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세금 흥정
디즈니플러스의 드라마 ‘카지노’(영어제목 Big Bet)가 큰 인기다. 드라마는 차무식(최민식)이라는 인물의 파란만장한 일대기를 그렸다. 찢어지게 가난한 어린 시절을 보낸 남자가 필리핀에서 카지노의 왕이 되지만 살인사건에 휘말리면서 모든 걸 잃은 후 벼랑 끝 베팅을 하는 이야기다.
차무식은 내일이 없는 것처럼 하루하루를 전력투구하며 살아가는 인간이다. 그는 탁월한 임기응변과 근성으로 상대방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불법 도박장을 여러 개 운영하다 80억원의 세금폭탄을 맞아 국세청 강민정(류현경) 팀장과 추징금을 두고 흥정하는 장면은 인상적이다. “내가 세금 안 내겠다는 게 아니라니까요. 조금 깎아 달라는 겁니다.” 결국 90%의 세금을 깎고 8억원만 내는 뛰어난 거래 능력을 보여준다.
이 드라마 때문에 요즘 일선 세무서에서 곤욕을 겪고 있다. 차무식이 그랬던 것처럼 세금을 깎아 달라는 민원이 늘었기 때문이다. 드라마에서 강민정은 “어차피 자료도 없고 소송에서 이기기 힘들어 깎아줄 수밖에 없다”고 한다. 이를 본 사람들이 ‘카지노’ 이야기를 하며 세금 흥정을 하는 것이다. 온라인에도 ‘카지노 차무식처럼 세금 조정할 수 있나?’ ‘세금을 90%나 깎아 주던데 가능한가?’ 등의 질문이 여러 건이다. 댓글에는 ‘90%까지는 아니어도 흥정이 가능하다’는 의견이 꽤 있다.
현실에서 세금 탕감은 안 된다. 세금은 흥정 대상이 아니다. 세금은 일단 결정하고 고지하면 5년 소멸시효가 지날 때까지 유예는 받아도 탕감 받을 수는 없다. ‘명백한 과세자료가 있는 한’ 차무식과 같은 납세자의 진술은 먹히지 않는다. 고지한 세액을 탕감하는 행위는 더욱 불가능하다.
과세 단계에서 결정적인 과세자료가 없다면 차무식처럼 사실 확인에 의해 과세할 수밖에 없는 한계는 있다. 국세청의 조세불복청구 중 과세전적부심사청구 처리 현황을 보면 2020년 2천546건, 2021년 2천545건, 2022년 2천289건 등 매년 2천건 넘는 불복청구가 제기되고 있다. 세금은 정확하게 부과하고, 제대로 거둬들여야 한다. 세금을 꼬박꼬박 내는 사람이 억울한 일은 없어야 한다.
이연섭 논설위원 yslee@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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