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보세]'K-애니 푸대접' 돌아볼때

구경민 기자 2023. 4. 11.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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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창작자가 자신의 목숨과 인생을 걸고 만들어낸 것을 중간에서 낚아채 제 것인 양하는 일이 애니메이션 업계에 비일비재하다"며 "'검정고무신'은 악질적 사례"라고 토로했다.

그것이 구름빵, 검정고무신 다음에 다른 작품이 추가되지 않는 길이고 K-컬처가 세계로 뻗어나갈 수 있는 발판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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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보는 세상]
[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가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서울=뉴스1) 김명섭 기자 = 강정원 문화체육관광부 대변인이 3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검정고무신 사건 조사 착수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3.3.30/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사람이 죽어야 이슈가 될까." 지난달 11일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된 '검정고무신'의 원작 작가인 고(故) 이우영 씨가 세상을 떠나기 전 한말이다. 이우영 작가는 '검정고무신'이 인기 만화임에도 저작권 소송 문제로 힘들어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우영작가사건대책위원회에 따르면 형설출판사는 지난 15년간 '검정고무신'을 원작으로 한 사업을 77개 이상 전개했고 고인에게는 단 1200만원만을 지급했다. 그뿐 아니라 '검정고무신'의 원작자가 아님에도 출판사 대표가 저작권 지분을 갖게 한 저작권 계약 또한 논란이 다. 법 지식이 부족한 창작자를 상대로 불공정 계약을 한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창작자가 자신의 목숨과 인생을 걸고 만들어낸 것을 중간에서 낚아채 제 것인 양하는 일이 애니메이션 업계에 비일비재하다"며 "'검정고무신'은 악질적 사례"라고 토로했다.

비슷한 일은 이전에도 있었다. '아동문학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기념상을 받은 백희나 작가의 '구름빵'이 대표적이다. 백 작가는 2004년 '구름빵' 출간 당시 1850만원을 받고 저작권 등 모든 권리를 출판사에 양도하는 '매절 계약'을 했다. 이후 '구름빵'은 애니메이션·뮤지컬 등으로 수천억원대의 부가가치를 올렸다. 하지만 출판사와의 '매절 계약' 때문에 계약금 850만원과 이후 전시지원금 등으로 1000만원을 받는 데 그쳤다.

백 작가는 '구름빵' 계약으로 입은 상처로 이후 7년간 창작에 전념할 수 없었고, 2017년 출판사 등을 대상으로 저작권 반환 소송까지 냈으나 2020년 패소했다.

과거 출판계에 만연했던 불공정 계약이 이제는 웹툰계로 전이되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2022 웹툰 사업체·작가·불공정 계약 실태 조사' 보고서를 보면, 웹툰 작가의 58.9%가 "불공정 계약이나 행위를 경험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이처럼 협상력이 약한 창작자를 상대로 저작재산권을 영구·일괄 양도 받는 식의 계약 관행 자체를 문제 삼는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하지만 문제가 쉬 해결되지 않고 있다. 이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구름빵 보호법'이 국회에서 세차례나 발의됐지만 흐지부지되고 말았다. 한류 강국 대한민국이 아직도 애니메이션 산업 생태계의 후진성을 면치 못해 안타까울 따름이다.

"창작 이외에는 바보스러울 만치 어리석은 창작자들의 권리를 찾을 수 있도록 도와달라"던 고인의 호소는 이제 남은 자들의 숙제가 됐다.

이 작가의 죽음이 전해지자 그제서야 문화체육관광부는 창작자의 권리를 보호하고 불공정 계약을 막기 위해 만화 분야 표준계약서에 2차적 저작물 작성권 관련 내용을 명시하고, 3자 계약 시 사전동의 의무 규정을 포함하는 등의 장치 마련에 나섰다.

국회에서도 관련 논의가 진행중이다. 하지만 만연했던 불공정 계약을 뿌리뽑기 위해서는 뚜렷한 정책 목표를 세우고 입법을 포함한 종합적이고 구체적인 대책이 강구돼야 할 것이다. 그것이 구름빵, 검정고무신 다음에 다른 작품이 추가되지 않는 길이고 K-컬처가 세계로 뻗어나갈 수 있는 발판이 될 것이다.

구경민 기자 kmko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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