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규홍의 큰 나무 이야기] 조국 해방을 위해 백범이 심은 나무
1898년 인천감옥 탈옥에 성공한 열혈청년 김창수는 이름을 ‘김구’로 바꾸고 떠돌이 생활을 하던 끝에 중국으로 건너가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중심으로 조국광복 투쟁을 이어갔다. 신고의 세월을 보내던 김구는 침략의 무리가 이 땅에서 물러가자 조국에 돌아왔다.
미완의 해방을 완성하기 위해 대중 활동을 시작한 김구는 중국에 가기 전에 3년 동안 원종(圓宗)이라는 법명으로 승려 생활을 했던 공주 마곡사를 찾았다. 절집에서 하루 머무른 뒤 그는 조국의 완전한 광복을 염원하는 마음으로 절집 마당에 나무를 심었다. 지나온 일들을 ‘영원히 잊지 않겠다’는 마음을 다지며 무궁화 한 그루와 향나무 한 그루를 절집 마당에 심었다고 그는 <백범일지>에 기록했다.
그가 심은 무궁화는 이제 찾아볼 수 없지만, 그때 심은 향나무가 아직 마곡사 경내에 잘 살아남았다. 이른바 ‘백범 향나무’(사진)다. 사람의 뜻을 하늘까지 전하는 상서로운 향을 가진 나무라는 이유에서 선조들이 아끼며 키워온 나무다.
80년이 채 안 된 이 향나무는 나무높이 5m, 가슴높이 줄기둘레는 1m 미만에 불과하다. 크기도 작을뿐더러 늙은 태도 나지 않는 어린 나무다. 하지만 독립투사의 강직함을 간직하고 자란 ‘백범 향나무’는 천연기념물급의 늙은 향나무에 견주어도 그 늠름한 기품에서 결코 뒤지지 않는다. 형태로 남지 않은 사람의 한이 나무 안에 고스란히 남은 때문이리라.
충남 불교의 중추를 담당해온 마곡사는 빼어난 자연환경을 갖춘 고찰이다. 공주 남동쪽의 갑사가 가을에 아름다운 절이라면, 북서쪽의 마곡사는 봄에 더 아름답다 하여 예로부터 ‘춘마곡-추갑사(春麻谷-秋甲寺)’라고 했다. 봄 무르익어가는 이즈음의 풍광이 가장 아름답다는 이야기다. 풍광뿐 아니라, 이 땅의 광복을 염원한 한 사내의 처절한 염원이 담긴 절집으로도 함께 기억해야 할 절집이 마곡사다.
마침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기념일이다. 우리네 역사 속에 큰 화두로 남은 ‘백범 향나무’ 앞에서 지금 우리가 처한 사정을 곰곰 돌아볼 일이다.
고규홍 나무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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