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홍식의세계속으로] 부유한 유럽에 늘어나는 식품도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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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년 동안 생활 패턴을 뒤흔들어 놓았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파고가 지나가고 이젠 전쟁과 인플레이션의 그늘이 사람들의 일상에 짙게 드리운 모습이다.
잘사는 나라들이 모여 있는 유럽에서조차 먹을거리를 훔치는 식품 도둑이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는 착잡한 소식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영향을 크게 받은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등 발트 3국의 식품 인플레이션은 25∼30%라는 충격적인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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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핑 자동화도 이기심·탐욕 부추기는데 한몫
최근에 도둑질이 증가한 가장 큰 이유는 물가 상승이다. 지난 1년 동안 유로화를 사용하는 나라에서 식품 가격은 평균 15%나 올랐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영향을 크게 받은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등 발트 3국의 식품 인플레이션은 25∼30%라는 충격적인 수치다. 그 결과 장바구니에서 생선이나 고기의 비중은 줄고 통조림과 같은 가공식품이 늘었다. 생선·고기·채소 등 신선한 식품의 가격 자체가 비싼 데다 전기·가스 요금도 올라 요리하려면 그만큼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바로 먹을 수 있는 저렴한 가공식품이 인기를 끄는 이유다.
폭등하는 식품 가격에 멀쩡한 시민조차 먹고살기가 힘들어졌다. 대부분은 싼 식품을 사거나 아예 끼니 수를 줄이지만 일부는 절도의 유혹에 넘어간다. 옷이나 몸에 슬쩍 상품을 숨기거나 계산대에서 몰래 개수를 속이는 방식으로 도둑질하는 사람들이 늘었다.
식품 가격이 오르자 전문적으로 절도에 나서는 개인이나 조직도 늘었다. 유럽에서는 좀도둑 사건에 경찰이 적극적으로 개입하지 않는다. 프랑스의 경우 80유로 이상의 절도인 경우에만 경찰이 나서고, 영국은 200파운드까지의 절도는 약식 즉결로 처리한다. 게다가 유통업체도 절도범과의 심각한 충돌이나 사고를 피하려고 안전요원의 개입을 최소화하려고 한다.
몸싸움도 불사하겠다는 절도범이라면 비교적 쉽게 범죄를 저지를 수 있다는 뜻이다. 그 때문에 개인 또는 조직적으로 슈퍼에서 열심히 상품을 훔쳐 인터넷을 통해 싼 가격에 되파는 범죄가 늘어나고 있다. 예전 같으면 회피했을 유통 구조지만 가격이 워낙 빠르게 오르니 소비자들이 장물도 마다하지 않게 되었다는 말이다.
범죄학자들은 쇼핑의 자동화도 절도의 확산을 증폭하는 데 한몫을 담당한다고 설명한다.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슈퍼에서 사람은 사라지고 기계가 모든 일을 하게 되었다. 독일에서는 한 범죄 조직이 대규모 인력을 동원해 비싼 과일을 부피도 크고 무거운 양배추로 계산해 되파는 사건이 있었다. 예를 들어 자동 계량기는 아보카도와 양배추를 잘 구분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자동 계산대에서 한두 개의 고가품을 몰래 가방에 넣고 들키면 실수라고 변명하는 구매자도 늘었다.
유통업체들은 따라서 매장 곳곳에 감시 카메라를 설치하고 비싼 식품에는 추적 장치를 부착하는 등 도난 방지에 나섰다. 샴페인이나 위스키 등 고가품에만 장착했던 보호 장치가 이제는 포장된 고기나 생선에도 등장한다는 뜻이다. 이런 경향이 계속된다면 위성항법체계(GPS) 추적 장치가 달린 돼지갈비나 닭 다리를 사야 할 날도 머지않았다.
인류는 경제 발전으로 굶주림에서 해방되었다. 그러나 가장 잘살고 복지 수준이 높은 대륙 유럽에서조차 식품 절도가 늘어난다면 무언가 대단히 잘못된 세상이다. 인플레이션이나 전쟁은 일시적인 요인이라고 치더라도 사람을 제거하고 기계로 대체하는 유통 구조는 분명 이기심과 탐욕을 부추기고 도덕적 절제를 무너뜨리는 효과를 낳는 듯하다.
조홍식 숭실대 교수·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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