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만명분 마약·총·실탄 동시밀수... 韓美, LA 한국계 마약조직 추적
미국 로스앤젤레스(LA) 지역에서 마약 판매상으로 활동하던 재미교포 40대 남성이 필로폰 3.2㎏과 45구경 권총, 실탄 50발을 이삿짐으로 위장해 국내로 들여왔다가 검찰에 검거돼 재판에 넘겨졌다. 이 사건은 마약과 총기를 함께 밀수했다가 적발된 첫 사례다. 검찰은 이 남성이 LA 한국계 마약 조직과 관련된 정황도 포착해 미국 마약단속국(DEA)과 공조 수사를 진행 중이다.
서울중앙지검 마약범죄 특별수사팀(팀장 신준호 부장검사)은 10일 미국 영주권자 장모(49)씨를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총포·도검·화약류 등의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장씨는 국내에서 학업과 군복무를 마친 뒤 미국으로 건너가 LA 지역에서 마약 판매상 활동을 하다가 작년 8월 미국 생활을 청산하고 귀국했다고 한다. 당시 장씨는 이삿짐을 선박 화물로 LA에서 한국으로 발송했다. 이삿짐에 소파 테이블을 넣었는데 그 안에 필로폰 3.2㎏을 비닐팩 9개에 진공 포장해 숨겼다. 이 필로폰은 10만명이 동시에 투약할 수 있는 물량으로 시가로 8억원어치다. 장씨는 또 45구경 권총 1정과 실탄 50발, 가스발사식 모의 권총 6정도 공구함 등에 나눠 담은 뒤 이삿짐 속에 넣었다. 45구경 권총은 필리핀산(産)으로 유효 사거리가 100m인 살상용 무기였다. 장씨의 이삿짐은 작년 9월 초 부산항에 도착했다.
대검 마약·조직범죄과가 장씨의 마약·총기 밀수 관련 첩보를 입수한 것은 작년 12월이라고 한다. 검찰은 수사 초기부터 미국 마약단속국(DEA)과 공조를 통해 장씨의 미국 내 마약 판매상 활동을 파악했다. 이어 장씨가 다른 마약 사범과 통화한 내역을 확보하고 장씨가 국내에서 필로폰을 투약한 사실도 알아냈다. 지난달 말 검찰은 장씨의 국내 거주지를 급습해 그가 미국에서 불법 반입한 필로폰, 총기와 실탄을 압수했다고 한다.
검찰은 장씨가 미국 LA 지역 한국계 마약 조직과 관련된 정황을 포착하고 추적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장씨가 접촉한 의혹이 있는 LA 한국계 마약 조직은 작년 미국에서 한국으로 불법 반입된 필로폰 전체 물량(38.7㎏)의 약 70%에 이르는 27.5㎏을 밀수했던 조직일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앞서 인천지검은 미국 마약단속국과 공조 수사를 통해 해당 마약 조직의 국내 조직원 6명을 구속 기소하고 4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하지만 이 마약 조직의 총책 A씨와 관리·발송책 B씨는 미국에 거주하고 있으며 지금까지 검거되지 않고 있다고 한다. 검찰은 A씨와 B씨에 대한 체포영장을 법원에서 발부받아 범죄인 인도 청구 절차를 진행 중이다. 장씨는 이 마약 조직 소속은 아니지만 미국 거주 당시 이 조직 관계자들과 연락을 주고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장씨가 연관된 LA 지역 한국계 마약 조직은 한인 유학생과 한국계 이민자 2~3세들로 구성돼 있다고 한다. 미국 마약단속국(DEA)도 LA 한국계 마약 조직이 제3국에서 마약을 미국으로 들여와 미국 내에 유통하거나 한국 등으로 보낸다는 첩보를 입수해 이 조직의 움직임을 유심히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검찰도 DEA와 공조하며 이 마약 조직의 주요 인물에 대한 정보를 축적하고 동향을 파악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마약 사건 전문인 박진실 변호사는 “마약과 함께 총기까지 밀수한 것은 매우 심각한 사건”이라며 “마약과 총기가 결합한 범죄가 국내에 확산되지 않도록 단속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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