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경제 항산항심] 주식시장의 빅쇼트! 주식선물과 옵션

박찬수 한국거래소 파생상품시장본부 본부장보 2023. 4. 11.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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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수 한국거래소 파생상품시장본부 본부장보

최근 실리콘밸리은행(SVB)과 크레디트스위스(CS) 등 글로벌 은행의 파산으로 2007년 금융위기 전개 과정을 회고하게 된다. 2016년 개봉된 영화 ‘빅쇼트(The Big Short)’는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부실한 주택대출로 촉발된 대형 은행의 파산과 경제적 파급 과정을 설명한 논픽션 영화이다. 대략적인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펀드운용자인 마이클 버리(크리스찬 베일 역), 마크 바움(스티브 카렐 역)과 트레이더인 벤 리커트(브래드 피트 역)는 주택시장 활황기에 대출된 주택담보대출(모기지)의 부실 가능성을 예상한다. 담보주택에 대한 저당채권들을 모아서 증권화한 모기지증권(MBS)과 이를 재그룹하여 증권화한 부채담보부증권(CDO)에 대해 매도(short) 포지션을 취하고자 한다. 이들 모기지증권의 공매도가 불가능하여 대체재로 새로운 장외파생상품인 신용부도스왑(CDS) 계약을 대형은행과 체결한다. CDS계약으로 펀드운용자들은 기초자산인 모기지증권 부도 시 증권 전액(일종의 보험금)을 보상받고 대신 정기적으로 대형은행에 액면의 4~10% 프리미엄(일종의 보험료)을 납부한다. 2007년 하반기부터 주택가격이 하락하면서 대출 부도율이 점차 증가했고, 이들 대출에 연관된 모기지증권(MBS, CDO)의 가치도 하락했다. 반면 모기지증권에 기초한 CDS 가치는 급상승했다. 이로 인해 주택시장에 매도포지션을 취한 영화 속 펀드운용자들은 투자 원금(프리미엄) 대비 엄청난 수익을 얻었으나, 대형은행은 대규모 손실을 보았고 일부는 파산했다.

이들 펀드운용자처럼 자산 가치 하락 시 해당 자산을 매도하는 것을 영화 제목처럼 쇼트(short)라 하고 매수하는 것을 롱(long)이라 한다. ‘쇼트’는 증권시장의 쇼트 셀링(short selling, 공매도)에서 유래돼 금융시장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다. 공매도는 주가 하락 예상 시 매도할 보유주식이 없는 경우 타인의 주식을 빌려서 파는 거래다. 이런 거래는 17C 유럽에서 시작돼 현재까지 글로벌 주식시장에서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최근 국내 주식시장에서는 공매도거래의 허용 여부가 매우 큰 이슈다. 정부는 코로나 발생으로 주가가 급락한 2020년 3월에 모든 주식에 대해 공매도거래를 금지했다. 글로벌 선진 주식시장에서도 2020년 상반기에 단기간 공매도거래를 금지했다가 전면 허용한 바 있다. 국내는 해외 선진시장에 비해 늦은 2021년 5월 초에 대형주 위주로 부분적으로 공매도거래를 허용했다.

선진국과 달리 국내 주식시장에서 공매도를 금지한 배경에는 외국 기관투자자들과 개인투자자 간의 주식 차입 여건에 기인한다. 신용도가 높아 주식 차입이 용이한 외국 투자자들에 의해 대부분의 공매도거래가 이루어지고, 개인투자자들의 참여는 미미하기 때문이다. 또한 공매도거래가 증가할수록 주가 하락을 우려하는 투자자 심리를 반영한 결과이기도 하다. 하지만 공매도거래는 과도하게 주가가 높아지는 버블현상을 방지하고 주가 하락의 위험관리 수단이기도 하다. 공매도로 인한 주가 하락 효과가 크지 않음을 입증한 논문도 다수 발표됐고, 공매도거래를 금지하는 선진 주식시장도 거의 없다.

공매도가 어려운 개인투자자들은 영화 속 펀드운용자처럼 대체상품으로 매도포지션을 취하는 것이 현명한 투자방법이라 생각된다. 주식선물과 주식옵션은 개인투자자에게 매우 유용한 공매도 대체상품이다. 이들 상품은 공매도에 필요한 주식 차입 없이 바로 주식을 팔(short) 수 있다. 국내 파생상품시장에는 현재 삼성전자 등 대형주를 포함하여 177개 주식선물과 42개 주식옵션이 거래되고 있다. 3월 말 공매도 비중이 높은 주식인 OCI, HMM, 아모레퍼시픽, 호텔신라, 카카오뱅크, 위메이드 등의 주식도 보유나 차입 없이 주식선물로 매도할 수 있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선진국 시장에서는 주식선물과 주식옵션을 이용하는 개인투자자들이 급증하고 있다. 실물 주식거래나 공매도거래에 비해 10% 내외의 낮은 금액으로 직접 온라인 거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 투자자들도 주식선물과 주식옵션의 투자 활용도를 높여서 공매도로 인한 사회적 논쟁을 조기 종식하고, 공정한 주가 형성과 자본시장 선진화에 일조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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