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람, 마스터스 제패… 폭우도 막지 못한 '뚝심 골프'

주영로 2023. 4. 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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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폐막 마스터스 최종 12언더파 역전승
사흘 연속 이어진 악천후로 중단 또 중단
불리한 경기 조건에도 뚝심으로 버텨
켑카·미켈슨 공동 2위…김주형·임성재 공동 16위
10일(한국시간)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의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에서 열린 제87회 마스터스 토너먼트에서 최종합계 12언더파 276타로 우승한 존 람이 그린재킷을 입고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고 있다. (사진=AFPBBNews)
[오거스타(미국)=이데일리 스타in 주영로 기자] ‘뚝심의 승리였다.’

존 럼이 제87회 마스터스 토너먼트(총상금 1800만달러)에서 대역전극으로 그린재킷의 주인공이 됐다.

람은 10일(한국시간)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의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파720)에서 열린 대회 넷째 날 4라운드에서 버디 4개에 보기 1개로 3언더파 69타를 쳐 최종합계 12언더파 276타로 우승했다.

PGA 투어 통산 11승째를 달성한 람이 마스터스에서 우승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메이저 대회 우승은 2021년 US오픈 이후 2년 만이다.

이번 시즌 우승은 4승으로 늘렸다. 1월 센트리 토너먼트 오브 챔피언스를 시작으로 아메리칸 익스프레스와 제네시스 인비테이셔널에 이어 마스터스에서 4번째 우승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우승상금 324만달러(약 42억7000만원)를 받은 람은 지난달 스코티 셰플러(미국)에게 내준 세계랭킹 1위도 되찾았다.

우승의 원동력은 악천후 속에서도 무너지지 않은 ‘뚝심 골프’다.

람은 이번 대회에서 운이 없었다. 첫날 1번홀(파4)에선 2온을 하고도 퍼트를 4번이나 해 더블보기를 했다. 메이저 대회, 그것도 마스터스에서 출발이 좋지 못했으나 1라운드를 7언더파 65타로 마무리해 공동선두에 올랐다.

둘째 날엔 날씨 운이 따르지 않았다. 현지시간으로 오후에 경기를 시작한 람은 비가 내리고 낙뢰 예보가 이어진 탓에 18홀을 다 마치지 못했다. 1라운드 공동 선두였던 켑카는 오전에 경기해 5타를 더 줄여 멀찌감치 앞서간 상태였다.

사흘째부턴 기온이 뚝 떨어졌고, 빗줄기가 더 강해졌다. 람은 전날 치르지 못한 2라운드 잔여 경기 뒤 이날 3라운드 경기를 함께 치렀다. 그러나 이날도 오후에 강풍을 동반한 폭우가 쏟아져 7개 홀만 치고 클럽하우스로 돌아왔다.

나흘째 다시 순연됐던 3라운드 경기를 치른 람은 오후에 마지막 4라운드를 시작했다. 사흘 동안 단 하루도 정상적인 경기를 하지 못해 체력과 정신적으로 힘든 상태였으나 한번도 페이스를 잃지 않았다.

3라운드가 끝났을 때 켑카는 11언더파, 람은 9언더파로 2타 차 2위였다. 켑카는 달아날 기회가 있었으나 살리지 못한 셈이다.

람은 마지막 4라운드에서 기어코 경기를 뒤집었다. 3번홀(파4)에서 추격의 발동을 걸었다. 두 번째 샷은 홀 2m에 붙인 뒤 버디를 잡아 파를 기록한 켑카를 1타 차로 추격했다. 이어 4번홀(파4)에서 켑카가 보기를 하면서 동타가 됐고, 6번홀(파3)에서 켑카가 다시 보기를 하면서 람의 이름이 리더보드 맨 위에 올라갔다.

역전에 성공한 람은 이후 선두를 내주지 않았다. 15번홀(파5)을 끝냈을 때는 4타 차 선두로 달아났고, 경기는 그대로 끝이 났다.

사흘 동안 이어진 악조건 속에서도 무너지지 않은 람의 뚝심이 만들어낸 우승이다.

람은 이날 우승으로 유럽 선수 최초로 마스터스와 US오픈을 모두 제패한 첫 번째 선수가 됐다.

람은 우승 뒤 가진 인터뷰에서 “세계 최고의 선수들이 모인 곳에서 이기려면 강인함과 투지가 있어야 한다”며 “또 웬만해서는 포기하지 않는 편이기도 하다”고 우승의 원동력을 밝혔다.

이어 “선수로 꿈꾸던 일을 이뤄 말로 표현할 수 없이 기쁘다”며 “오늘은 18번 홀에서 울 뻔했다”고 마스터스 우승에 의미를 뒀다.

4명이 출전해 전원 마스터스 본선 무대를 밟은 한국 선수는 모두 30위 안에 들었다.

마스터스에 처음 출전한 김주형(21)과 임성재(25)가 나란히 2언더파 286타를 쳐 공동 16위, 이경훈(32)은 공동 23위(1언더파 287타), 김시우(28)는 공동 29위(1오버파 289타)로 대회를 마쳤다. 마스터스에서 한국 선수 4명이 본선에 진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마스터스 3회 우승자 필 미켈슨(미국)이 4라운드에서만 7언더파 65타를 때려 최종합계 8언더파 280타로 켑카와 함께 공동 2위에 올랐고, 조던 스피스와 패트릭 리드, 러셀 헨리(이상 미국)가 공동 4위(이상 7언더파 281타)로 내년 마스터스 출전권을 받았다. 공동 12위까지 내년 대회에 자동 출전한다.

10일(한국시간)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의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에서 열린 제87회 마스터스 토너먼트에서 존 람이 최종합계 12언더파 276타로 우승했다. 경기 후 지난 대회 우승자 스코티 셰플러가 존 람에게 그린재킷을 입혀주고 있다. (사진=AFPBBNews)

주영로 (na1872@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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