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나나를 까먹을 줄도 아는 코끼리

독일 베를린훔볼트대

물을 마시는 코끼리 무리. 위키미디어 제공.

코끼리도 사람처럼 바나나의 껍질을 까서 먹을 줄 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사람이 바나나를 먹는 모습을 그대로 따라 할 수 있을 정도로 높은 학습 능력을 갖고 있다는 설명이다.

독일 훔볼트대 연구팀은 독일 베를린 동물원에 사는 ‘팽 파’라는 이름의 아시아 코끼리가 바나나의 껍질을 벗겨 먹는 특이한 습성을 보였다는 연구 결과를 국제학술지 ‘커런트 바이올로지’에 10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일반적인 코끼리는 바나나를 통째로 먹지만 이번 연구의 주인공인 팽 파는 바나나의 과육만을 먹는 모습을 보였다. 팽 파는 먹이로 받은 바나나를 그대로 삼키지 않고 바나나를 거칠게 흔든 뒤 땅에 떨어진 과육만을 먹고 껍질은 버렸다.

팽 파의 특이한 행동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팽 파는 푹 익어 갈변현상이 일어난 바나나만을 이같은 방식으로 먹었다. 덜 익은 녹색 바나나 또는 적당히 익은 노란색 바나나는 껍질을 분리하지 않고 다른 코끼리들처럼 통째로 삼켰다.

코끼리 무리에 갈변한 바나나가 먹이로 지급됐을 때 팽 파는 또 특이한 행동을 보였다. 그동안 껍질을 벗겨 먹던 습성을 버리고 무리의 다른 코끼리들처럼 통째로 먹은 것이다. 다만 마지막 바나나 1개만은 다시 껍질을 벗겨 먹는 모습을 보였다.

연구자들은 이러한 행동을 종합하면 팽 파가 바나나 껍질을 벗겨 먹는 것은 단순한 반복 행동이 아닌 ‘취향으로부터 비롯된 행동’에 가까운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미하엘 브레히트 독일 번스타인 독일 컴퓨터신경과학센터 연구원은 “팽 파가 바나나를 먹는 독특한 방식은 인간이 숙련된 방식으로 음식을 맛있게 먹으려는 행위와 닮았다”고 설명했다.

연구팀 또한 팽 파가 인간의 모습을 관찰하면서 바나나 껍질을 까먹는 방법을 학습했다고 분석했다. 이는 코끼리의 높은 인지 능력과 정교한 신체 능력을 보여준다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앞선 연구에 따르면 일부 아프리카 코끼리는 사람을 인종별로 분류할 수 있다는 보고가 있지만 ‘바나나 껍질 까기’와 같은 복잡한 행동을 학습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라며 “팽 파의 사례는 코끼리가 예상보다 놀라운 인지 능력과 뛰어난 조작 기술을 갖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박정연 기자 hess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