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기 식은 靑 개방 1년… 콘텐츠는 내부에 있다[기자수첩]
다음 달 청와대 개방 1주년을 앞두고 문화체육관광부가 10일 청와대 활용 방안을 발표했다. 역사와 문화, 자연이 공존하는 복합 공간이자 관광 랜드마크로 조성한다는 내용이다. 대통령 역사, 문화예술, 문화재, 수목 등 네 가지 핵심 콘텐츠를 갖고 전시, 공연, 탐방 프로그램을 준비한다는 것이 골자다.
새로운 내용은 딱히 없다. 오히려 빠진 것이 눈에 들어온다. 영빈관 등 주요 공간을 미술관으로 활용하겠다던 당초 계획이다. 박보균 문체부 장관은 지난해 7월 청와대 활용 계획을 발표하면서 “본관과 관저 등은 상설 미술 전시장으로, 영빈관은 기획 전시장으로 꾸미겠다”고 했었다. 발표 직후부터 “애초 미술관 용도로 건축되지 않은 공간이라 내부 변경이 불가피해 원형 훼손 우려가 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결정적인 변수도 작용했다. ‘용산 시대’가 시작된 이후 국빈 만찬 등에 청와대 영빈관을 대체할 장소를 물색해오던 대통령실이 지난해 12월부터 공식 행사장으로 영빈관을 쓰고 있기 때문이다.
우왕좌왕하다 원점으로 돌아왔다. 활용 방안에 대한 뚜렷한 밑그림 없이 부처 간 업무 혼선이 빚어졌고, 개방 직후부터 관리를 맡았던 문화재청에서 지난달 31일 자로 문체부가 새 관리 주체가 됐다. 뜨거웠던 국민적 관심도 식었다. 최고 권력자의 내밀한 공간을 볼 수 있다는 호기심에 몰려들었던 인파도 급격히 줄었다. 개방 직후 한 달 만에 77만명을 돌파했던 관람객 수는 꾸준히 감소해 지난 1월 10만명대까지 떨어졌다. 부산에서 올라와 관람했다는 60대 여성은 “청기와 건물과 대통령 집무실, 접견실과 만찬장 등을 보면서 ‘와~’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다시 방문할 생각은 없다”고 했다.
청와대는 고려 남경 때부터 조선 시대, 일제강점기를 거쳐 현대사에 이르기까지 온갖 영욕의 역사를 간직한 공간이다. 파란만장한 권력이 흥하고 망한 흔적과 역사, 스토리 자체가 사람들이 이 공간에서 가장 희구하고, 또 빛을 발할 콘텐츠라는 얘기다. 이벤트성 전시나 일회성 공연에 몰두할 게 아니다. 관람객들이 두 번 이상 찾고 싶은 매력적 관광지로 어떻게 만들어갈지, 답은 이미 나와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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