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시정부 초대 국무령 석주 이상룡 생가 '임청각', 본모습 찾기 '착착'
임시정부 초대 국무령 석주 이상룡 생가
앞마당 관통한 중앙선 걷어내고
배수로·진입로·건물 정비 한창
공정률 40%…연말 90% 목표
역사문화공유관도 건립 계획
자유의 반대는 노예이다. 자유를 보장받고 싶은가? 그러면 노예의 습관을 고치라.
대한민국 임시정부 초대 국무령 석주(石洲) 이상룡 선생
경북 안동시 임청각길 63(법흥동). 안동시 구 시가지 동쪽 끝 낙동강변에 자리 잡은 석주 선생 생가인 임청각(보물 182호)이 자리 잡은 곳이다. 대한민국 임시정부 국무령을 지낸 석주 선생 혈족 9명과 며느리 2명 등 11명의 독립투사를 배출한 장소로 유명하다. 석주 선생이 항일독립운동 과정에서 독립운동자금 마련을 위해 팔기도 했던 임청각은 1941년 중앙선 철로가 개설되면서 일부가 훼손되는 아픈 사연 때문에 우리에게 더 잘 알려져 있다.
차분한 분위기 속 복원사업 진행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1919년 4월 11일) 기념일을 10여 일 앞둔 지난달 30일 임청각 주변은 일제강점기 이전 모습을 찾기 위한 ‘임청각 보수 및 복원사업’ 공사가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 중이었다.
담장을 허무는 공사에 고택의 정취는 다소 사라졌지만, 임청각 복원이 가진 시대적 의미 때문인지 현장 관계자들 표정에는 남다른 마음가짐이 읽혔다. 임청각 복원사업 및 주변정비사업을 맡고 있는 최우진(43) 동신건설 현장소장은 "임청각 보수ᆞ복원은 단순 공사가 아니다"라며 "민족 정기를 되찾는다는 심정으로 최선을 다하고 있다. 이번 공사 이전에 임청각에서 고택 체험도 했던 터라 감회가 새롭다"고 말했다. 실제 임청각 복원 현장은 일반 공사장처럼 레미콘 트럭이 자주 출입하거나, 중장비 굉음이 크게 들리지 않았다.
문화재청과 경북도, 안동시는 2017년부터 2025년까지 280억 원을 들여 임청각 보수 및 복원사업을 진행 중이다. 보수ᆞ정비는 석주 선생의 조상 허주 이중악(1726~1773)의 문집 ‘허주유고’에 실린 그림 ‘동호해람’과 1940년 전후 촬영한 사진 및 지적도 등을 근거로 이뤄지고 있다.
이를 통해 철로 제거 구간과 기존 도로를 너비 4m의 황토콘크리트로 포장하고, 3m의 완충녹지도 확보키로 했다. 임청각 좌우에 분가한 자손들이 살았던 것으로 알려진 집 2채도 재현한다. 이와 별도로 임청각 진입부에 기념관인 임청각 역사문화공유관도 건립할 계획이다. 지난해까지 임청각 주변 부지 매입과 발굴조사를 마쳤다. 임청각 앞을 지나는 중앙선 철로도 철거했다. 2021년 말 중앙선 KTX가 개통하면서 옛 철로 용도가 사실상 수명을 다해서다. 다만 임청각 인근 54m 구간은 남겨 놓았다. 아픈 역사를 잊지 말자는 취지에서다. 임청각은 일제강점기 철길이 놓이면서 훼손됐다고 전해진다.
11명의 독립운동가 배출한 임청각
임청각은 석주 선생의 독립운동 사연과 맞물려 역사적 의미가 더 큰 장소다. 1910년 한일강제병합조약 이듬해인 1911년 1월, 종손으로 마지막 제사를 지낸 석주 선생은 조상의 위패를 땅에 묻은 뒤 집안의 노비문서를 태우고, 가산을 정리해 50여 일가를 끌고 만주 서간도로 망명했다.
만주에 신흥무관학교를 세워 무장독립투쟁 토대를 마련한 석주 선생은 1925년 임시정부 2차 개헌 때 초대 국무령을 맡았다. 1932년 중국 지린성에서 죽음을 맞이할 당시 "광복을 달성하기 전까지는 내 유골을 조국으로 가져가지 말라"는 유언을 남겼다. 임청각이 배출한 독립운동가는 석주 선생과 동생, 아들, 조카, 손자까지 9명의 혈족과 석주 선생 부인 김우락 여사, 손자 며느리이자 '독립군의 어머니'로 불린 허은 여사까지 11명이다.
조선 중종 때인 1515년 형조좌랑 이명이 건립한 '임청각'은 중국 시인 도연명의 '귀거래사' 구절에서 이름을 따온 것으로 알려졌다. 99칸으로 알려져 있지만 현재는 50여 칸 남짓 남았다. 한옥에서 ‘칸’은 기둥과 기둥 사이를 말한다. 정면 4칸, 측면 3칸이면 12칸이다. 임청각은 낙동강변 산기슭 폭이 좁은 터에 자리를 잡아 옆으로 길게 지었다. 한자 '月' 자를 옆으로 눕힌 모양새다. 석주 선생이 망명 이후 독립운동 자금이 부족해 아들을 시켜 임청각을 팔았지만, 두 달 뒤 문중에서 매각대금보다 더 많은 돈을 주고 다시 사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복원 현장에선 임청각 내외부에 석축을 새로 쌓고, 배수로를 정비하는 등의 공사가 한창이다. 안동시는 올 연말까지 임청각 보수ᆞ복원을 마치고 이르면 내년 초 일반에 다시 공개할 방침이다. 이후 중단됐던 임청각 고택체험도 재개할 계획이다. 최우진 현장소장은 “지난달까지 공정률은 40%로, 연말까지 90%로 끌어올릴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안동= 정광진 기자 kjche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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