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文정부, 산업 온실가스 감축 목표 1680만톤 부풀렸다

박상현 기자 2023. 4. 11.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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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덕수 국무총리는 10일 탄소 배출량을 2030년까지 40% 감축하겠다고 발표한 문재인 정부의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에 대해 “지난 정부는 산업 현장의 충분한 의견 수렴 없이 임기 종료를 앞두고 무리하게 (감축 목표를) 상향 조정했다”고 말했다.

한 총리는 이날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산업계와 현 정부에 큰 부담이 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정부는 이날 온실가스 40% 감축 목표는 유지하되 산업계 감축 목표를 문재인 정부 때의 14.5%에서 11.4%로 3.1%포인트 줄이는 ‘제1차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 계획안’을 심의했다.

한 총리는 전임 정부를 향해 “이념화한 탈원전을 위해 재생에너지 목표를 비현실적으로 설정했고, 산업 분야 온실가스 감축의 핵심 수단인 원료 수급 및 기술에 대한 구체적 전망과 분석도 없었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임이자 의원실이 제출받은 산업통상자원부 자료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가 2030년까지 줄이겠다고 발표한 우리나라 산업 부문의 온실가스 감축량(NDC) 중 44%인 1680만t이 달성이 어려운 수치인 것으로 나타났다. 2021년 당시 문 정부는 2030년까지 우리 산업계가 2018년보다 온실가스를 3790만t 줄이겠다고 발표했는데, 새 정부가 기존 안을 점검해보니 3790만t 중 1680만t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것이다. ‘비현실적 온실가스 감축량’의 구체적 수치가 나온 것은 처음이다.

문 정부는 산업 부문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 2억6050만t에서 2030년까지 2억2260만t으로 14.5%(3790만t) 줄인다고 발표했었다. 우리나라가 다른 나라보다 탄소 배출이 많은 석유화학, 철강 같은 제조업 비중이 높은 현실을 고려하지 않고 당시 정권이 정한 목표치를 맞추느라 수치를 무리하게 올려 잡았을 가능성이 크다.

무리한 수치는 석유화학 분야가 가장 심했다. 문 정부는 ‘나프타(naphtha·화학 제품 원료)’를 ‘바이오 나프타’로 대체해 1180만t의 탄소를 줄이겠다고 했었다. 그런데 실제 가능한 감축량은 50만t이었다. 23배 차이가 난다. 산업부는 “‘바이오 나프타’를 이용한 안정적 수급은 현실성이 없다”고 보고했다. 또 에너지 효율 개선으로 250만t을 감축한다는 계획도 기존에 포함된 ‘중복 반영’으로 드러났다.

석유화학 분야의 온실가스는 2030년까지 감축은커녕 오히려 늘어날 것으로 분석됐다. 문 정부는 2018년 4690만t에서 2030년에는 3740만t으로 줄인다고 했지만, 현실적으론 5480만t으로 증가한다는 것이다. 문 정부에서 추진해 현 정부에서 결실을 맺은 70억달러(9조2000억원) 규모의 사우디아라비아 ‘샤힌 프로젝트’에서만 330만t의 온실가스가 추가된다.

문 정부는 철강 분야에서 화석연료로 불을 때는 고로(용광로)를 ‘전기로’로 바꿔 300만t을 감축한다고 했다. 그런데 철강 업계는 전기로 투자를 축소하거나 취소한 상태다.

임이자 의원실 관계자는 “당시 산업부 공무원들이 실현 불가능한 수치인 줄 알면서 목표를 정했다는 물증은 아직 없다”면서도 “나프타 분야처럼 목표치와 현실이 23배나 차이가 난다면 고의성이 짙거나 ‘미필적 고의’로 봐야 할 것”이라고 했다. 온실가스 감축 목표도 문 정부가 현실성이 떨어지는 정책 목표를 만들어 다음 정부에 부담을 주는 사례가 된다.

온실가스 감축 목표치를 정하기로 한 파리 협약은 ‘후퇴 금지’ 조항이 있어 문 정부가 공표한 감축안을 번복할 수는 없다. 우리나라가 이 약속을 깬다고 당장 금전적 손해나 제재를 받지는 않는다. 그러나 한국에 대한 국제적 신뢰도는 추락할 수밖에 없다. 문 정부 발표대로 온실가스 감축에 나설 경우 우리 산업계는 공장 개선 등에 막대한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2021년 당시 산업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2030년 목표치를 맞추려면 생산액은 270조원이 줄고 일자리도 46만 개 사라질 것으로 전망됐다.

국민의힘 임이자 의원. /뉴스1

임이자 의원은 “실현 불가능한 수치로 채워진 문 정부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는 결국 다음 세대에 부담만 안기는 ‘치적 과시용’에 지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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