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영화숙 인권유린 진상조사, 국가기관 먼저 나서라

2023. 4. 11.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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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제복지원 못지 않은 인권유린 시설이었던 영화숙과 재생원 피해에 대한 진상조사 속도가 너무 느리다.

피해자들은 지난해 11월 2기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화위)에 진실규명을 요청했다.

부산시가 영화숙·재생원 피해자 지원 조례는 만들어 놓고 정작 가장 중요한 피해 사실에 대한 조사는 소극적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영화숙·재생원 피해자는 지금까지 드러난 건 십수명이지만 실제로는 수백 수천명에 이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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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화해위원회 존재 이유 여기에…부산시도 ‘조례’ 취지 살릴 방안 찾길

형제복지원 못지 않은 인권유린 시설이었던 영화숙과 재생원 피해에 대한 진상조사 속도가 너무 느리다. 피해자들은 지난해 11월 2기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화위)에 진실규명을 요청했다. 신청자는 7명이다. 그러나 진화위는 6개월 가깝도록 이 문제를 조사할지 말지 결정을 못한 상태다. 피해자들이 국가기관으로부터 피해 사실을 인정받지 못하면 명예회복은 물론이고 현존하는 구제책도 무용지물이 된다. 공권력에 의한 인권침해로 인생이 송두리째 날아갔는데 사과나 배상을 요구할 대상도, 방법도 없어지는 것이다.

국가 폭력의 진실을 밝히고자 출범한 기구가 진화위다. 진화위가 정한 5가지 조사 범주에는 ‘1945년 8월 15일부터 권위주의 통치시까지 위법 또는 현저히 부당한 공권력의 행사로 인하여 발생한 사망 상해 실종 사건, 그 밖에 중대한 인권침해 사건과 조작의혹 사건’이 들어있다. 1960~70년대 부랑인을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멀쩡한 사람을 가둬 폭행하고 강제노역을 시키며 목숨까지 빼앗은 영화숙·재생원 사건이 바로 여기 해당한다. 부랑인 수용시설은 전국적으로 공식 집계된 것만 36곳이고 더 많을 수도 있다. 진화위는 2년 전 집단수용시설 문제를 조사발표한 적 있어 실태를 잘 아는데도 영화숙·재생원에 대해선 미적거린다는 인상을 주는 게 의아하기만 하다. 늦어도 6월까지 결론을 낸다는 입장이라지만, 조사 대상이 아니라는 결정이 나올 가능성도 없지 않아 피해자들이 애를 태운다.

규명 책임을 국가기관에 미룬 채 자체 조사에 미온적인 부산시도 답답하다. 형제복지원처럼 사회적 관심이 높은 사건은 추진위원회를 별도로 꾸렸던 전례가 있다. 부산시가 영화숙·재생원 피해자 지원 조례는 만들어 놓고 정작 가장 중요한 피해 사실에 대한 조사는 소극적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조례는 지난 5일 발효됐다. 영화숙과 재생원은 민간시설이지만 국가와 지자체의 묵인 혹은 적극적인 뒷받침이 있었기 때문에 존재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사건 현장이 부산이고 이들 시설과 관공서 사이에 오간 공문서가 존재한다. 의지의 문제다.

영화숙·재생원 피해자는 지금까지 드러난 건 십수명이지만 실제로는 수백 수천명에 이를 수 있다. 피해 사실을 입증할 방법은 본인 기억, 동료 증언, 관련 자료 뿐이다. 유년기에서 성인으로 성장하기까지 비정상적 과정에 있었던 사람의 기억은 불완전할 수밖에 없다. 주변인 증언도 마찬가지다. 수십년 전 자료가 완벽하게 남아 있을 확률도 낮다. 피해자 상당수는 고령이거나 건강이 좋지 않다. 고통을 안고 이미 사망한 사람도 많을 것이다. 기억이 더 사라지기 전에 피해자와 물증을 찾는 게 국가가 할 일이다. 국가가 저지른 범죄에 대한 증명 책임을 피해자에게 전가하는 건 더 말이 안 된다. 진화위와 부산시는 이번 기회에 전면적인 실태조사를 벌여 피해 구제와 일상 회복을 도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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