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소란의시읽는마음] 당신 걸음
2023. 4. 11. 0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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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 때가 있다.
"날카로운 유리 조각"이라는 것을 직감하면서도 손을 뻗는 때가.
사과처럼 붉거나 코끼리 울음처럼 먼. 그를 이해하려 하면 할수록 밤의 창문처럼 캄캄해지기만 했을 것이다.
그래서 훗날 손에 남는 것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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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정화
그럴 때가 있다. “날카로운 유리 조각”이라는 것을 직감하면서도 손을 뻗는 때가. 기꺼이 움켜쥐는 때가. 어리석은 일임에 분명하지만, 거기에는 어떤 매혹이 있었을 것이다. 사과처럼 붉거나 코끼리 울음처럼 먼…. 그를 이해하려 하면 할수록 밤의 창문처럼 캄캄해지기만 했을 것이다. 도무지 열리지 않을 듯한 창문. 그런 창문 앞에 한참을 서 있다 보면 불현듯 선명해지는 것이 있다. 검은 창에 비친 자신의 얼굴. “뭔갈 잃어버린 듯한데 그저 말간 그늘만 같은” 것은 매혹하는 대상이자 동시에 그를 쫓아온 자신의 모습일지도. 나는 궁금해진다. 그래서 훗날 손에 남는 것은 무엇일까. 마치 위험한 사랑에 빠진 듯, 날카로운 유리 조각을 힘껏 움켜쥐었던 그 손에. 깊은 상처일까. 후회일까. 혹은, 아름다운 추억? 모르겠다. 내가 따라갔던 ‘당신’, 당신이라는 존재를 끝내 알 수 없었듯이.
당신 걸음에 바람이 들어 있지
그 걸음 날카로운 유리 조각이었더라도 따라갔지
사과가 달린 붉은 걸음
코끼리 울음 같은 먼 걸음
구름이 달리는 걸음
당신 등은 캄캄한 창문 같아
당신과 나의 거리는
꼭 누군가 죽일 것만 같은 그런 다급한 걸음이지
고양이 푸른 눈에 기울다 가는 당신 걸음은
뭔갈 잃어버린 듯한데
그저 말간 그늘만 같아
어디를 향해 바라보지도 않으면서 마냥 깜빡거리기만 하지
아름다운 거짓말들은 이미 눈썹으로 내려앉았고
그 걸음 날카로운 유리 조각이었더라도 따라갔지
사과가 달린 붉은 걸음
코끼리 울음 같은 먼 걸음
구름이 달리는 걸음
당신 등은 캄캄한 창문 같아
당신과 나의 거리는
꼭 누군가 죽일 것만 같은 그런 다급한 걸음이지
고양이 푸른 눈에 기울다 가는 당신 걸음은
뭔갈 잃어버린 듯한데
그저 말간 그늘만 같아
어디를 향해 바라보지도 않으면서 마냥 깜빡거리기만 하지
아름다운 거짓말들은 이미 눈썹으로 내려앉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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