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왕설래] 고국 품에 돌아온 ‘무적자’ 황기환 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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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적자(無籍者)란 출생신고가 되지 않아 서류상에 국적이나 학적이 존재하지 않는 사람을 일컫는다.
독립운동가 사이에도 무적자들이 있었다.
광복 후인 1948년 만들어진 호적법은 광복 이전에 사망하거나, 조선민사령(일제강점기 조선인에게 적용했던 민법) 제정 이전에 국외로 이주한 사람은 무적자로 간주했다.
보훈처는 이날 유해 봉환식에서 무적자로 남아 있던 황 지사의 가족관계등록부를 헌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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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운동가 사이에도 무적자들이 있었다. 저항시인 윤동주도 그랬다. 1917년 북간도에서 태어난 그는 일본 유학 중 독립운동 혐의로 체포돼 형을 살다 1945년 광복 직전 후쿠오카 형무소에서 27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그가 한국 국적을 취득한 것은 2022년 7월이다. 그동안은 무적 독립유공자였다. 광복 후인 1948년 만들어진 호적법은 광복 이전에 사망하거나, 조선민사령(일제강점기 조선인에게 적용했던 민법) 제정 이전에 국외로 이주한 사람은 무적자로 간주했다. 이를 이용해 중국은 윤동주를 ‘중국 조선족 애국시인’으로 포장까지 할 정도다.
일제의 호적 등재를 거부해 무적자로 세상을 떠난 단재 신채호 선생(1880∼1936) 가족부도 사후 73년 만인 2009년 3월에야 만들어졌다. 그동안 후손으로 인정받지 못한 가족들 속이 얼마나 탔을지 짐작되고도 남는다. 국가보훈처는 지난해 윤동주 시인 등 한국 국적을 취득하지 못한 독립운동가 167명의 혈통을 등록했다. 올해 2월에는 32명을 추가했다.
대한민국 임시정부 외교관으로 유럽과 미국에서 국권 회복 활동을 펼치다가 미국 땅에 묻혔던 황기환 지사(1886∼1923)의 유해가 순국 100년 만에 어제 고국 땅을 밟았다. 선생은 인기 TV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의 주인공 유진초이의 실존 인물이다. 드라마에서 여주인공이 유진에게 “독립된 조국에서 다시 봅시다”라고 했던 마지막 대사가 실현된 셈이다. 그는 결혼도 하지 않은 채 일생을 독립운동에 힘쓰다 30대의 나이에 생을 마감했다. 유족이 없다 보니 별세한 지 100년 가까운 세월 동안 조국을 등졌다. 보훈처는 이날 유해 봉환식에서 무적자로 남아 있던 황 지사의 가족관계등록부를 헌정했다. 이제 국민들이 그를 가족처럼 기억해야 할 일만 남았다.
박병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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