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 또 공장 선물… 미국 정부가 통제 못하는 머스크
테슬라, 상하이에 ‘메가팩’ 공장
이쯤 되면 미국 정부의 가장 큰 골칫거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 얘기다. 머스크는 미국 정부가 자국 기업들에 ‘탈(脫)중국’을 요구하는 상황에서 중국에 대규모 에너지 저장장치(ESS) 공장을 건설하겠다고 나서는가 하면, 본인이 소유한 트위터를 통해 각종 정부 정책을 비꼬는 발언을 서슴지 않고 있다. 전기차, 로켓, 우주 인터넷 같은 미래 산업을 주도하며 열광적인 지지자를 대거 거느린 머스크의 행동 하나하나가 미 정부의 걸림돌이 되고 있는 것이다.
◇중국에 ‘공장 선물’ 줬나
테슬라는 9일(현지 시각) 중국 상하이 정부와 ESS 메가팩 생산 공장 건설 협약을 체결했다. 태양광 패널이나 풍력 터빈에서 발생하는 친환경 전기 에너지를 저장하는, 컨테이너 크기의 대용량 리튬-이온 배터리 ‘메가팩’을 연간 1만개 생산하는 공장을 짓는 것이다. 테슬라는 올 3분기 메가팩 공장 건설을 시작해, 내년 2분기부터 본격 생산에 돌입할 예정이다. 머스크는 “미 캘리포니아 메가팩 공장 생산을 보충하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중국 상하이에는 테슬라의 최대 해외 생산 기지인 기가팩토리가 있다.
이번 투자 발표는 머스크가 중국 방문을 계획하고 있는 가운데 나왔다. 로이터는 “머스크가 리창 신임 중국 총리와의 만남을 모색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테크 업계에선 머스크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3연임 확정 이후 중국을 처음 방문하면서 ‘공장 신설’이라는 선물을 줬다는 해석이 나온다. 중국은 테슬라의 해외 최대 시장으로, 작년 테슬라 매출의 22.3%를 차지한다.
테슬라의 상하이 메가팩 공장 건설은 미 행정부의 입장과 상충된다. 지난주 마이크 갤러거 미 하원 미·중 전략경쟁특위 위원장을 포함한 의원 10여 명은 실리콘밸리를 찾아 애플·구글 같은 테크 기업 경영진과 중국 대응책을 논의했다. 갤러거 위원장은 “중국과 미국은 완전 분리가 아닌 민감한 재료의 공급망을 중국 밖으로 이동하는 선택적 분리가 진행될 것”이라고 했다. 사실상 중국 내 공장을 가진 미국 기업들이 중국과 거리를 두라는 요구였다. 하지만 테슬라는 이를 수용하는 대신 중국 투자를 강화하고 나선 것이다.
반면 미국 기업들은 정부 방침에 맞춰 탈중국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고 있다. 애플은 중국 내 생산공장 일부를 인도, 베트남으로 옮기고 있다. 애플 아이폰의 최대 제조업체인 대만 폭스콘도 이 같은 지침에 따라 인도에서 에어팟을 생산하고 있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는 최근 중국을 방문해 리창 총리를 만나는 등 각종 행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했지만 신규 투자 같은 선물 보따리는 주지 않았다. 구글, 델, 아마존과 같은 빅테크 기업들도 중국을 떠나 베트남에 생산 공장을 짓고 있다.
◇통제 불능 머스크
머스크는 하루가 멀다 하고 미 정부와 엇박자를 내고 있다. 최근 미 정부의 국가 기밀을 담은 문건이 트위터에 올라왔지만, 트위터는 이를 삭제하지 않았다. 작년 10월 트위터를 인수한 머스크가 ‘표현의 자유’를 기본 운영 방침으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머스크는 7일 미 국방부가 트위터에 올라온 기밀 문서 삭제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기사를 언급하며 “그래, 인터넷에서는 뭐든지 완전히 삭제할 수 있어”라며 비꼬았다. 최근 미 정부가 가상 화폐 규제를 강화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사실상 가상 화폐 시세 조작을 주도하기도 했다. 머스크는 지난 3일 트위터 로고를 기존 파랑새에서 가상 화폐 도지코인의 상징인 시바견으로 교체했다. 그 결과 도지코인 가격은 하루 만에 30% 폭등했다. 머스크는 사흘 뒤 트위터 로고를 다시 파랑새로 바꿨고, 도지코인 가격은 폭락했다.
머스크는 민감한 외교 영역에서도 돌발 행동을 보이고 있다. 미국이 우크라이나를 전폭적으로 지원하고 있는 상황에서 친(親)푸틴 인사인 러시아 국영방송 방송인과 만났고, 대만을 둘러싼 지정학적 위기를 두고는 “대만이 홍콩에 적용되고 있는 중국 특별행정구역을 받아들이면 분쟁을 피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반독점법과 개인정보보호법을 앞세워 구글, 메타 같은 빅테크를 압박하던 미국 정부도 머스크는 섣불리 건드리지 못하고 있다. 머스크를 압박하거나 규제하려 할 경우 자신이 보유한 첨단 회사들을 앞세워 무슨 돌출 행동을 할지 모른다는 전망도 나온다. 블룸버그는 “머스크는 점점 더 통제하기 어려운 인물이 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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