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학원가 마약음료' 국내 일당 2명 구속…"증거인멸 우려"

서울 강남구 학원가에 퍼진 '마약 음료' 사건 관련 제조 및 전달한 혐의를 받고 있는 20대 남성 길모씨(왼쪽)와 번호조작 혐의를 받고 있는 30대 남성 김모씨가 10일 오후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스1

서울 강남구 학원가에서 발생한 '마약 음료' 사건 제조자와 협박 전화 통신책이 모두 구속됐다.

서울중앙지법은 10일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를 받는 길씨와 전기통신사업법 위반 혐의를 받는 김씨에 대해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며 구속 영장을 발부했다.

길씨는 강남 학원가에서 학생들에게 '마약음료'를 마시게 하고 협박한 사건에서 마약음료를 제조해 전달한 혐의를 받는다. 구체적으로 상선의 지시를 받고 국내에서 마약 음료를 직접 제조해 사건 당일 원주에서 퀵서비스와 고속버스를 이용해 아르바이트생에게 건넨 혐의다.

김씨는 피해자들에게 해외에서 걸려 온 협박 전화의 번호를 국내 발신자 번호로 바꿔주는 중계기를 설치하고 운영한 혐의를 받는다.

이들은 2~3일 시음 행사를 명목으로 강남 학원가에서 필로폰 등 마약성분이 들어있는 음료수를 학생들에게 마시도록 했다. 경찰은 이들이 '기억력 상승, 집중력 강화에 좋은 음료'라고 학생들을 속인 것으로 보고 있다. 이후 음료를 마신 학생 부모에게 연락해 "자녀가 마약을 했으니 돈을 주지 않으면 신고하겠다"고 협박했다.

앞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서울중앙지법에 온 김씨는 혐의를 인정하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짧게 "네"라고 답했다. '혐의 소명을 어떻게 할 것이냐'는 질문에는 "죄송하다"고만 답했다.

입장할 때 아무 말 없이 들어갔던 길씨도 영장실질 심사 종료 후 "피해자들에게 할 말 없냐"는 질문에 "죄송하다"고 말했다.

경찰은 사건의 총책이 해외에 체류하면서 마약 제조와 전달, 학부모 협박, 중계기 설치·운영 등을 여러 사람에게 지시하는 '점조직' 형태로 운영됐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또 이번 사건이 마약과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을 연계한 '신종 피싱' 범죄일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마약범죄수사대뿐 아니라 금융범죄수사대까지 수사에 투입했다.

박효주 기자 app@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