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대현의 마음속 세상 풍경] [151] 리더를 그만두고 싶다

윤대현 서울대병원 강남센터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2023. 4. 11.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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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이라면 ‘승진 좌절’을 대부분 경험한다. 기대가 크면 마음의 상처도 크다. 기대한다는 것을 다르게 표현하면 역할이 더 중요한 리더를 맡고 싶은 욕구가 마음에서 작동한다는 이야기다. 혼신의 힘을 다해 최종 후보까지 올라갔다가 아깝게 좌절돼 불면증, 무기력감 같은 우울 증상까지 찾아오는 경우도 있다.

그런데 요즘 들어 ‘리더가 되지 못한 좌절’만큼이나 ‘리더의 역할에 좌절해 리더직을 내려놓고 싶다’는 고민도 자주 접한다. 한 컨설팅 회사에서 직장 내 스트레스 ‘top 5′ 설문 조사를 했다. ‘대인 관계 갈등’을 최고로 예상했는데, 실제 결과는 ‘조직에서 하는 역할’이 35%로 일등 스트레스 요인이었다. 대인 관계 갈등은 24%로 다음이었다. 참고로 나머지 요인은 업무 성과(21%), 과도한 업무(13%), 조직 구조(7%) 순이었다.

‘역할’과 ‘관계’가 서로 영향을 주는 스트레스 요소이기에 무 자르듯 나누긴 어렵다. 하지만 역할이란 단어가 주는 스트레스의 무게가 늘어났다고 볼 수 있다. 리더를 그만두고 싶다는 것도 역할 스트레스에 관한 내용이다. 기업에서 ‘중간 리더’를 맡은 이들과 대화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한 리더가 고민을 이야기했다. “리더를 맡고 나서 책임과 업무량이 증가하다 보니 마음이 지치고, 집에 가서도 사고가 나지 않을까 불안해 불면의 날도 늘고 있다. 또 구성원이 실수해도 지적을 잘 못 하는 성격이라 직접 일을 다 하다 보니 더 지친다”는 내용이었다. 최악의 리더는 에너지는 넘치면서 공감 능력은 떨어져 비판적 소통만 하며 밀어붙이는 사람이라 이야기하고, 당신은 부족한 리더가 아닌 훌륭한 리더 자질을 갖고 있지만 스트레스로 마음이 지쳐서 그러는 것이니 버텨보자고 위로를 담아 답변했다. 그런데 다른 리더가 “꼭 버텨야 하느냐. 몸도 마음도 다 망가지면서 리더 역할을 하기가 힘들다. 주변 리더들도 리더직을 내려 놓고 싶은 사람이 많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리더직을 내려놓고 싶어 주변에 이야기해도 아무도 맡지 않겠다고 해 어쩔 수 없이 하고 있다”는 사람도 있었다.

리더십 관련 조언이 쏟아지고 있다. 불안정한 경제와 고강도 경쟁 상황 등으로 리더의 역할이 더 중요해지면서 부담도 늘어난 것이다. 거기에 내 마음 돌보기도 어려운데 구성원의 마음 관리에 대한 압박까지 커진 상황이다. 그 어느 때보다 리더 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라 생각된다. 모두가 힘든 상황이지만 오늘은 지친 리더들에게 “멋지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나약해서 힘든 것이 아니다. 국가대표 주장처럼 나도 뛰면서 팀원도 격려하며 혼신의 힘을 다하기에 힘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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