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환기칼럼] 巨野 닮아가는 與, 총선 이길 수 있겠나
그렇게 비판하곤 민망하지 않나
선거 지면 노동·연금 개혁 등 난항
1년 국정 성찰하고 초심 되찾길
“괴물과 싸우는 자는 그 싸움 속에서 스스로 괴물이 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독일 철학자 프리드리히 니체의 명언이다. 싸우면서 닮는 실수를 하지 말라는 경고의 메시지다.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 집권의 원동력은 문재인정부와 민주당의 비민주, 불공정,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 내로남불에 대한 국민의 반감이다. 민심을 받드는 정권이라면 국민이 원하는 공정과 원칙의 가치를 더 바로 세우기 위해 노력해야 정상이다. 한데 윤석열정부 출범 1년도 안 돼 정반대 행태가 이어진다. 기대는 실망으로 바뀌고 있다.
여권이 김기현 대표를 비롯한 친윤 국민의힘 지도부를 꾸리기 위해 동원한 불공정·비민주 무리수는 문재인정부 및 거야와 다를 게 뭔가라는 의문을 갖게 한다. 당 지지율 1위 나경원 전 의원에 대한 “그간 자기 처신을 어떻게 생각할지는 본인이 잘 알 것” 발언(김대기 대통령실 비서실장), 기후환경대사·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직 동시 해임(윤 대통령), 초선 의원 40여명의 불출마 촉구 연판장은 여권의 자산인 공정과 원칙의 가치를 스스로 훼손한 과잉 대응이다. 안철수 의원에 대한 “아무 말 안 하면 아무 일도 없을 것”이라는 이진복 대통령실 정무수석의 압박도 거칠기는 마찬가지다.
더구나 김 대표는 당직 인사에서 비윤계를 등용하는 ‘연포탕’(연대·포용·탕평) 정치를 하겠다는 약속을 뒤집고 친윤 일색의 ‘용산탕’을 만들어 불신을 자초했다. 김재원 최고위원 등 당 지도부의 설화는 그 끝을 알기 어렵다. 다양성이 실종된 정당에, 현실 인식이 편향된 당 지도부에 국민의 관심과 시선이 모일 리 없다.
정책에서도 문재인정부와 민주당의 포퓰리즘을 따라 하기 바쁘다. 국민의힘은 대학생 1000원 아침밥 지원 확대와 청년 데이터 무제한 혜택 요금제를 추진할 계획이다. 청년 교통·주거·학비 대책도 준비 중이다. 개혁과 민생 정책 성과가 아닌 세금 퍼주기로 2030 지지율을 올리겠다는 저급한 정치다. 당정은 올 2분기 시행이 예상됐던 전기·가스 요금 인상도 보류했다. 국제 에너지 가격 변동 추이 분석과 여론 수렴을 거칠 필요가 있다는 핑계를 댔지만 국정 지지율 하락에 놀라 후퇴한 것이 진실이다. 전 정부의 에너지 포퓰리즘을 그렇게 비판해놓고 민망하지도 않은가.
여권은 거야의 비민주·불공정·포퓰리즘 정치를 손가락질할 자격이 있는지 돌아봐야 한다. 거야가 내로남불의 프레임을 씌워도 할 말이 있을까 싶다. 여권의 난맥상은 여론조사와 4·5 재·보선에도 반영돼 국민의힘이 민주당에 밀리는 흐름을 보인다. 당대표의 사법리스크와 입법 폭주로 비판받는 거야보다 여당의 성적표가 안 좋은 데엔 다 이유가 있다. 이대로 가면 내년 4·10 총선에서 고전을 면치 못할 것이다. 이제 어떤 가치로 거야와의 경쟁에서 이길 건가. 국민의힘이 패배하면 한시가 급한 노동·연금·교육 3대 개혁도 물 건너간다. 거야는 이들 문제에 별 관심이 없을 뿐더러 문제를 곪아 터지게 만든 장본인 아닌가.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농촌 표심을 겨냥한 양곡관리법도 모자라 성인 누구에게나 1000만원까지 최대 20년간 저금리 대출을 해주고 정부가 보증을 서는 기본대출 정책을 다시 들고 나왔다. 총선에서 이기면 세금 퍼주기 정책을 더 남발하는 건 불문가지다. 포퓰리즘 쓰나미가 나라의 미래를 쓸어가는 건 비극이다. 여권은 지난 1년의 국정을 성찰하고 초심으로 돌아와야 한다. 거야와의 차별화를 강화하면서 정책 성과의 성을 더 높이 쌓는 것이 총선 승리의 길임을 잊지 말기 바란다.
김환기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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