각은 '좌도, 우도 아닌 앞으로'였다"며 이같이 밝혔다.

조 의원은 "그러나 그저 앞으로 갈 뿐인 보통 사람의 미지근한 목소리는 '정쟁의 아수라'에 순식간에 묻히기 일쑤였다"며 "거대 양당 중 어느 한 쪽의 지지를 얻지 않고서는 도저히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없었다. 비교섭단체의 국회의원에게는 좀처럼 마이크가 쥐어지지 않았다"고 소수정당으로서의 한계를 언급했다.

조 의원은 "그래서 저는 시대전환을 창당했다. 많은 분들이 격려해주셨고, 지지를 보내주셨습다. 이제는 정말 바뀌겠다고, 바꿔야 한다고 많은 분들이 공감을 보내주셨다"며 "하지만 결과는 처참했다. 저희 같은 신생정당이 이 회의장에서 한 자리를 얻기는 너무나도 어려웠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도, 3%만 득표하면 된다고 믿고 시작했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그는 "그런데 한창 창당하는 과정에서 거대 양당은 모두 그 효과를 완전히 무효화시켰다. 그 결과 저는 위성정당에 몸을 싣는 방법 밖에는 없었다"면서 "떳떳하지 않고 자랑스럽지 않았지만 원내에서 새로운 정치로 보답하자고 이를 악물고 그 과정을 견뎌냈다"고 자신이 더불어시민당으로 정계에 입문한 계기를 설명했다.

이어 "고비를 이겨내고 입성한 원내의 현실은 그러나 상상과 너무 달랐다. 거대 양당은 서로 물어뜯다가도 어느새 서로의 편의를 봐주며 성벽을 더 높이, 더 견고히 쌓아올렸다"며 "한 명의 힘으로는 도저히 밀리지 않는 거대한 벽 앞에 저는 서있다. 그 견고함을 알기에 새 정치를 시작하려는 사람에게 차마 '도전해보라'고 이야기 할 수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정치 기득권이 만들어놓은 시스템은 결코 새로운 인물을 용납하지 않는다. 벤처를 꿈꾸는 청년에게 '꿈같은 거 꾸지 말아라', '그냥 대기업 입사해서 열심히 충성하라'고 밖에 말하지 못하는 시시한 어른이 된 듯한 비참한 기분"이라며 "이제는 바꿔야 한다. 발가벗고 거울 앞에 서도 부끄럽지 않을 만큼 강력한 정치개혁을 해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조 의원은 "이번 전원위원회 토론의 핵심은 의원 정수 확대 축소, 중대선거구제 개편과 같은 제도 개혁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좌와 우, 어디도 속하지 않는 침묵하는 다수를 어떻게 정치에 반영할 지가 이번 토론의 핵심이 돼야 한다"며 "저는 오늘 이 자리에서, '정치개혁'을 위해 두 가지를 제안드리고 싶다"고 했다.

이어 "첫째, 다양성 있는 정치가 필요하다. 지금 이 본회의장을 둘러보시라. 50대 이상의 남성들이 압도적 다수다. 엘리트 직군이 국회를 차지하는 비율도 지나치게 높다"며 "국민들께서 정치와 거리를 느낄 수밖에 없다. 다양한 성별, 세대, 직군의 국회의원들이 국회를 구성해 국회 밖 국민들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둘째는 전문성 있는 정치다. 전문성 없는 정치인은 시민의 삶을 막다른 골목으로 몰아갔다. 부동산만은 꼭 잡겠다던 문재인 정부는 오히려 집값을 폭등시켰다"면서 "박근혜 정부 시절, 메르스 사태 때는 낙타와 접촉하지 말라는 안내를 해 국민들은 정부에 대한 신뢰를 잃고 국가는 10조원 이상의 경제적 손실을 입었다. 다양성과 전문성을 확대하는 것은 비례대표 의원수를 늘리는 방법 뿐"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실물경제, 인공지능, 국제정세 등을 꿰뚫고 있는 현장의 전문가들이 민생에 필요한 법과 제도를 만들 수 있도록 정치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며 "이제 결단을 해야 하는 시간이다. 우리 중 1년 후에 살아남아 이 곳에 돌아오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 한 가지 명확한 것은 우리가 지금 일구려는 이 건강한 정치 토양은 어떻게든 우리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점"이라고 짚었다.

끝으로 조 의원은 "만약 우리 중 일부가 국회로 돌아온다면 지금과 달리 양심과 헌법에 따라 정치 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설령 국회로 돌아오지 못하더라도 우리가 만든 좋은 정치 토양은 우리의 자식들을 건강하게 길러낼 것"이라고 덧붙였다.

권준영기자 kjykjy@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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