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새 재택근무 10배 증가… “워라밸 보장되니 퇴사도 줄어”

이미지 기자 2023. 4. 11.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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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 재택근무 시행하는 회사도 등장
워라밸 향상-비용 절감 등 장점 다수… “근무형태 다양해지며 향후 더 늘 것”
도입기업엔 무료 컨설팅 제공하고, 유연근무제 활용 땐 간접노무비 지원
게티이미지코리아
지난해 7월 여성 경제인 행사에 참석한 윤석열 대통령이 한 기업의 아기띠 제품을 직접 착용하고 사진을 찍어 화제가 됐다. 그 아기띠를 만든 육아용품 기업 ‘코니바이에린’은 지난해 연 매출만 268억 원에 이른다. 전 세계 120여 개국에 제품을 판매한다. 하지만 이 기업은 본사 사무실이 없다. 총 45명의 전 직원이 재택근무를 한다.

임이랑 코니바이에린 대표도 서울에 있는 본인의 집에서 일하고 손님을 맞는다. 따로 출근할 필요가 없다 보니 직원들의 근무장소도 지방은 물론이고 일본, 호주 등 해외까지 다양하다. 직원 채용도 모두 화상 면접으로 진행됐다. 임 대표는 “두 아이의 엄마로서 일과 육아를 병행할 수 있는 방식을 고민했고 지금의 근무방식을 채택하게 됐다”며 “이런 근무형태를 보고 채용에 지원했다는 지원자도 상당수”라고 말했다.

● 지난해 재택근무 활용 근로자 96만 명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재택근무를 도입한 사업장이 크게 늘었다.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재택근무 활용 근로자 수는 96만 명으로 전체 근로자의 4.4%였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9만5000명(0.5%)에서 3년 새 10배 넘게 증가했다.

재택근무가 이렇게 빠르게 늘어난 이유는 코로나19 영향이 크지만 그만큼 재택근무의 장점도 많았기 때문이다. 근로자 입장에서는 △업무 효율 및 만족도 향상 △출퇴근 부담 경감 △경력단절 예방 △일·생활 균형 실현, 기업 입장에서는 △업무공간 운영비 등 비용 절감 △숙련인력 이직 방지 △기업 경쟁력 상승 △우수인력 유치 등이 장점으로 꼽힌다.

고용노동부는 최근 재택근무를 잘 정착시킨 우수사업장 사례가 담긴 ‘2022년 재택근무 활용 우수사례집’을 냈다. 사례집에 따르면 재택근무를 성공적으로 정착시키기 위해 기업들은 가장 먼저 사내 직무를 분류하고 재택에 적합한 직군을 선별했다. 예를 들어 이커머스 서비스를 기획하는 ㈜그로브소프트의 경우 사내 직무를 분석한 결과 상위 직급으로 갈수록 소통이 필요한 업무가 많아지는 것을 확인했다. 이에 따라 임원진과 서비스기획부 인원을 뺀 나머지 인력(전체의 78%)만 재택근무를 하도록 했다.

그다음에 해야 할 것은 화상기기와 원격근무 시스템 준비였다. 홈 네트워크 기기·기술 업체인 ㈜코맥스는 재택근무를 위해 외부에서도 사내망에 접속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구축했다. 김형국 ㈜코맥스 경영지원팀 차장은 “단순히 원격 프로그램만 들인 게 아니라 보안 프로그램을 보완해서 원격으로 안전하게 사내 정보를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새로운 근무 운영규칙도 짜야 했다. 모바일 앱 개발업체인 ㈜헬릭스테크는 재택근무에 맞게 운영지침과 근로계약서를 새로 정비하고 출퇴근 기록과 업무일지 공유 방법을 정했다. 사무실 필요인력도 있기 때문에 재택근무도 A, B조로 나눠 교차로 하도록 했다.

● 재택 ‘주춤’, 과거로 후퇴 아냐

하지만 코로나19가 엔데믹(endemic·풍토병)을 맞으면서 최근 들어 재택근무 횟수를 줄이거나 없애는 기업도 적지 않다. 미국 엔터테인먼트 기업 디즈니는 주 2회이던 재택근무 횟수를 올해 들어 주 1회로 줄였다. 미국 전기차 기업 테슬라의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도 직원들에게 “사무실에 출근해 매주 최소 40시간 근무해야 한다”고 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됐다.

한국에서도 마찬가지다. 재택근무 우수사업장으로 알려졌던 수도권의 제조업 A사는 최근 주 2회 재택근무를 없애고 사무실 출근이 우선인 체제로 돌아갔다. A사 관계자는 “여전히 재택근무는 가능하지만 이제는 꼭 필요할 때 부문장, 부서장의 승인하에서만 가능하다”며 “제조업이다 보니 아무래도 운영에 한계가 있어 사무실 근무체제로 돌아오게 됐다”고 말했다. 경제활동인구조사에 따르면 전체 재택근무 활용 근로자 수는 2021년 114만 명에서 지난해 96만 명으로 감소했다.

그러나 재택근무 활용 감소가 과거로의 ‘후퇴’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서형도 한국표준협회 컨설팅 그룹장은 “재택근무자 수는 다소 줄 수 있으나 재택 덕에 확산된 유연한 근무 분위기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며 “중요한 건 근무장소가 아니라 근무방식”이라고 말했다.

실제 재택근무를 도입한 기업들 대부분이 출퇴근 시간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시차출퇴근제나 주당 근무시간을 재량에 맞게 운용하는 선택근로제를 함께 활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언급한 A사도 재택을 줄인 대신에 직원들이 원하는 때 출근해 원하는 만큼 일하다 퇴근하는 유연 근로를 시행하고 있다. A사 관계자는 “재택근무 이전에는 없던 시스템”이라고 전했다.

● 근무방식 다변화… 장기적으로 더 늘 것

코니바이에린처럼 재택근무를 전면 확대하는 기업도 있다. 서 그룹장은 “근무방식이 기업 필요에 따라 다변화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충남 아산에서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장비를 제작하는 ㈜제이에스티 연구팀 관계자는 “우리처럼 지방에 있는 회사들은 장거리 통근이 힘들다는 이유로 이직, 퇴사를 고려하는 직원이 많아 재택근무를 도입하는 게 이득”이라고 전했다.

정부도 장기적으로는 재택근무 활용 근로자 수가 늘 것으로 보고 관련 지원을 계속할 방침이다. 재택근무 도입을 원하는 기업이 신청하면 12주 동안 무료로 컨설팅을 제공하는 ‘재택근무 종합컨설팅사업’, 재택근무 등 유연근무제를 활용하는 중소·중견기업 사업주에게 간접노무비를 지원하는 사업 등이다. 자세한 내용은 고용부, 일생활균형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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