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희망 품을 수 있는 부동산 정책이 절실한 이유
대한민국의 인구 데드크로스(Dead cross)는 지난 2019년 11월 시작됐다. 이때부터 39개월째 출생아수보다 사망자수가 많은 인구 자연감소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에만 12만3800명이 감소했다. 이대로라면 인구는 끝없이 감소한다.
통계청이 장래인구추계로 제시한 '100년 추계 통계표'를 보면 2070년 3765만명 수준인 인구는 2120년 2095만명까지 줄어든다. 서울과 수도권도 안심할 수 없다. 그야말로 암울한 미래다.
통계청 '2022 한국의 사회지표'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만 13세 이상 인구 중 결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 사람의 비중은 50.0%로 집계됐다. 그렇다보니 2019년 23만9159건이던 혼인 건수는 2022년 19만1697건까지 줄었다.
자녀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비율도 65.3%에 그쳤다. 문제는 젊은층이다. 10대의 경우 41.1%, 20대는 44.0%만 자녀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그렇다보니 출산율은 세계 최저다. 작년 합계출산율은 0.78명을 기록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9개 회원국 중 합계출산율이 1 미만인 국가는 대한민국이 유일했다. 현 수준의 인구가 유지되려면 합계출산율은 2.1은 돼야 한다.
모두가 아이 낳기를 꺼린다. 아이를 안낳는 것은 삶이 고되기 때문이다. 어릴때부터 학원에 내몰려 무한경쟁을 경험한 청년들은 아이에게 나와 같은 미래를 물려주는 것을 두려워한다. 여유있지 못한 삶도 한몫한다. 대학을 졸업해도 안정적 수입을 보장받는 직장은 많지 않다.
아이를 낳아 기르는데 드는 비용은 차치하고라도 보육을 위해 아이를 맡길 곳 조차 찾기 어렵다. 비용은 더 큰 문제다. 맞벌이 부부는 도우미를 쓰려 해도 비용이 월 몇백만원을 훌쩍 넘는다. 한사람 월급은 고스란히 도우미 월급으로 들어간다. 일에 지친 부부들도 퇴근 후나 주말엔 육아전쟁에 뛰어들어야 한다. 비용은 비용대로 들고 몸은 몸대로 힘들다.
한 사람이 육아를 전담키 위해 회사를 그만둔다면 문제는 심각해진다. 삶의 윤택함은 포기해야 한다. 한사람 월급으로는 내집 마련은 커녕 아이 교육 시키기도 버겁다. 아이가 커서 학교에 들어갈 정도 되면 사교육 전쟁이 시작된다. 교육부와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초·중·고 사교육비 총액은 역대 최고인 26조원을 기록했다. 사교육을 받지 않는 학생 포함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41만원이었고, 사교육 참여율은 78.3%에 달했다.
월급을 한 푼도 쓰지 않고 10년을 모아도 사기 힘든 높은 집값도 결혼이나 아이낳기를 좌절하게 만든다. 지난 3월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12억972만원이다. 내 자신이 평생 살 집을 마련하기도 쉽지 않다.
다른 부문은 내버려두고 부동산 측면에서만 저출산 해법을 보자. 최근 정부가 내놓은 신혼부부 공공주택 공급, 부부합산 소득 규제 완화 등 두루뭉술한 정책으로는 아이를 낳으라는 유인을 제공하기 사실상 어렵다. 임대주택에 사는 아이들에게 '임대거지' 등 낙인을 찍는 사회다.
균형발전도 중요하지만 정부는 무엇보다 (청년들이 선호하는 서울과 수도권) 집값 안정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그래야만 젊은층에게 아이를 낳을 수 있는 심리적 안정을 줄 수 있다. 직장을 열심히 다니고 저축을 하다보면 내힘으로 집을 장만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질 수 있을 정도의 합리적 부동산 시장을 만드는 게 정부의 우선 순위가 돼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표를 의식하는 정책이 아닌 장기적 미래를 내다보는 안정적 정책 운용이 필요하다.
공공주택도 연구를 해야 한다. 청년들의 다양한 삶의 욕구를 파악해 아파트, 타운하우스, 단독주택 등 다양한 주거 형태의 공급을 창의적으로 구성하고 획기적으로 늘려야 한다. 틀에 박힌 공급에서 벗어나 청년과 젊은 부부의 입장에서 그들이 살고 싶은 집이 어떤 것인지 파악하는 등 창의성을 발휘해야 한다. 지금처럼 매번 반복되는 틀에 박힌 대책은 실패와 인구절벽이란 예고된 재앙만 불러올 뿐이다.
김경환 건설부동산부장 kennyb@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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