뉘른베르크 전범 재판 ‘마지막 생존 검사’ 페렌츠 별세
‘국제형사재판소’ 설립에도 기여
2차 세계대전 당시 유대인 등을 학살한 나치를 처벌한 뉘른베르크 전쟁범죄 재판 검사 중 마지막 생존자였던 벤자민 페렌츠가 별세했다. 향년 103세. 9일(현지시간) NBC뉴스와 AP통신 등에 따르면 페렌츠는 지난 7일 미 플로리다주 보인턴비치에서 별세했다.
워싱턴에 있는 홀로코스트 기념관 트위터에는 페렌츠의 사망 소식을 전하며 “오늘 세계는 집단 학살과 관련 범죄 피해자들을 위해 정의를 실현하고자 한 지도자를 잃었다”고 밝혔다.
1920년 트란실바니아의 정통 유대인 가정에서 태어난 페렌츠는 출생 직후 부모와 함께 미국으로 이주했다.
그는 2차 세계대전 중인 1943년 하버드법대를 졸업한 뒤 미 육군에 입대해 노르망디 상륙작전과 벌지 전투 등에 참여했다. 이후 나치 정권이 저지른 전쟁범죄의 증거를 확보하는 부대로 옮겨 부헨발트 등 나치가 운영한 악명 높은 강제수용소 여러 곳을 조사했다.
전쟁이 끝난 뒤에는 뉴욕으로 돌아와 변호사 일을 시작했으나 전범 조사관 경험으로 27세의 나이에 뉘른베르크 전범 재판 검사를 맡게 됐다. 그는 1947년 뉘른베르크 법정에서 전쟁 기간 동유럽에서 100만명이 넘는 유대인과 집시 등을 학살한 혐의로 기소된 22명의 나치를 상대로 유죄 판결을 얻어냈다.
이후 유대인 자선단체 컨소시엄에서 일하면서 홀로코스트 생존자들이 나치에게 빼앗긴 재산을 되찾고 배상받을 수 있도록 지원했다. 아울러 전쟁범죄를 저지른 정부 지도자를 기소할 수 있는 국제 재판소 설립을 수십년간 주장했다. 그의 꿈은 2002년 국제형사재판소(ICC)가 설립되면서 이뤄졌다.
그는 생전 뉘른베르크 검사로서의 경험에 대해 “뉘른베르크는 나에게 관용과 연민의 세상을 만드는 일이 길고 힘들 것이라는 교훈을 남겼다”며 “또 우리가 효과적인 세계법을 만들기 위해 헌신하지 않으면 홀로코스트를 가능하게 한 잔혹한 사고방식이 언젠가 인류 전체를 파괴할 수도 있다는 점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이진주 기자 jinj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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