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에세이] 독일의 탈핵 완성과 우리 언론
지난 달 30일 독일은 환경장관의 기자회견을 통해 마지막으로 가동 중이던 3곳에서의 핵발전을 4월 15일 자정에 중단함으로써 탈핵을 완성한다고 발표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본격적으로 추진해 온 노력이 드디어 결실을 맺는 것이다. 또한 독일은 앞으로 10여 년간 ‘원전 철거’라는 또 다른 도전에 직면하고 있음을 알리면서, 철거 이후 남은 핵폐기물은 앞으로 3만 세대 동안 위험 요소로 남게 될 것이라고 했다. 현재 16곳에 지상 핵폐기물 중간처리장이 마련돼 있지만 핵폐기물안전처리청장은 최종처리장에 저장함으로써 진정한 탈원전이 완성될 것이라고 말했다. 에너지 선진국 독일다운 철저함을 볼 수 있다.
그런데 독일의 탈핵 완성은 당초 2022년 말에 계획돼 있었다. 그러나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와 전쟁을 벌이면서 겨울철 에너지 대란이 예상되자 몇 달 연기한 것이다. 이처럼 탈핵이 연기되자 우리나라의 많은 언론들은 마치 독일의 ‘탈핵 정책의 유턴’이니, ‘원전 포기하면 재앙 온다’는 자극적인 제목으로 탈핵 정책이 완전히 실패한 것처럼 보도하기에 열을 올렸다. 윤석열 정부의 핵발전 확대 정책을 밀어주고 싶었던 여러 언론들에게 독일의 상황은 절호의 기회였다. 그런데 환경운동연합의 발표에 의하면 국내 언론의 호들갑과는 달리 독일에서는 이미 90%가 넘는 발전소의 문을 닫은 상태이며 핵발전이 전체 발전량의 5%만을 담당하고 있었기 때문에 탈핵 및 재생에너지 정책을 실패로 보고 있지 않았으며 탈핵의 합의는 매우 강력했다고 한다.
사실 전 정부의 탈핵 정책에 대해 비판적이었던 우리나라의 보수 언론들은 2019년에도 대표적인 독일의 시사 주간지 ‘슈피겔’지가 5월 4일 ‘독일의 대실수’란 제목의 기사에서 메르켈 총리의 에너지전환 정책이 실패할 위기에 처했다고 보도한 적이 있다. 그런데 실제로 ‘슈피겔’지의 기사는 전혀 달랐다. 기사의 주된 내용은 첫째로 독일의 실수란 재생에너지 발전소와 송전망 확대가 부진해 실패의 위기에 처했다는 것이었다. 둘째로 친환경 에너지를 이용해 전력뿐만 아니라 교통 건물 산업 영역까지 확대하라는 것이었다. ‘슈피겔’지가 독일 에너지 전환을 비판했다는 것은 맞지만 보수 언론들이 보도한 내용과는 정반대의 비판이었던 것이다. 이미 오래전부터 해외 언론들의 기사를 직접 원문으로 읽고 확인할 수 있는 게 현실임에도 이처럼 자신들의 입맛대로 과장 왜곡 보도를 일삼는 사례를 여전히 자주 볼 수 있다는 게 너무나 안타깝다.
그럼 우리나라 현 정부의 에너지 정책을 살펴보자. 발전비율에 있어서 2030년까지 신재생 에너지는 기존 30.2%에서 21.5%로 8.7% 포인트 하향한 반면, 핵발전의 경우 23.9%에서 32.8%로 무려 8.9% 포인트 상향 조정했다. 이것은 2019년 세계 평균 재생에너지 발전비율(10.39%)이 핵발전 비율(10.35%)을 초과하기 시작한 것을 볼 때, 그리고 재생에너지 비율이 같은 해 기준으로 영국 12.24%, 미국 10.42%, 일본 7.69%에 비해 한국은 3.36%로 OECD 꼴찌를 달리고 있다는 점에서 분명 역주행하는 심각한 처사다.
재생에너지에 있어 이미 각국의 막대한 투자로 단점으로 지적되던 효율이나 단가 부분에서 많이 개선된 것이 사실이다. 지금까지 인류가 목표를 가지고 노력했을 때 성공하지 못한 사례가 거의 없다는 것을 생각하면 빠른 시간 안에 재생에너지는 가장 중요한 에너지원이 될 것이 분명하다. 이는 재난 상태에 이른 기후 위기 상황에서 당연한 일이며 인류의 의무이다.
우리와 환경적인 조건에서 그다지 다르지 않은 독일에서의 탈핵 완성은 결코 기적이 아니다. 우리도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독일의 행동은 우리에게 오히려 행운이다. 그들을 따라 하면 되기 때문이다. 정책은 표절도 저작권도 없다. 꼭 필요한 정책은 따라 해도 표절 시비가 일지 않는다. 일차적으로 정부가 탈핵으로 정책을 전환해야 마땅하지만 미지근했던 전 정부의 탈핵 정책마저 실책으로 몰고 가려는 언론들의 행태 또한 바뀌지 않으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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