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탄소중립의 길, 전기요금 정상화로부터 시작해야

기자 2023. 4. 11.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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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살 만하고 지속할 수 있는 미래를 확보할 기회의 창이 빠르게 닫히고 있다.”

지난 3월 유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는 제6차 종합보고서를 195개 회원국 만장일치로 채택하면서,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위와 같이 경고했다. 현재 추세라면 10년 이내에 지구 평균온도가 산업화 이전과 비교해 1.5도 이상 상승하여 지구 생태계가 붕괴 수준에 직면할 수 있다는 사실을 전 세계에 천명한 것이다.

정연제 서울과학기술대 에너지정책학과 교수

기후위기 극복을 위해 추구해야 할 방향은 명확하다. 인간 활동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를 빠르게 줄여나가 궁극적으로 순배출량을 0(제로)으로 만드는 탄소중립이 그것이다.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서는 탄소를 내뿜지 않는 깨끗한 전기를 생산해 에너지 소비를 전기로 대체해 나가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화석연료 기반의 전력생산 시스템을 재생에너지, 수소 등 청정에너지 기반으로 조속히 바꾸고, 동시에 산업, 수송 등 타 부문의 전기화로 인해 증가하는 전력수요를 충족시켜야 한다. 탄소중립을 위해 무엇보다 전력산업의 역할이 크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한국전력의 재무상황을 보면,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다. 한전은 지난해 약 33조원의 천문학적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급격히 오른 국제 연료가격을 전기요금에 반영하지 못한 탓이다. 올해 1월에도 한전은 1kWh의 전력을 164.2원에 사서 147원에 판매했다고 하니, 전력망 운영이나 판매비용은 말할 것도 없이 전력구입비용조차 회수하지 못해 적자가 누적되고 있다.

전력산업이 탄소중립을 위한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태양광, 해상풍력 등 깨끗한 발전원을 확대하고, 늘어난 전력수요와 재생에너지의 변동성에 대응해 전력망도 확충하는 한편, 수소·섹터커플링 등 미래 기술에 대한 연구·개발도 지속해 나가야 한다. 모두 막대한 투자가 수반되는 사업들이다. 그러나 원가 이하 전기요금 구조로 재무상황이 최악으로 치닫고 있는 지금, 한전이 그러한 역할을 감당해 나갈 수 있을까?

원가 이하 전기요금은 다른 측면에서 탄소중립을 저해하는 요소다. 낮은 전기요금은 소비자에게 잘못된 가격시그널을 보내 전력소비 절감이나 효율향상 투자에 대한 인센티브를 주지 못한다. 생산비용에도 못 미치는 낮은 가격을 지불하다 보니 효율을 높여야 될 이유가 없고, 소비자는 적정 가격 수준에 비해 전력을 과소비하게 된다. 석탄, LNG 등 화석연료를 통한 전력생산이 여전히 많은 상황에서, 전력의 과소비는 곧 온실가스의 과다배출을 의미한다.

급등하는 물가와 그에 따른 국민 부담을 우려해 전기요금 정상화를 쉽게 결정하지 못하는 정책당국의 우려는 이해한다. 하지만탄소중립에도 공짜 점심은 없다. 조속한 전기요금 정상화를 위한 정책당국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해 본다.

정연제 서울과학기술대 에너지정책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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