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협회 사면 후폭풍 가라앉히려면[이원홍의 스포트라이트]
이원홍 콘텐츠기획본부 기자 2023. 4. 11. 03:02
대한축구협회의 기습 사면 후폭풍이 계속되고 있다.
협회는 지난달 28일 각종 이유로 징계를 받았던 축구인 100명에 대한 사면을 발표했다가 여론의 집중적인 비난을 받자 사흘 뒤 긴급이사회를 열고 이를 철회했다. 스타플레이어 출신인 이동국 이영표 부회장은 물러났고, 이사진 28명이 일괄 사퇴하는 등 후유증을 앓았다.
협회는 이번 사면의 이유로 10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 및 2022년 카타르 월드컵 16강 진출을 자축하고 축구계의 화합과 새 출발을 위해 사면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사면 대상자 중에는 국내 축구계를 흔들었던 2011년 K리그 승부조작 가담자들이 대거 포함돼 있는 것이 알려지면서 거센 반발을 불렀다.
스포츠에 있어서 승부조작은 단순한 경기 결과 조작 이상의 상징성을 갖고 있다. 정해진 규칙에 따라 승부를 내는 스포츠 현장은 공정한 규칙 집행과 그에 대한 승복을 확인하는 무대이기도 하다. 스포츠의 여러 가치 중에서도 ‘페어플레이’가 첫손에 꼽히는 것은 그것이 우리 사회 전반에 걸쳐 필요한 덕목이고, 반드시 지켜져야 할 요소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이는 우리 사회 전체를 지탱하는 법과 질서 앞에서 공정함과도 연계된다. 많은 팬 앞에서 일상적으로 펼쳐지는 스포츠는 이러한 공정함이 우리의 일상 속에서 매 순간 점검받고 오류 없이 작동하고 있음을 확인시켜 주는 역할도 한다.
승부조작을 시도했던 선수들은 이러한 믿음의 근간들을 훼손했다. 이들은 경기 중 태클로 옐로카드를 받는 식의 단순한 규칙 위반자가 아니다. 충실히 규칙을 지키려 했던 다수의 공정한 노력을 헛수고로 만들며 규칙의 존재 자체를 무의미하게 만들려 했던 규칙 파괴자들이다. 한마디로 협회는 자신에 대한 믿음의 뿌리를 흔든 자들을 사면하려 한 것이고, 이에 대해 어이없어 한 팬들이 나서서 이를 말린 모양새가 됐다.
승부조작의 심각성을 협회 자체가 모르지 않았을 텐데 협회는 왜 이와 관련된 자들에 대한 사면을 진행하려 했을까.
물론 축구계 일각에서 승부조작에 연루돼 선수 생명이 끊긴 이들에 대한 개인적인 동정심이 있었던 건 사실이다. 화려했던 과거에서 추락해 생계조차 막막한 현실에 부딪힌 일부 선수에 대한 안타까움을 담은 대화가 사석에서 오가고는 했다. 그러나 이러한 개인적인 감정들이 승부조작이라는, 축구계 전체의 공멸을 가져올 검은 시도를 한 데 대한 면죄부가 될 순 없다는 것을 다들 알고 있었다. 사적인 감정으로 공적인 판결을 훼손해서는 안 된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상식이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이 입수해 공개한 바에 따르면 승부조작 관련자 외에도 금전비리 및 선수 심판 폭력행위 가담자 등도 사면 대상자에 포함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제 협회의 사면 시도에 대한 의혹은 사면 대상자들 중 아직까지 협회에 입김을 넣을 수 있는 인물들이 있었고, 협회가 어떤 이유에서인지 이들을 다시 끌어들일 필요가 있었던 것은 아닌지로 번지고 있다.
이쯤에서 정말 궁금해지는 건 무슨 논리로 사면이 진행됐는지, 어떤 과정을 거쳐 이사회가 결정을 내렸는지다. 이를 위해 협회는 무엇보다 이사회 의사록 공개를 비롯해 의사결정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할 필요가 있다.
어떤 일이 있었기에 상식에 반하는 결정을 내리면서도 그 많던 이사진이 거의 입을 다물었는지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만일 이사들도 어쩌지 못한 어떤 힘과 의도가 개입했다면 이를 차단할 수 있는 방법은 있는지 또는 이사들 대부분이 비판의식 없이 단순 거수기 역할을 해왔다면 이를 개선할 방법은 있는지 등을 살펴봐야 할 것이다.
협회가 의사결정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는다면 협회의 사면 결정을 둘러싼 각종 억측과 의혹은 자꾸 커질 것이다. 또한 이런 상황은 이사진의 일괄 사퇴가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을 지키기 위한 꼬리 자르기에 불과하다는 비판에 더욱 힘을 실어줄 수 있다.
따라서 이와 관련된 자료와 과정을 모두 공개하고 진솔한 사과와 개선 의지를 보여야 이번 사안에 대한 의혹을 해소하고 팬들의 신뢰를 되찾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이러한 과정을 거쳐야만 협회 내부의 의사결정 시스템을 객관적으로 들여다보고 개선할 기회도 얻을 수 있다.
협회는 지난달 28일 각종 이유로 징계를 받았던 축구인 100명에 대한 사면을 발표했다가 여론의 집중적인 비난을 받자 사흘 뒤 긴급이사회를 열고 이를 철회했다. 스타플레이어 출신인 이동국 이영표 부회장은 물러났고, 이사진 28명이 일괄 사퇴하는 등 후유증을 앓았다.
협회는 이번 사면의 이유로 10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 및 2022년 카타르 월드컵 16강 진출을 자축하고 축구계의 화합과 새 출발을 위해 사면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사면 대상자 중에는 국내 축구계를 흔들었던 2011년 K리그 승부조작 가담자들이 대거 포함돼 있는 것이 알려지면서 거센 반발을 불렀다.
스포츠에 있어서 승부조작은 단순한 경기 결과 조작 이상의 상징성을 갖고 있다. 정해진 규칙에 따라 승부를 내는 스포츠 현장은 공정한 규칙 집행과 그에 대한 승복을 확인하는 무대이기도 하다. 스포츠의 여러 가치 중에서도 ‘페어플레이’가 첫손에 꼽히는 것은 그것이 우리 사회 전반에 걸쳐 필요한 덕목이고, 반드시 지켜져야 할 요소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이는 우리 사회 전체를 지탱하는 법과 질서 앞에서 공정함과도 연계된다. 많은 팬 앞에서 일상적으로 펼쳐지는 스포츠는 이러한 공정함이 우리의 일상 속에서 매 순간 점검받고 오류 없이 작동하고 있음을 확인시켜 주는 역할도 한다.
승부조작을 시도했던 선수들은 이러한 믿음의 근간들을 훼손했다. 이들은 경기 중 태클로 옐로카드를 받는 식의 단순한 규칙 위반자가 아니다. 충실히 규칙을 지키려 했던 다수의 공정한 노력을 헛수고로 만들며 규칙의 존재 자체를 무의미하게 만들려 했던 규칙 파괴자들이다. 한마디로 협회는 자신에 대한 믿음의 뿌리를 흔든 자들을 사면하려 한 것이고, 이에 대해 어이없어 한 팬들이 나서서 이를 말린 모양새가 됐다.
승부조작의 심각성을 협회 자체가 모르지 않았을 텐데 협회는 왜 이와 관련된 자들에 대한 사면을 진행하려 했을까.
물론 축구계 일각에서 승부조작에 연루돼 선수 생명이 끊긴 이들에 대한 개인적인 동정심이 있었던 건 사실이다. 화려했던 과거에서 추락해 생계조차 막막한 현실에 부딪힌 일부 선수에 대한 안타까움을 담은 대화가 사석에서 오가고는 했다. 그러나 이러한 개인적인 감정들이 승부조작이라는, 축구계 전체의 공멸을 가져올 검은 시도를 한 데 대한 면죄부가 될 순 없다는 것을 다들 알고 있었다. 사적인 감정으로 공적인 판결을 훼손해서는 안 된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상식이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이 입수해 공개한 바에 따르면 승부조작 관련자 외에도 금전비리 및 선수 심판 폭력행위 가담자 등도 사면 대상자에 포함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제 협회의 사면 시도에 대한 의혹은 사면 대상자들 중 아직까지 협회에 입김을 넣을 수 있는 인물들이 있었고, 협회가 어떤 이유에서인지 이들을 다시 끌어들일 필요가 있었던 것은 아닌지로 번지고 있다.
이쯤에서 정말 궁금해지는 건 무슨 논리로 사면이 진행됐는지, 어떤 과정을 거쳐 이사회가 결정을 내렸는지다. 이를 위해 협회는 무엇보다 이사회 의사록 공개를 비롯해 의사결정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할 필요가 있다.
어떤 일이 있었기에 상식에 반하는 결정을 내리면서도 그 많던 이사진이 거의 입을 다물었는지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만일 이사들도 어쩌지 못한 어떤 힘과 의도가 개입했다면 이를 차단할 수 있는 방법은 있는지 또는 이사들 대부분이 비판의식 없이 단순 거수기 역할을 해왔다면 이를 개선할 방법은 있는지 등을 살펴봐야 할 것이다.
협회가 의사결정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는다면 협회의 사면 결정을 둘러싼 각종 억측과 의혹은 자꾸 커질 것이다. 또한 이런 상황은 이사진의 일괄 사퇴가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을 지키기 위한 꼬리 자르기에 불과하다는 비판에 더욱 힘을 실어줄 수 있다.
따라서 이와 관련된 자료와 과정을 모두 공개하고 진솔한 사과와 개선 의지를 보여야 이번 사안에 대한 의혹을 해소하고 팬들의 신뢰를 되찾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이러한 과정을 거쳐야만 협회 내부의 의사결정 시스템을 객관적으로 들여다보고 개선할 기회도 얻을 수 있다.
이원홍 콘텐츠기획본부 기자 blues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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