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아의 아트 스토리] [474] 파리 엑스포

우정아 포스텍 교수·서양미술사 2023. 4. 11.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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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67년 4월 1일, 프랑스 파리의 샹드마르 광장에서 엑스포가 막을 올렸다. 지금은 에펠탑이 서있는 그 자리에 가로 500m가 넘는 타원형 주 전시장이 위용을 뽐내며 서 있었다. 최신의 기술, 최상의 제품, 최고의 예술을 한데 모아 선보이는 기회였던 만큼 각국에서 참여한 출품 회사 숫자가 5만개를 가뿐히 넘겼다. 전시 중에는 수많은 메달과 상이 수여되지만, 금메달은 오직 2%만 받을 수 있는 최고의 영예였다. 그중 미국 피아노 회사 스타인웨이가 금메달을 받았다. 158개 제조사에서 피아노 338대를 전시한 중에 이룬 쾌거였다.

아메데 드노에, '파리 엑스포에서 스타인웨이 피아노 소리를 듣고 피아니스트가 되겠다는 광풍이 일다'. 1867년 8월 10일 자 '하퍼스 위클리’ 게재

미국 뉴욕에서 발행되던 주간지 ‘하퍼스 위클리’에 프랑스 삽화가 아메데 드노에(Amédée de Noé·1818~1879)가 수상 당시 스타인웨이의 인기를 생생하게 보여주는 소동을 그려냈다. 제목 그대로 스타인웨이 소리를 한번 듣고 나자 너도나도 매니아가 되어 피아니스트가 되겠다며 난리 법석이다. 당시 스타인웨이는 독일인 슈타인베크가 미국으로 이민해 세운 지 10년이 갓 넘은 신생회사였고, 최고급 피아노는 영국 제조사들의 전유물이었다. 하지만 독자 개발한 혁신 기술을 여럿 보유했던 스타인웨이의 소리는 확실히 탁월했다. 작곡가 베를리오즈는 엑스포에 전시된 그랜드 피아노를 쳐보고 “아름답고 고귀한 공명”이라며 감탄했고, 바로 그 피아노를 로칠드가(家)에서 사갔다.

오늘날 세계 유명 연주장의 콘서트용 피아노 중 98%가 스타인웨이라고 한다. 오랜 세월을 거치며 소유주는 몇 차례 바뀌었으나 지금까지 명성을 유지한 건 탁월한 품질과 더불어 세계 만방에 명품 브랜드 이미지를 각인해 준 파리 엑스포 덕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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