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아야, 우리가 꼭 음주운전 없는 세상 만들게”
‘승아야 편히 쉬어~ 그동안 고마웠어. 그리고 내가 너 몫까지 최선을 다할게…’
10일 오후 대전 둔산동 한 중학교 담장 밑에 국화 다발 수십 개가 쌓여 있고, 군데군데 손 글씨로 쓴 쪽지들이 붙어 있었다. 과자와 장난감도 곳곳에 놓였다. 지나던 학생들은 걸음을 멈추고 공책을 꺼내 가로수에 기대 편지를 적었고, 몇몇 시민은 고개를 숙이고 묵념하며 애도했다.
지난 8일 오후 만취한 운전자가 스쿨존을 덮친 사고 현장에서 목숨을 잃은 배승아(9)양을 추모하는 발길이 이틀째 이어지고 있다. 9일 새벽 배양이 병원에서 치료 도중 끝내 숨졌다는 소식이 전해진 이후다. 지나는 시민들은 너나 할 것 없이 각자 가져온 꽃과 직접 쓴 편지, 과자 등을 자리에 두고 애통한 표정으로 애도하는 시간을 가졌다.
사고 현장에 붙어 있는 메모지에는 “천국 가서도 행복하게 지내렴. 오빠가 응원할게” “오빠가 노력해서, 성공해서 이런 일이 없도록 만들게. 천국에서는 편하게 지내렴” “언니들이 꼭! 음주 운전 없는 세상 만들게!!” “음주 운전한 사람을 15년 뒤에 꼭 처벌해 줄게” 등 안타까운 죽음을 애도하는 내용들이 빼곡했다.
초등학생 이모(12)양은 “너무 슬프다. 스쿨존이면 어른들이 보호해 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했고, 주부 김미선(35)씨는 “저도 아이 둘을 키우는데 남의 일 같지 않아 안타까운 마음에 사고 현장을 찾았다”고 했다. 시민 최문영(여·62)씨는 “아이가 너무 불쌍하다”며 울먹인 뒤 “음주 운전자에 대한 강력한 처벌을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음 달 생일을 앞두고 있던 승아양은 이날 친구들과 조금 더 놀겠다고 엄마와 통화한 뒤 15분 만에 사고를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승아양 어머니(50)는 “차가 인도로 돌진해 이런 사고가 날지 어떻게 알았겠느냐”며 “횡단보도 건널 때 꼭 초록불 확인하고, 손 들고 주위를 잘 살피고 건너라고 수도 없이 가르쳤는데…”라며 눈물을 흘렸다.
8일 오후 60대 만취 운전자 A씨는 중앙선을 넘어 반대편 어린이보호구역 내 인도를 걸어가던 초등생 4명을 들이받았다. 당시 혈중알코올농도는 0.108%로 면허 취소 수준이었다. 경찰은 A씨를 이날 오후 구속했다. 그는 “유가족들께 죄송하다는 말씀을 거듭 드린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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