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EC+와 다른 길 가는 작은 산유국…"유가 100달러 쉽지 않다"
생산량 이미 한계치 도달, 추가 공급 없을 거란 전망도
석유수출국기구 플러스(OPEC+) 산유국의 엇갈린 원유 생산 기조에 사우디아라비아(이하 사우디) 주도의 감산을 통한 국제유가 상승 계획에 차질이 생길 거란 분석이 나왔다. OPEC+ 추가 감산 방침에도 소규모 산유국의 원유 생산량은 늘고 있어 공급 부족으로 인한 국제유가의 추가 상승세가 제한될 거란 주장이다.
9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사우디 등 세계 최대 산유국의 감산에도 나이지리아·이란·카자흐스탄·브라질 등 소규모 산유국들이 지난해 9월 이후부터 생산량을 늘려 시장 내 총공급량은 증가했다고 보도했다. 이어 소규모 산유국들의 이런 움직임은 OPEC+의 추가 감산으로 국제유가가 또 다른 강세장을 맞이할 거란 예측을 빗나가게 할 것이라고 전했다.
모건스탠리의 마틴 랏츠 수석 상품전략가는 "이곳에서는 하루 10만배럴, 다른 곳에서는 하루 20만배럴의 원유를 생산했다. (OPEC+의 감산 결정으로) 세계 석유 공급이 올해 하반기부터 줄어들 거란 전망이 다소 과장된 것처럼 느껴지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9월부터 올해 2월까지 나이지리아의 하루 평균 원유 생산량은 35만배럴 늘었다. 카자흐스탄과 이란의 하루 산유량은 각각 24만2000배럴, 20만배럴 증가했다. 이는 OPEC+을 이끄는 사우디와 아랍에미리트(UAE)가 같은 기간 하루 산유량을 각각 56만배럴, 25만배럴 줄인 것과 대조적이다.
지난 2일 OPEC+는 지난해 11월부터 적용해온 하루 200만배럴의 대규모 감산에 이어, 내달부터는 연말까지 추가로 하루 116만배럴의 자발적 감산에 나서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여기에 러시아도 지난달부터 오는 6월까지 예정됐던 하루 50만배럴의 감산을 연말까지 연장한다고 했다. 이를 모두 합하면 내달부터 국제 원유시장의 하루 공급량은 기존보다 366만배럴(세계 수요의 약 3.7%) 줄어들게 된다.
이 여파로 그간 배럴당 70달러선에 머물렀던 국제유가는 배럴당 85달러까지 치솟았고, 주요 금융사들은 올해 유가 전망치를 모두 상향 조정했다. 또 지난해부터 흘러나온 국제유가 배럴당 100달러 돌파 가능성에도 힘이 실렸다. UBS는 오는 6월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에 달할 것으로 봤다.
하지만 최근 국제유가 상승세는 주춤한 상태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10일 미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5월물 가격을 배럴당 80달러대에서 거래되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미국 원유 재고 증가 속 중국의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으로 치솟을 것으로 예상됐던 원유 수요가 시장 예상을 밑돌면서 유가 상승세도 제한됐다고 분석했다.
WSJ은 "나이지리아와 같은 국가가 원유시장의 '와일드카드'가 될 것"이라며 국제유가의 추가 상승은 소규모 산유국의 생산량에 달려 있다고 짚었다.
나이지리아는 남부 유전지대인 니제르 델타 지역에 대한 투자 부족과 무장대원의 시추시설 폭파 등의 문제로 OPEC 회원국으로 할당된 산유량도 소화하지 못했다. 그러나 최근 해당 지역의 경비 강화로 바지선을 통한 원유 운송이 가능해지면서 생산량이 늘기 시작했다고 WSJ은 설명했다. IEA는 최근 보고서에서 "나이지리아 정부가 델타의 보안회사와 협정을 맺었다"며 "나이지리아의 올해 원유 생산량을 소폭 늘어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일부 전문가는 국제유가 급등의 불안이 여전히 존재한다고 지적한다. UBS그룹의 지오바니 스타우노보 상품 전략가는 가이아나를 제외한 다른 소규모 산유국들이 생산량 확대를 위한 투자에 나서지 않고 있다며 이들의 원유 생산이 다시 중단될 수 있다고 짚었다. 또 현재 산유량이 이들 국가의 생산능력에 근접해 지금보다 많은 원유 생산은 불가능할 것으로 봤다.
정혜인 기자 chimt@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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