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사일언] AI의 멋진 거짓말

이진혁 출판편집자 2023. 4. 11.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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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허예진

대화형 인공지능 챗GPT가 화제다. 간단한 채팅으로 양자 컴퓨터에 대한 설명부터 생일 축하 아이디어까지 얻을 수 있다니 ‘멋진 신세계’라 할 만하다. 어느 무료한 오후, 궁금증이 발동해 근무지와 거주지를 비롯한 몇 가지 정보를 입력한 다음 나에 대해 알려달라고 했다. 그랬더니 지체 없이 장문의 메시지가 출력됐다. ‘이진혁은 1954년 서울 출생으로(실제로는 대구 출생이고 그보다 30년 이상 젊다) 문학을 전공했으며(사회과학 전공이다) 여러 권의 베스트셀러를 기획·편집한 다음(그랬다면 얼마나 좋을까) 2012년 간암으로 사망했다(뭐라고?)’라고 되어 있었다.

챗GPT를 탓해야 할지 알려놓은 명성이라곤 없는 삶을 탓해야 할지 망설이던 순간, 문득 괘씸해졌다. 모르면 모른다고 할 것이지 왜 이런 가짜 정보를 주는가 말이다. 챗GPT 사용을 법으로 금지한 이탈리아 사례에 나도 모르게 고개가 끄덕여지기도 했다. 그러다 정지돈 소설가가 챗GPT와 공동 창작한 소설 작품을 발견했다. ‘창의성’은 인간 고유의 영역이라 여겨왔는데 이미 인공지능과 함께 만든 텍스트가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 거짓말 또한 창조의 한 영역일진대, 인공지능을 그저 복종하는 도구로만 생각해온 편협함에 대해서도 곰곰 생각해보게 되었다.

이탈리아와 달리 한국 국회는 ‘선(先)허용·후(後)규제’를 골자로 하는 인공지능법안을 마련했다. 이를 두고 여러 시민단체가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물론 개인정보 유출 및 가짜 정보 생산 등 부작용은 경계해야 한다. 하지만 덮어놓고 막는 것이 글로벌 스탠더드라는 식은 인공지능에 대한 몰이해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문제가 있다면, 애초에 인터넷상의 정보를 여과 없이 ‘사실’로 믿어온 문화에 있을지언정 챗GPT의 거짓말에는 죄가 없다. 그리고 그 거짓말에서 새로운 가능성이 태동하고 있음을 이제 모두가 인정해야 한다.

※ 정지돈 소설 ‘끝없이 두 갈래로 갈라지는 복도가 있는 회사’는 인터넷 검색을 통해 감상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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