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에서] 근현대사 비중이 77%?

김연주 사회정책부 차장 2023. 4. 11.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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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 고교 한국사 교과서 대다수가 북한 김정은을 미화하거나 북한 현실을 왜곡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고교생들이 배우는 ‘한국사’ 교과서를 읽어보면 많은 사람이 깜짝 놀란다. 과거 열심히 공부했던 삼국 시대, 조선 시대 내용은 거의 없고, 일제강점기 독립운동사나 80년대 민주화 운동 등 최근 역사 분량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실제로 문재인 정부 시절 검정을 통과해 2020년부터 학생들이 배우는 현행 고교 교과서는 크게 네 주제로 이뤄져 있는데, 첫째 ‘전근대 한국사의 이해’는 선사 시대부터 19세기 전반까지를 다루고, 나머지 세 주제는 ‘근대 국민국가 수립 운동’ ‘일제 식민지 지배와 민족 운동의 전개’ ‘대한민국 발전’으로 개항 이후 근현대사를 다룬다. 큰 주제를 놓고 보면 넷 중 셋(75%), 작은 주제는 26가지 중 20가지(77%)가 근현대사다. 5000년 한국사 가운데 150년 남짓한 내용에 교과서 대부분을 할애한 것이다.

교과서의 근현대사 비중이 논란이 된 건 노무현 정부 때다. 이전 교과서는 근현대사 분량이 50% 미만이었는데, 노무현 정부는 근현대사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면서 ‘근현대사’ 과목을 아예 별도 선택과목으로 개설해 교과서를 만들었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는 다시 50% 정도로 줄였다가, 문재인 정부 때 다시 77%까지 높아졌다.

그러잖아도 한국사는 대입 필수인데 고등학생들이 근현대사만 집중적으로 배우는 건 지나치다는 지적이 많다. 학교 현장 교사들은 이런 교육과정 때문에 일제 시대와 민주화 운동에 대해선 시시콜콜한 것까지 잘 아는 반면 고구려, 백제, 신라의 수도가 어딘지도 모르는 학생이 늘고 있다고 지적한다.

무엇보다 문제는 이렇게 근현대사 비중이 높다 보니 학생들이 아직 역사적 평가가 제대로 끝나지 않은 내용을 기정사실인 양 배운다는 점이다. 예컨대 현행 교과서들은 불과 6~7년 전 박근혜 정부 때 촛불 시위와 대통령 탄핵을 다룰 뿐 아니라, 직전 문재인 정부 때 남북 관계에 대해서도 많은 분량을 할애해 설명한다. 김정은 집권 이후 최근 10여 년간 북한 경제가 안정됐다고 서술하거나, 남북 관계도 좋아졌다고 서술한다. 아직 역사적 평가가 끝나지도, 진영 간 합의가 이뤄지지도 않은 최근 정부 일까지 다루다 보니 교과서 내용을 놓고 사회적 갈등이 벌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런 문제를 해결해야 할 교육부는 “어느 정권까지 교과서에 실을지는 검정 심사 기준에도 없고 집필자들 자율로 결정할 수 있다”는 얘기만 반복하고 있다. 하지만 역사학계에선 교육부가 교육과정을 고쳐 근현대사 비중을 줄이는 동시에 사회적 합의를 통해 “최근 20~30년까지는 교과서에 싣지 않는다” 같은 지침을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근현대사 비중을 이대로 두는 것은 학생들의 한국사 교육을 책임져야 할 교육부의 책임 방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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