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클럽] 동은이가 “연진아” 부를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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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드라마 ‘더글로리’를 보며 궁금한 점이 있었습니다.
“멋지다, 연진아!” “연진아, 나 지금 되게 신나”…
왜 동은(송혜교)은 거듭해 연진(임지연)을 부르는 걸까요?
학폭 피해자 입장에선 가해자의 이름은 입에 올리기만 해도 괴로운 대상 아닐까요?
갖은 패러디를 올해의 최고 유행어가 된 ‘연진아’가 동은의 뇌와 마음에 어떤 작용을 했는지,
신간 ‘괴롭힘은 어떻게 뇌를 망가뜨리는가’에 “연진아!”의 비밀이 있습니다.
캐나다 교사로 괴롭힘 및 학대 치유 전문가인 저자는
“가해자의 이름을 부름으로써 책임을 가해자에게 지우고 치유를 시작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그러니까 동은은 연진의 이름을 거리낌 없이 입에 담음으로서, 치유의 발걸음을 내딛게 되는 거지요.
“연진아”… ‘더 글로리’ 동은이는 왜 거듭 가해자를 불렀을까
나는 점점 넓어지는 원(圓) 안에서 내 인생을 사네
그 원은 온 세상으로 뻗어 나가네
나는 아마도 마지막 원을 완성할 수 없을 것 같지만
나는 나를 그 일에 바치겠네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시 ‘나는 점점 넓어지는 원 안에서 내 인생을 사네’는 이렇게 시작합니다.
릴케는 1899년 봄 처음으로 러시아를 여행했고, 신앙 공동체가 중시되는 러시아의 종교적인 분위기에 빠져들었습니다.
러시아 여행에서 영감을 받은 이 시는 그의 ‘기도시집’(1905) 앞부분에 실렸지요.
지난 4일 한국 솔로 가수로서는 최초로 미국 빌보드 싱글 차트 1위에 오른 BTS 멤버 지민은
상반신에 릴케의 이 시를 독일어 원문으로 새긴 채 춤을 춥니다. 신곡 ‘셋 미 프리 파트 2(Set Me Free Pt.2)’ 뮤직비디오에서요.
‘셋 미 프리 파트2′는 “오랫동안 미로 속을 헤맸지만 이젠 아파도 숨지 않고, 남들이 비웃어도 멈추지 않으며 자유롭게 날아가겠다”는 내용.
이번에 지민에게 빌보드 1위를 안겨준 노래 ‘라이크 크레이지(Like Crazy)’와 같은 앨범 ‘페이스(FACE)’에 수록돼 있습니다.
릴케가 말하는 ‘점점 넓어지는 원’이란 무엇일까요?
누구에게나 있는 인생의 목표, 동심원을 그리며 확장하는 삶의 의미, 나라는 존재에 대한 각성 같은 것 아닌가 짐작해 봅니다.
모든 인간은 평생 자신이 누구인지 알지 못한 채 미완의 존재로 세상을 마치지만,
그럼에도 ‘그 무언가’를 완성하기 위해 분투하지요. 인간의 위대함이란 그런 점에 있다 생각합니다.
릴케의 시는 이렇게 마무리됩니다.
나는 신(神) 주위를, 태고(太古)의 탑 둘레를 도네
수천년 동안 돌고 돌아왔지만
아직도 알지 못하네
나는 한 마리 매인가, 폭풍우인가, 아니면 위대한 노래인가.
한 마리 매, 폭풍우, 위대한 노래… 여러분은 과연 누구인가요?
곽아람 Books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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