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가점통장 아끼다 똥 됐다" 청약시장 설 곳 잃은 4050의 하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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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대책으로 서울 대부분이 규제지역에서 해제되면서 청약 시장에서 4050세대의 입지가 좁아졌다.
무주택기간, 부양가족수 등을 늘리며 가점을 쌓아온 청약통장이 추첨제 부활로 사실상 무용지물이 돼서다.
서울에 거주하는 한 40대 예비청약자는 "수십년 무주택자로 청약 하나만 보고 버텨왔는데 정부가 당첨 기회를 늘려주겠다고 안심 시키더니 갑자기 규제를 풀어 고가점통장을 쓸모 없게 만들었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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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대책으로 서울 대부분이 규제지역에서 해제되면서 청약 시장에서 4050세대의 입지가 좁아졌다. 무주택기간, 부양가족수 등을 늘리며 가점을 쌓아온 청약통장이 추첨제 부활로 사실상 무용지물이 돼서다. 심지어 4050이 선호하는 전용 85㎡ 초과 대형면적은 가점제 물량이 아예 없다. 대형면적의 80%를 가점제로 공급하겠다던 윤석열 대통령의 공약 역시 규제가 풀리면서 무색해졌다.
정부가 청약제도 개편에 나선 것은 작년 8월 '국민 주거안정 실현방안'을 발표하면서부터다. 여기에는 윤석열 대통령이 후보 시절부터 공약으로 내걸었던 규제지역 청약 개선안이 담겼다. 서울 등 규제지역에서 2030의 청약 당첨이 너무 어려우니 이를 개선해야 한다는 게 골자다. 실제 투기과열지구의 경우 85㎡ 이하 중소형이 가점제 100%로 공급돼 가점이 낮은 젊은층의 당첨 가능성이 희박했다. 가점제는 무주택기간, 부양가족수 점수가 높은 순으로 입주자를 선정해 나이가 어리고 자식이 없는 2030은 당첨 되기 어렵다.
청약제도 개편안은 85㎡ 이하 중소형에 추첨제를 도입하는 것이었다. 추첨제 비율을 최대 40%까지 늘려 무작위로 입주자를 선정함으로써 2030의 당첨길을 조금이나마 열어준다는 거였다. 형평을 맞추기 위해 85㎡ 초과 대형은 가점제 비율을 종전 50%에서 80%까지 높이기로 했다. 20~30평대 아파트는 2030에게 기회를 늘려주되 40평대는 무주택기간이 길고 부양가족이 많은 4050에게 더 많이 배정해준다는 취지다. 고가점자들이 자신들에게 불리할 수도 있는 제도 개편을 반발없이 받아들인 것도 이런 배려 덕분이었다.
하지만 개편안의 시행일이 늦어지면서 취지는 무색해졌다. 정부는 이런 내용을 담은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 개정안을 작년 말 입법예고 하고 올해 4월1일부터 시행하기로 했는데 그 전인 1월3일 1·3 대책에서 서울 대부분 지역이 규제지역에서 해제된 탓에 개정된 규칙의 영향권을 벗어난 것이다.
비규제지역에서는 가점제 물량보다 추첨제 물량이 훨씬 많다. 85㎡ 이하 60%, 85㎡ 초과 100%가 추첨제로 공급된다. 그나마 중소형은 가점제 물량이 40% 정도 배정되지만 대형은 가점제 배정물량이 아예 없다. 정부가 4050에게 '더 넓은 주택'이 필요할 것이라며 청약제도를 개선했으나 오히려 더 넓은 주택을 분양 받을 기회는 전보다 더 줄어든 셈이다.
차곡차곡 가점을 쌓아온 고가점자들은 정부만 믿고 있다가 청약 시장에서 설 곳을 잃었다며 하소연한다. 서울에 거주하는 한 40대 예비청약자는 "수십년 무주택자로 청약 하나만 보고 버텨왔는데 정부가 당첨 기회를 늘려주겠다고 안심 시키더니 갑자기 규제를 풀어 고가점통장을 쓸모 없게 만들었다"고 토로했다.
결국 개선된 청약 제도는 규제지역인 강남·서초·송파구와 용산구에서만 지난 1일부터 시행됐다. 이들 지역에서 분양하는 아파트의 경우, 85㎡ 초과 대형면적의 80%가 가점제로 공급된다. 그러나 분양가가 워낙 높은 지역이어서 이를 감당하기 어려운 실수요자에게는 무용지물이다. 올 상반기 분양 예정인 '청담르엘' 분양가는 3.3㎡ 당 6000만원대로 예상된다. 전용 59㎡ 17억원, 84㎡는 23억원 수준이다.
이소은 기자 luckyss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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