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선수 “세터는 소금과 같아...부족하면 바로 티나요”
여자부 MVP 만장일치로 김연경
남녀 신인상엔 김준우·최효서
“한 시즌이 지날수록 더 힘들다. 다시 몸을 만들고 도전한다는 게 쉽지 않다. 그래도 하루하루 배구를 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한다. 배구를 할 수 있는 그날까지 최선을 다하겠다.”
‘특급 세터’ 한선수(38·대한항공)가 10일 2022~2023시즌 프로배구 V리그 시상식(그랜드하얏트서울 호텔)에서 데뷔 16년 만에 남자부 정규리그 MVP(최우수선수)에 뽑혔다. 한선수는 V리그 원년인 2005년부터 올해까지 19번 열린 정규리그 MVP 시상식에서 남자부 세터로는 최초로 MVP를 수상하는 새 역사를 썼다. 그는 “최초란 영광스러운 일”이라고 했다. 그동안 MVP는 사실상 날개 공격수들 독차지였다.
한선수는 기자단 투표 31표 중 19표를 받아 레오(OK금융그룹·6표), 정지석(대한항공·4표) 등을 제치고 첫 수상 영예를 안았다. 불혹에 가까운 나이임에도 한선수는 이번 정규시즌 세트 3위(세트당 9.857개)에 오르고 주장으로 대한항공 사상 첫 ‘트레블(KOVO컵·정규리그·챔피언결정전 우승)’ 위업을 이끌었다. 불안정한 리시브에도 상대 블로커가 적은 곳에 감각적으로 토스하는 ‘매의 눈’은 여전했다.
◇한선수, 왜 명세터인가
한선수는 2007년 신인 드래프트를 통해 대한항공 유니폼을 입었다. 이때부터 대한항공에서만 뛴 ‘원팀맨(one-team man)’이다. 2008~2009시즌부터 주전 세터로 자리 잡은 그는 이후 김호철-신영철-최태웅 등 ‘컴퓨터 세터’ 계보를 잇는 노련한 세터로 거듭났다. 통산 세트 성공이 1만7551개에 이르는데, 2위인 동료 유광우(1만3795개)보다 3000개 이상 많다.
한선수는 배구에서 ‘세터’를 음식의 ‘소금’에 비유했다. 그만큼 세터는 경기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있어 잘 보이진 않지만, 없거나 부족하면 바로 티가 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의 말대로 세터는 “공을 올려주는 사람”이다. 다른 선수가 리시브한 공을 공격수가 때리기 쉽게 네트 앞에 올려주는 ‘토스(toss)’를 하는 역할이다. 토스가 빈약하면 공격수들은 물론이고 팀 전체가 고전할 수밖에 없다.
“머리 뒤에도 눈이 있다”는 한선수의 비결은 무엇일까. 그는 올 시즌에도 압도적인 러닝(running) 세트로 상대 블로커들을 따돌렸다. 국제배구연맹(FIVB)은 상대 블로커가 없거나 한 명인 곳으로 공을 띄운 경우를 러닝 세트, 두세 명인 곳으로 공을 올린 것을 스틸(still) 세트로 구분한다. 러닝 세트가 많을수록 우수한 세터로 평가 받는다.
한선수는 이번 시즌에 세터 중 가장 높은 러닝 세트 비율(45.53%·세트 2038개 중 928개)을 기록했다. 주전 세터 가운데 유일하게 40%가 넘었다. 챔피언 결정전에서도 러닝 세트 비율은 40.22%였다. 그는 “리시브가 된 공은 세터라면 모두 다룰 수 있다. 일부러 리시브가 안 된 공으로 수없이 연습을 했던 게 내 비결”이라며 “좋은 세터란 어떤 공이든 보급해줄 것이라는 믿음을 주는 선수”라고 말했다.
◇김연경, 만장일치 MVP
여자부 MVP는 흥국생명 김연경(35)이었다. 기자단 투표 31표 중 만장일치였다. 2005~2006시즌 이후 다섯 번째 MVP 트로피로 여자부 최다 수상이다. 김연경은 올 시즌 국내 선수 중 가장 많은 669득점(전체 5위)을 꽂아 넣고, 공격 성공률(45.76%) 1위를 차지했다. 비록 챔피언 결정전에선 준우승했지만, 코트 안팎에서 중심을 잡아주며 왜 그가 ‘배구 여제’로 불리는지 증명했다. 김연경은 “벌써 한 시즌이 끝났다. 만장일치로 뽑아주셔서 감사하다”면서 “현재 선수로 더 뛰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정상에서 더욱 좋은 모습을 보일 수 있도록 열심히 해보겠다”고 다짐했다.
여자 신인상은 KGC인삼공사의 리베로 최효서(19)가 받았다. 신인 드래프트 2라운드 6순위 출신인 그는 여자부 최초로 리베로 포지션으로 신인상을 맛봤다. 남자 신인상은 삼성화재의 미들 블로커 김준우(23)에게 돌아갔다. 김준우는 “프로 첫 시즌에 최고의 시즌을 보냈다”고 기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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