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오 사설] 윤석열 대통령 '가짜뉴스' 메시지의 검은 의도

미디어오늘 2023. 4. 11.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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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오늘 1396호 사설

[미디어오늘 미디어오늘]

윤석열 대통령이 연일 '가짜뉴스'를 민주주의에 대한 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가짜뉴스로 통칭되는 허위조작정보가 진영 간 대결을 부추기고 공론의장을 흐려 결국 민주주의를 위협한다는데 공감하지 않을 사람은 없다.

문제는 가짜뉴스를 정권에 불리한 뉴스에 대한 강경 대응 기조의 일환으로 활용할 때다. 특히 국정최고지도자의 입을 통한 경고는 국정 전반에 대응책을 촉구하는 강력한 시그널이 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가짜뉴스 문제가 튀어나온 맥락을 살펴야 한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120여 개국 정상이 모여 진행한 제2차 민주주의 정상회의에서 “잘못된 허위정보와 선동은 국민의 의사결정을 왜곡하고 선거와 같은 민주주의의 본질적 시스템을 와해시킨다”고 말했다. 그리고 지난 6일 김은혜 홍보수석이 대독한 신문의날 기념대회 축사에서도 “잘못된 허위정보와 선동은 민주주의를 위협하고 국민의 의사결정을 왜곡함으로써 선거와 같은 민주주의의 본질적 시스템까지 와해시킨다”고 밝혔다.

이어 9일 부활절 연합 예배에선 “진실과 진리에 반하는 거짓과 부패가 우리의 자유민주주의를 위협할 수 없도록 하는 것이 하나님의 가르침을 실천하는 길”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의 연이은 메시지만 보면 가짜뉴스를 뿌리뽑는 것이 정권의 최대 지상 과제가 된 듯하다.

▲ 3월29일 윤석열 대통령은 미국, 코스타리카, 네덜란드, 잠비아 정상과 함께 제2차 민주주의 정상회의 본회의를 공동 주최했다. 사진=대통령실 홈페이지

정치권력이 대언론 문제를 답습하는 반복된 흐름이 있다. 대통령 선거 이전 소통에 대한 진정성을 말하다가 당선 뒤엔 비판 보도에 대해 언론중재위원회 제소와 손해배상청구로 대응한다. 그리고 대통령이 직접 나서 '가짜뉴스'를 언급하는 식이다.

보수 진보 가릴 것 없이 국정운영 난맥상을 보이고 지지율이 하락 추이를 보였을 때 피해자 지위에 서서 가짜뉴스 문제를 꺼내고 민주주의를 훼손하고 있다고 진단하는 일정한 패턴을 보인다. 물론 허위조작정보 폐해가 발생하고 심각한 문제가 되기도 한다. 일부 매체는 사실에 기반해 근거를 제시하기보단 주장성 의혹으로 일관하다 반박을 하면 꼬투리 잡아 음모론을 확산시키는 경향도 보인다. 다만 가짜뉴스에 대한 대응이 자칫 정당한 의혹 제기조차 흠결 잡기의 명분으로 작용해 언론자유를 위협하는 일이 벌어지는 것을 경계해야할 것이다.

지난달 28일 이철규 국민의힘 사무총장이 네이버 쇼핑몰 가짜 후기 문제와 광고성 정보 포털 알림 문제를 거론하며 갑자기 네이버 뉴스를 거론한 것은 전형적인 가짜뉴스 때리기 활용법이다. 그는 문제를 지적한 뒤 “네이버 뉴스라는 플랫폼을 통해 가짜뉴스, 편파보도가 전 국민에게 전파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한데 정작 네이버는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고 있다”는 주장으로 연결했다.

이어 나온 대책이 인터넷뉴스서비스사업자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관 단체 추천을 받은 인터넷뉴스진흥위원회를 설치하는 것을 골자로 한 신문법 개정안이다. 기사 배열 기준까지 정치적 후견주의 논란이 일 수 있는 위원회가 포털 뉴스를 심의 조율하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유불리를 따져 뉴스를 어떻게든 손 볼 수 있는 구조를 만들겠다는 의도를 배제할 수 없다.

대통령 직속 국민통합위원회 산하 팬덤특위가 지난 7일 피해구제 신청부터 적합한 구제 수단을 안내하는 '원스톱 대응 포털' 구축과 개인 유튜버 등 미디어 플랫폼 사용자를 언론중재 조정 대상에 추가할 것을 제안한 것도 같은 흐름에 있다고 본다. 허위조작정보에 대한 피해에 집중한 것처럼 보이지만 그 피해의 개념을 정하는 것도, 구제 방식도 일방적이고 임의적일 수 밖에 없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오히려 가짜뉴스 언급을 계기로 윤석열 정부 미디어 정책 문제에 대한 심층적인 분석을 내놓는 것이 급선무다. TBS교통방송이 정치권의 예산 삭감 문제로 존폐기로에 서고, 기획재정부의 지분 매각 방침으로 YTN 민영화가 진행 중이다. 대통령실이 나서 KBS수신료 분리징수 방식을 추진하는 모양새다.

▲ YTN 사옥. 사진=YTN 홈페이지

윤석열 정부 일련의 미디어정책 흐름을 보면 포퓰리즘을 좇는 징후가 발견된다. 우리편과 상대편으로 미디어를 나누고 상대편을 반지성주의로 몰아넣는다. 국정최고지도자는 비판적 미디어에 적대적 감정을 숨기지 않고 드러낸다. 정부의 권리를 최대한 활용해 힘을 빼고, 소유 구조 등에 영향을 끼치려 한다. 미디어를 선별해 특정 계층의 사익을 추구하는 집단의 총합(예를 들어 KBS수신료 얘기를 할 때 나오는 KBS 억대 연봉자들)으로 규정하고 유리한 여론을 형성한다(한국의 민주주의와 언론_조항제).

가짜뉴스 문제를 언급한 숨은 맥락은 이런 흐름과 무관치 않다. 누구나 하기 쉽고 환영받는 '가짜뉴스는 나쁘다'라는 말 속에 항상 '검은 의도'를 의심해봐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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