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홉살 승아 앗아간 만취 운전자, 유족에게 연락조차 안 했다

김태원 기자 2023. 4. 11. 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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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의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에서 인도로 돌진한 만취 음주운전 차량에 치여 세상을 떠난 배승아양(9)을 애도가 이어지고 있지만 정작 사고를 낸 가해자는 유족 측에 연락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져 국민의 공분을 사고 있다.

배승아양의 오빠 배모씨(26)는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인터뷰를 통해 사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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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배승아(9)양의 유족 측이 승아양의 생전 모습을 공개하기로 결정했다. 유족 측은 "다시는 이런 일이 반복돼선 안 된다"며 가해자에 대한 엄중한 처벌을 촉구했다. CBS 유튜브 캡처
[서울경제]

대전의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에서 인도로 돌진한 차량에 치여 세상을 떠난 배승아양(9)을 향한 애도가 이어지고 있다. 만취 운전으로 사고를 낸 60대 가해자가 구속된 가운데 가해자는 물론 가족, 변호인 등 가해자 측으로부터 유족 측에 연락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져 국민의 공분을 사고 있다.

배승아양의 오빠 배모씨(26)는 10일 JTBC 뉴스룸 인터뷰에서 동생을 잃은 아픔과 가해자를 향한 분노를 드러냈다. 앞서 승아양을 치어 숨지게 한 전직 공무원 A씨(66)는 이날 오후 2시께 영장실질심사를 앞두고 대전 둔산경찰서를 나설 때 “유가족에게 거듭 죄송하다”며 “인도 연석을 안 들이받으려고 차량을 회전하면서 브레이크를 밟으려다 엘셀레이터를 밟은 것 같다. (피해자를) 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에 대해 배씨는 "정말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한다. 괘씸하다"며 "가해자에게 엄중처벌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밝혔다.

A씨는 현재 구속됐다. 대전지법 윤지숙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어린이보호구역 치사 혐의를 받는 A씨에 대해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하고 영장을 발부했다. 도망할 염려가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만취 운전자가 중앙선을 넘어 초등학생 4명을 덮치는 모습. KBS 보도화면 캡처

또 배씨는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인터뷰를 통해 사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배씨에 따르면 가해자 A씨는 사고 다음 날까지도 조사를 제대로 받지 못할 정도로 술에 취했다고 한다. 배씨는 “거의 하루 이틀 동안 몸을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조사도 힘들 정도로 취한 만취 상태였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다음 날 오전까지도 조사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고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유족들에게 (가해자가) 사과를 했느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배씨는 “아직 아무런 연락조차도 없는 상황”이라고 답했다.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동생을 유독 많이 아꼇다는 배씨. 승아양도 오빠를 잘 따르는 예쁜 동생이었다. 배씨는 “저희가 15살 차이가 나는데 승아가 저를 항상 따르고 엄마도 껌딱지처럼 붙어 다녔다”며 “승아 휴대폰 비밀번호가 제 생일이더라”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그러면서 “승아가 친구들과 생활용품점 구경을 하고 돌아오는 길에 사고를 당했다”며 “(승아가) 사고 15분 전쯤 ‘친구들과 더 놀고 싶다. 더 놀면 안 되냐’고 어머니께 전화를 걸었다. 그게 마지막 통화가 됐다”고 울먹였다.

KBS 보도화면 캡처

진행자가 ‘9살 승아양의 꿈, 장래희망은 무엇이었느냐’고 묻자 배씨는 “끼가 많아서 연예인도 하고 가수·배우 하고 언제는 또 화장품에 관심이 많아서 뷰티 쪽 한다고 하면서 꿈이 되게 많은 동생이었다”며 “그래서 더 예쁘기도 했다”고 떠올렸다.

배씨 가족은 감당하기 어려운 슬픔 속에서도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승아양의 생전 사진과 영상까지 공개하며 가해자에 대한 강력한 처벌을 요구했다.

배씨는 “가해자들에게 엄중한 처벌을 내려줬으면 좋겠다”며 “지금 많은 언론사들도 그렇고 주변인들도 그렇고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법이든 뭐든 변화가 필요할 것 같다라는 의견이 많이 표출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배씨는 “승아 좋은 데 갈 수 있도록 추모해 주시고 도와주신 시민분들께 감사 인사드리고 싶다. 정말 감사드린다”고 전했다.

대전 서구 둔산동 스쿨존에서 만취 상태로 운전하다 배승아양을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60대 남성 A씨가 10일 오후 둔산경찰서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호송차량으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전 둔산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8일 오후 2시 20분쯤 대전 서구 둔산동 어린이보호구역 내 좌회전 금지구역에서 60대 A씨가 몰던 SM5 차량이 갑작스럽게 좌회전하다 중앙선을 넘어 인도를 덮쳐 9~12세 초등학생 4명을 덮쳤다. 승아양은 의식을 잃은 상태로 병원에 이송됐으나 하루 만에 끝내 숨을 거뒀다. 승아양과 함께 걷던 나머지 어린이 3명도 크게 다쳤다. 3명 중 한 명은 뇌수술을 받았고, 다른 한 명은 실어증 상태로 회복 여부를 점치기 어려운 것으로 전해졌다. 또 다른 학생 한 명은 병원에서 퇴원했으나 후유증 여부를 파악하기 위해 재입원한 상태다. A씨는 현장에서 검거됐고, 당시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취소 수준이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김태원 기자 reviva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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