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 션샤인’ 황기환 선생, 독립된 조국에 잠들다

유새슬 기자 2023. 4. 10. 2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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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주인공 ‘유진 초이’의 모델
미국 등에서 항일·한인 보호 활동
뉴욕서 순국 100년 만에 유해 봉환
대전현충원 안장…‘가족부’ 헌정도
대한민국임시정부의 외교위원으로 일제강점기에 유럽과 미국에서 독립운동을 한 황기환 선생의 유해가 10일 인천공항에 도착, 국방부 의장대 사열을 받으며 봉송되고 있다. 권도현 기자

독립운동가 황기환 선생이 순국 100년 만인 10일 고국 땅에 안장됐다.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 주인공 ‘유진 초이’의 모델이기도 한 황 선생은 이날 늦은 귀국길을 마치고 대한민국 가족관계등록부도 받았다.

전날 미국을 출발해 이날 오전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한 유해는 <미스터 션샤인> 주제곡인 ‘좋은 날’ 연주 속에 운구됐다. 유해 봉환식은 <미스터 션샤인> 속 주요 인물의 대사인 ‘독립된 조국에서 See You Again’을 주제로 국립대전현충원에서 엄수됐다. 유해는 독립유공자 제7묘역에 안장됐다.

1886년 4월4일 평안남도 순천에서 태어난 황 선생은 1904년 증기선을 타고 미국으로 갔다. 1918년에는 미군 신분으로 제1차 세계대전에 참전했다. 종전 이후에는 1919년 프랑스 파리로 이동해 파리강화회의 참석차 파리를 찾은 김규식 선생을 도왔다.

1921년 미국에서 워싱턴 회의가 개최된다는 소식을 접한 황 선생은 식민지의 현실을 알리고자 미국으로 이동해 독립운동을 이어갔다.

이후 대한민국임시정부 외교위원으로서 조국 독립과 해외 거주 한인의 권익 보호 활동을 지속했다.

황 선생은 1923년 4월17일 심장병으로 순국한 뒤 뉴욕의 한 공동묘지에 묻혔다. 장철우 뉴욕한인교회 목사가 2008년 이를 발견했다. 장 목사는 이날 오전 인천공항에서 유해를 영접한 데 이어 유해 봉환식에도 참석해 직접 분향했다.

박민식 국가보훈처장은 대한민국 정부가 1995년 추서한 건국훈장 애국장과 가족관계등록부를 헌정했다.

보훈처는 후손이 없는 황 선생을 위해 가족관계등록부를 만들고, 황 선생이 임시정부 외교관으로서 독립운동을 펼친 점을 고려해 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관 주소로 등록기준지를 부여했다고 밝혔다. 황 선생이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점을 입증할 공적 서류가 생긴 셈이다.

박 처장은 봉환사를 통해 “지금부터 대한민국이 정성을 다해 모시겠다”며 “자나 깨나 그리시던 독립된 조국, 자유로운 대한민국의 품에서 부디 편히 쉬시라”고 말했다.

박 처장은 “정부는 앞으로도 안중근 의사님, 문양목 지사님을 비롯한 이역만리에 홀로 외로이 잠드신 영웅들의 유해를 마지막 한 분까지 독립된 조국으로 모셔올 것”이라며 “국가를 위해 헌신하신 영웅을 끝까지 책임지는 일류보훈을 반드시 실현하겠다”고 강조했다.

윤봉길 의사의 손녀 윤주경 국민의힘 의원, 안중근 의사의 후손 윤종구씨, 김구 선생 손녀 김미 백범김구재단 이사장, 김좌진 장군 손녀 김을동 백야 김좌진장군기념사업회 이사장, 우당 이회영 선생 손자 이종찬 우당교육문화재단 이사장 등 독립운동가의 후손들도 황 선생의 유해를 영접했다.

보훈처는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기념일인 11일부터 7월9일까지 황 선생의 저서 <구주의 우리 사업> 등을 감상할 수 있는 특별전시를 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관에서 연다. 임시정부 선열 등 독립운동가의 생활사를 보여주는 유물 146점이 전시된다.

유새슬 기자 yoos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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