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욱의 과학 오디세이] [27] 씁쓸한 과학의 달
4월은 과학의 달이고, 4월 21일이 과학의 날이다. 일제강점기에 ‘과학조선’을 출간해서 과학 운동을 주도한 김용관 등 선구자들은 1934년 4월 19일을 ‘과학 데이’로 지정해서 전국적 행사를 벌였다. 이들은 꽃 피는 봄에 가장 빨리 행사를 할 수 있는 날을 고르다가 다윈의 기일인 4월 19일을 선정했다. 과학 데이는 “과학의 황무지인 조선을 과학화하자”는 구호를 내걸었다. 포스터에는 ‘시험관 하나가 전 세계를 뒤집는다’는 표어가 선명했다. 민족운동 성격을 띤 과학 데이는 일제의 탄압이 거세질 때까지 지속되었다.
1968년에 정부는 4월 21일을 과학의 날로 지정했다. 1967년 4월 21일에 과학기술처가 발족했음을 기념하면서, 과학기술을 세계 수준으로 도약시키고 전 국민적 과학 운동을 추진한다는 목표를 내세웠다. 왜 과학의 날이 4월 19일이라는 과학 데이를 그대로 계승하지 않았는지는 알려진 바가 없다. 이유가 무엇이든 이 두 날은 이틀밖에 떨어져 있지 않고, 지금은 그 무렵에 많은 과학 행사가 줄을 잇는다.
지금 한국의 과학은 1960년대와 비교하면 일취월장했다. 총연구·개발비는 100조원이 넘고, GDP 대비 연구 개발비는 이스라엘에 이어 세계 2위다. 1000명당 연구원 숫자는 9.1명으로 세계 1위다. 그런데 과학에 대한 열기는 옛날 같지 않다. 1970년대는 물론 1980년대까지도 초등학생의 50%의 꿈이 과학자였다. 그러나 2022년 통계를 보면 초등학생 희망 직업 중 과학자가 15위다. 중고등학생으로 가면 아예 순위에서 사라진다.
과거에 과학자를 꿈꾼 학생들은 아인슈타인이 되기를 바랐다. 지금 학생과 부모들은 세상에 대한 정보를 훨씬 많이 알고 있다. 이들은 자신의 소질과 미래 희망도 중요하게 생각하지만, 연봉·워라밸 같은 업무 환경, 정년 같은 요소도 심각하게 고려해서 진로를 선택한다. 뛰어난 학생을 과학으로 이끌려면 행사를 통해 과학에 관한 막연한 동경을 심어주기보다 대학원생, 박사 후 연구원 등의 처우와 업무 환경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일이 더 효과적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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