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와인과 연미복, 외교관 클리셰의 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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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리력을 행사해 실제로 싸우는 것만 빼면 모든 일이 다 일어나는 곳이죠. 가장 흔한 일은 자리를 박차고 나가는 것이고요." 외교관하면 파티장에서 연미복을 입고 와인을 마시는 모습이 클리셰(상투적 표현)처럼 굳어져 있다.
그런데 카메라가 돌지 않을 때 항의성 전원 퇴장이 비일비재하고 고성이 오가는 이면이 있다는 것을 서울 종로 도렴동에 있는 외교부 등 외교 분야를 취재하면서 알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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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리력을 행사해 실제로 싸우는 것만 빼면 모든 일이 다 일어나는 곳이죠. 가장 흔한 일은 자리를 박차고 나가는 것이고요." 외교관하면 파티장에서 연미복을 입고 와인을 마시는 모습이 클리셰(상투적 표현)처럼 굳어져 있다. 그런데 카메라가 돌지 않을 때 항의성 전원 퇴장이 비일비재하고 고성이 오가는 이면이 있다는 것을 서울 종로 도렴동에 있는 외교부 등 외교 분야를 취재하면서 알게 됐다.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사태나 일제 강제 동원 배상 판결과 같은 이슈에 직면해 우리 외교부도 비공개적으로 관련국들과 험악한 분위기로 맞섰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겉에서까지 '압박성 플레이'를 하는 게 '전랑(戰狼·늑대전사) 외교'의 중국일 뿐 어느 나라 외교관이나 고성 퇴장 등 벼랑 끝 전술을 기술적으로 쓸 줄 안다.
그렇게 해서 미국을 상대로 우리의 국익을 얻어낸 사례가 한미 FTA(미국 자유무역협정)다. 2007년 외교통상부(현 외교부) 체제에서 타결된 한미 FTA(미국 자유무역협정)는 지난달만 해도 미 의회 조사국이 "미국 무역적자 심화를 이유로 협정의 효과는 실망스럽다"는 반대론자들의 주장을 인용한 보고서를 발표하는 등 미국 측에서 끊임없이 볼멘소리를 낸다. 그만큼 우리 기업 입장에선 수출에 도움이 됐다는 의미가 된다.
2015년 자유 진영 지도자 가운데 유일하게 중국 전승절 기념식에 참석한 박근혜 전 대통령은 당시 시진핑 중국 주석으로부터 유일한 단독 오찬에 초대받고 최고의 중국산 와인을 곁들인 식사를 받았다. 그런데 오늘날에는 당시 방중이 중국의 기대를 지나치게 높여 '사드발 한한령' 등 역풍의 발단이 됐다는 것이 밝혀졌다.
박근혜 정권이 외교통상부의 통상 기능을 산업자원부로 이관하는 등 외교 조직의 힘을 빼놓은 정권이라는 게 의미심장하다. 이후 외교 조직은 통상보다 의전행사 등에 치중할 수 밖에 없게 됐다.
윤석열 대통령은 12년 만의 국빈 방미를 앞뒀다. 한미 관계 회복은 환영할 소식이다. 하지만 국빈 초청은 연임을 위해 '미국 제조업 부흥'을 과제로 삼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높은 기대치를 방증한다. 도렴동에 숨어 있는 '늑대'들을 입체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지혜가 필요한 때다. 와인 건배만으론 먹고 사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김지훈 기자 lhshy@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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