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방공망 취약해졌다"... 미 기밀문서 유출, 전쟁 판도 바꾸나
러시아, 전투기 출격 가능성 커져... 무방비 노출 우려
"최신정보 유출, '힌트' 됐다"... 우크라, 일부 작전 변경
러시아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의 대공 방어망이 매우 취약해져 사실상 함락 직전 상태에 처했다고 미국 국방부가 평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유출된 기밀문건에 담긴 내용이다. 해당 문서에는 이를 포함해 '최신' 군사 정보가 가득해 향후 전쟁 전개 및 판세 변화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당장 우크라이나군은 일부 군사 전략을 수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미국이 러시아 군사 정보를 손바닥 보듯 훤히 꿰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도 우크라이나엔 '악재'가 될 공산이 크다. 미국이 우크라이나와 실시간으로 전쟁 정보를 공유해 온 상황에서, 이제 러시아가 미국의 정보 수집을 방해하는 데 전력을 쏟을 게 뻔하기 때문이다.
"우크라 대공 방어무기 바닥"... 약점 낱낱이 드러나
9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SNS를 통해 유출된 미국 기밀문서에는 우크라이나의 대공 방어 전력이 러시아군 공습을 막아낼 정도로 충분하지 않다는 미 국방부의 분석이 담겨 있다. 향후 압도적 공군력을 지닌 러시아 쪽으로 전세가 기울 수 있다는 우려도 함께 제기됐다.
우선 러시아 전투기와 미사일 공격 방어 전력의 89%를 차지해 온 무기의 재고가 바닥날 지경이다. 문서는 "S-300은 다음 달 3일, 부크 대공미사일은 이달 중순 완전히 고갈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 최전선에서 우크라이나 군대 보호를 위해 배치된 중거리 대공 방어미사일도 내달 23일 소진될 것으로 예측됐다. 러시아 공군 공격에 무방비로 노출될 수 있다는 얘기다. NYT는 "러시아 드론과 미사일의 잇따른 공격으로 약해진 우크라이나 방공망은 이제 대량의 군수품 유입이 없다면 붕괴될 수도 있다"고 전했다.
"푸틴, 전투기 활용해 전쟁 판세 바꿀 수도"
러시아로선 절호의 기회다. 전쟁 초기 우크라이나의 위력적인 대공 방어망 탓에 전투기를 제대로 출격시키지 못했던 상황이 해소되는 것이다. 현재 우크라이나 전역에 배치된 러시아 전투기는 총 485대로, 우크라이나의 85대를 압도한다. NYT는 "유출 문서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전투기를 활용해 전쟁 경로를 바꾸는 계기가 될 수 있다"며 "펜타곤(미 국방부)은 우크라이나의 대공 방어력 저하를 지난 몇 달간 우려해 왔다"고 설명했다.
물론 반대로 이번 문서 유출이 서방의 대우크라이나 지원을 더 촉진하게 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이미 미국은 우크라이나 방공망 강화를 위해 지난주 26억 달러 규모의 방공 요격체와 군수품을 보내겠다고 밝혔다.
우크라 전쟁에 실제 영향도... 미의 '러 정보 출처' 노출도 악재
기밀문서 유출은 실제 우크라이나 전쟁 전개에도 여파를 미치는 분위기다. 미국 CNN방송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측근을 인용해 "문서 유출 이후 우크라이나군이 일부 군사 작전을 변경했다"고 이날 보도했다. NYT는 "일부 문건은 생산된 지 40일 정도밖에 안 되는 최신 문서여서 앞으로의 (군사) 작전에 대한 '힌트'를 제공하는 등 피해를 야기한다"며 "정보의 즉각적인 부각이 백악관과 펜타곤의 걱정"이라고 짚었다.
특히 미국의 정보 취득 경로가 러시아에 고스란히 노출됐다는 것도 문제다. 유출 문서는 미국이 러시아군의 공격 시기와 목표물 등 작전 계획을 실시간으로 상세히 파악해 왔다는 걸 시사한다. 러시아 정보기관에 미국이 깊숙이 침투해 있었다는 방증이다. 러시아가 정보 유출 경로를 폐쇄하면, 미국과 우크라이나로선 러시아의 군사 정보를 취득하는 게 힘들어질 수밖에 없다.
우크라 "러의 허위 정보"… 러 "모든 게 다 우리 탓?"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가 유출된 기밀문서 내용에 대해 입을 맞추기라도 한 듯 '거짓 정보'라는 반응을 보이는 것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사실이 아닌 부분이 많고, 정보의 신빙성도 부족하다는 이유다.
다만 '배후'와 관련해선 엇갈린 주장을 내놓고 있다. 우크라이나 대통령 고문인 미하일로 포돌랴크는 “우크라이나 사회에 두려움, 공황, 불신, 의심의 씨를 뿌리려는 러시아의 전형적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드미트리 페스코프 러시아 크렘린궁 대변인은 "모든 게 다 러시아 탓이라고 하는 경향이 흔하다"고 반박했다. 이어 "미국이 타국을 대상으로 첩보활동을 벌이는 것은 전혀 새로운 게 아니다"라며 "젤렌스키 대통령도 감시 대상일지 모른다"고 덧붙였다.
민재용 기자 insigh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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