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60세 K라면의 질주

전설리 2023. 4. 11. 0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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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3년 삼양식품은 일본 식품업체 닛신에 라면 제조기술 전수를 부탁했으나 거절당했다.

닛신은 1958년 세계 최초로 인스턴트 라면을 개발해 판매한 회사다.

닛신이 최근 삼양식품의 '불닭볶음면' 등 한국 라면을 베낀 제품을 판매해 논란이 됐다.

삼양식품은 결국 당시 닛신의 경쟁사였던 묘조식품의 도움을 받아 한국 최초의 라면을 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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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3년 삼양식품은 일본 식품업체 닛신에 라면 제조기술 전수를 부탁했으나 거절당했다. 닛신은 1958년 세계 최초로 인스턴트 라면을 개발해 판매한 회사다. 닛신이 최근 삼양식품의 ‘불닭볶음면’ 등 한국 라면을 베낀 제품을 판매해 논란이 됐다. 높아진 한국 라면 위상의 단면이다.

올해 1분기 라면 수출액이 처음으로 2억달러를 넘어섰다. 해외 현지 공장에서 생산하는 라면이 수출액에 잡히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하면 해외 판매액은 2억달러를 훨씬 웃돈 것으로 추정된다. K라면 수출액은 2018년 1분기 처음으로 1억달러를 돌파한 뒤 5년 만에 2억달러 벽까지 깼다.

K라면의 무서운 질주 뒤엔 K콘텐츠가 있다. 영화 ‘기생충’의 짜파구리(농심 짜파게티+너구리)에 이어 ‘오징어 게임’, 최근 히트한 드라마 ‘더 글로리’에도 라면이 등장한다. 더 글로리에서 주인공 문동은의 복수를 도와주는 주여정은 “라면을 좋아하는 원장님 아들”이다. 더 글로리는 지난달 2주 연속 넷플릭스에서 가장 많이 본 드라마에 올랐다. 블룸버그는 지난 6일 “넷플릭스가 아시아의 문화 수도는 일본이 아니라 한국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보도했다.

K라면은 세계인에게 통하는 맛의 보편성을 확보했다는 평가다. 인기 예능 콘텐츠 ‘서진이네’에서는 멕시코의 휴양도시 바칼라르 현지인들이 ‘불라면’(불닭볶음면)을 즐겨 먹는다. 혀에 불이 난 것 같은 표정을 지으면서도 “맛있게 맵다”며 웃는다. 해외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한국 라면인 신라면은 1985년 개발 당시 ‘모든 한국인이 즐길 수 있는 보편적인 매운맛’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 국내 식품업체들은 지금도 세계 각국에서 라면의 현지화를 위해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이런 끊임없는 개발 노력이 K콘텐츠를 촉매로 결실을 본 것이다.

삼양식품은 결국 당시 닛신의 경쟁사였던 묘조식품의 도움을 받아 한국 최초의 라면을 출시했다. 1963년 9월 15일이었다. 올해는 한국에서 라면이 처음 출시된 지 60년이 되는 해다. K라면, K푸드는 이제 새로운 수출 동력이 됐다. 새로운 제품 개발을 위한 혁신, 강력한 파워를 갖춘 K콘텐츠의 합작품인 K라면과 같은 상품이 계속 쏟아져 나오길 기대해 본다.

전설리 논설위원 slj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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