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낙 오영환 총선 불출마… “진영 논리 갇혀 정치 못바꿨다”

김경화 기자 2023. 4. 11.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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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1년 앞두고 野 계파 대립 심화
22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더불어민주당 오영환(오른쪽) 의원이 10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이재명 대표와 악수하고 있다. 오 의원은 이날 “국회가 국민께 안정과 신뢰를 드렸는지 이제는 돌아봐야 할 때”라며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오영환 의원(35·경기 의정부갑)이 10일 22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소방관 출신인 오 의원은 중도 성향 친이낙연계로, 총선을 1년 앞두고 초선 의원으로는 처음 용퇴했다. 그는 불출마 회견에서 여야 극단의 대립 정치와 ‘개딸’로 상징되는 당내 계파 간 대립을 우회적으로 지적했다.

오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이제 저는 국민을 위해 헌신하던 저의 사명, 제가 있던 곳이자 제가 있어야 할 곳인 국민의 곁을 지키는 소방관으로 돌아가고자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를 위해 임기가 끝나면 다시 소방관 시험을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오 의원은 불출마 배경에 대해 “지난해 3명의 소방관 순직과 영결식이 끝난 뒤, 노력에도 불구하고 한발 늦은 현실에 절망했다”면서, 지난 3년간 순직한 소방관들의 이름을 호명했다. 오 의원은 21대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 인재 영입으로 정치에 입문, 최초의 소방관 출신 국회의원이 됐다.

오 의원은 특히 ‘극단적 진영 논리’와 ‘정치 양극화’를 꼬집기도 했다. 그는 “오로지 진영 논리에 기대 상대를 악마화하기에 바쁜 정치 현실을 아무것도 바꾸지 못했다”며 “서로를 적으로 규정하고 배척하는 이들을 설득·조정해낼 정치적 역량을 제 안에서 결국 찾지 못했다”고 말했다. 한 수도권 중진 의원은 “총선 직전 지역구에 투입되면서 내내 지역구에서 갈등이 많았던 것으로 안다”면서 “친명·비명 갈등 속에 비주류 의원들이 안팎으로 어려움을 겪은 것도 무시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당내에서도 오 의원의 불출마 결심은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당 지도부도 회의 중 이 소식을 전해 듣고 뒤늦게 배경 확인에 나섰던 것으로 알려졌다.친명계 핵심 의원은 “어제 밤 의정부 지역 인사를 통해 알게 돼 만류했는데 오 의원의 의지가 확고했다”고 말했다. 비주류계 중진 의원도 이날 아침 설득에 나섰지만 불발됐다고 한다. 민주당 현역 의원의 불출마 선언은 2020년 우상호 의원(4선·서대문갑)에 이어 두 번째다.당 관계자는 “잠시 소강 상태인 세대교체론에 탄력이 붙을 가능성도 있다”며 “총선 전 인적 쇄신은 여야 모두 불가피한 과제”라고 했다. 국민의힘 김웅 의원은 페이스북에 오 의원 불출마에 대해 “민주당에서 유이하게 탐나던 젊은 국회의원”이라며 “물러나야 할 사람은 안 물러나고 미래 인재만 떠난다”고 썼다.

하지만 자진 용퇴 바람보다는 친명계를 중심으로 한 ‘비주류 지역구 사냥’이 더 활발한 모습이다. ‘후쿠시마 출장’을 주도한 양이원영(비례) 의원은 최근 거주지를 광명시로 옮기고 총선 모드에 들어갔다. 이 지역 현역은 양기대(초선) 의원으로, 지난 대선 경선 당시 이낙연 캠프에서 총괄수석부본부장을 지낸 바 있다. 역시 친낙계인 윤영찬 의원의 지역구 성남 중원에는 이재명 대표와 가까운 현근택 변호사가, 김종민 의원의 지역구 충남 논산·계룡·금산에는 황명선 전 대변인이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비명계 이상민 의원 지역구(대전 유성을)에는 이경 부대변인 출마설이 나오고, 비례대표 유정주 의원도 부천시정 지역구(현역 서영석) 출마를 공식화했다. 강성 친명계 인사들이 비명계 현역 지역구에 일찌감치 진지를 구축하는 흐름이다.

친명계 중심 원외 인사들은 이날 ‘더새로’ 포럼을 출범하고 당원 중심 민주당으로의 혁신, 권리당원의 현역 의원 평가 참여 보장, 현역 의원 단수공천 원칙 금지 등을 요구했다. 이 대표의 측근으로 구속된 정진상 전 실장의 변호인을 맡고 있는 조상호 민주당 법률위 부위원장, 부승찬 전 국방부 대변인, 현근택 변호사, 이경 부대변인 등이 이름을 올렸다. 당 관계자는 “총선 예비군들이 ‘당 혁신’을 내세워 공천 룰 투쟁에 나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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