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성 대체유 인기로 촉발된 ‘밀크 논쟁’
우유업계 “원유 불포함, 소비자 혼란 야기”…우유·밀크 표현 금지 요구
영양성분 유사, 미 FDA는 “우유”…식약처 “8월까지 가이드라인 마련”
10일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의 유제품 코너. 치즈, 우유와 함께 ‘식물성 대체유’가 냉장고 한쪽을 차지하고 있었다. 대체유는 소에서 짜낸 우유가 아닌 아몬드와 귀리 등으로 만든 제품인데, 최근 당 성분이 낮고, 친환경적이라는 장점을 내세우며 기존 우유 제품과 경쟁하고 있다. 시중에는 카페라테 등에 우유 대신 대체유를 추가할 수 있는 커피 프랜차이즈 업체도 많아지고 있는 추세다.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국내 대체유 시장 규모는 2021년 6942억원으로 4년 전보다 23% 성장했다. 2026년 시장 규모는 1조원을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처럼 대체유 인기가 높아지면서 제품 이름을 둘러싼 논란도 커지고 있다. 기존 ‘우유’가 한 방울도 들어가지 않은 제품에 우유, 밀크 같은 표현을 쓸 수 있느냐는 것이다.
최근 대체유를 생산·판매하거나 메뉴로 취급하는 업체들은 ‘오트 밀크’ ‘아몬드 밀크’처럼 그동안 사용해온 제품 이름이나 표현을 수정한 바 있다. 스타벅스는 우유 대신 고를 수 있는 ‘오트 밀크’를 ‘오트’로 바꿨다. 밀크라는 표현이 소비자에게 혼동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불거진 데 따른 조치다.
표현 수정을 가장 강하게 요구하는 쪽은 우유업계다. 우유자조금관리위원회는 “식물성 ‘대체음료’의 잘못된 명칭 표기가 소비자의 혼란을 야기하고 시장을 왜곡시키고 있다”며 “실제 원유가 함유돼 있지 않은 대체음료는 우유가 아닌 ‘음료’로 정확하게 표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특히 위원회는 대체음료와 우유는 영양 면에서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밝혔다. 대체음료는 식물에서 추출한 원액에 물을 섞고 영양소를 첨가한 반면 우유는 원유를 살균 또는 멸균 처리한 자연식품이라는 것이다.
해외에서도 논란이 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2017년부터 대체유에 우유란 명칭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 반면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대체유를 우유라고 부를 수 있다는 입장이다. 지난 2월 관련 지침 초안을 내고 “소비자가 식물성 대체유에 우유가 들어있지 않다는 것을 알고 구매한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다만 FDA는 많은 소비자들이 우유와 대체유의 영양학적 차이를 인식하지 못한다는 점을 짚었다. 대체유에 ‘우유보다 적은 양의 비타민D와 칼슘 함유’같이 자발적인 영양 표시를 통해 우유와 어떻게 다른지 알릴 것을 권장했다. 수전 메인 미국식품안전응용영양센터 소장은 보도자료에서 “우유의 영양소를 충분히 섭취하는 것은 어린이의 성장과 발달에 특히 중요하다”면서 “보호자들은 식물성 대체품이 우유와 동일한 영양소를 가지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고 밝혔다.
국내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대체유를 어떻게 표현할지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기 위해 산학관 협의체를 꾸려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가이드라인이 나올 때까지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관련 업계에 우유를 연상케 하는 표현을 쓰지 말도록 안내하고 있다.
식약처 관계자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만큼 오는 8월까지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노도현 기자 hyun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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