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사흘째 ‘대만 포위’ 작전…미국, 이지스함 동원해 ‘맞불 훈련’

이종섭 기자 2023. 4. 10. 2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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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남중국해 미스치프 암초 인근서 ‘항행의 자유’ 훈련 실시
중 “중국 정부의 비준 거치지 않고 불법으로 침입” 강력 반발
미국 해군의 알레이버크급 유도 미사일 이지스 구축함 ‘USS 밀리우스’(DDG 69)가 남중국해에서 ‘항행의 자유’ 훈련을 하고 있다. 미 해군은 이 사진을 10일 공개했다. 로이터연합뉴스

중국이 차이잉원 대만 총통과 케빈 매카시 미국 연방 하원의장의 회동에 반발하며 항공모함과 실탄을 탑재한 폭격기까지 동원해 사흘째 대만 포위작전을 벌였다. 미국도 남중국해에 설치한 중국의 인공섬에 이지스 구축함을 접근시키는 등 ‘맞불 훈련’을 벌여 역내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로이터통신과 CNN 등은 10일 미 해군의 알레이버크급 유도 미사일 이지스 구축함 ‘USS 밀리우스’(DDG 69)가 남중국해에서 ‘항행의 자유’ 훈련을 실시했다고 밝혔다. 특히 이번 훈련은 스프래틀리 제도(중국명 난사군도)에 있는 미스치프 암초 12해리(약 22㎞) 안에서 수행됐다. 미스치프 암초는 중국이 2014년 이후 스프래틀리 제도 내 수중 암초를 포함한 지형물을 콘크리트 등으로 매립해 지은 요새화된 인공섬 7개 가운데 하나다. 중국은 남중국해 영유권 확보를 위해 암초를 확장하고 군사기지화하고 있다.

미 해군은 성명에서 “미스치프 암초 12해리 이내에서 정상적인 훈련을 수행함으로써 미국은 선박들이 해당 지역에서 공해상 자유를 합법적으로 행사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고 밝혔다. 이어 중국이 남중국해에서 불법적인 해상 영유권을 주장해 항행의 자유와 남중국해 연안 국가의 경제적 기회를 위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은 반발했다. 중국 인민해방군 남부전구 톈쥔리 대변인은 이날 “미 구축함이 중국 정부의 비준을 거치지 않고 난사군도 인근 해역에 불법으로 침입했다”며 “중국은 남중국해 여러 섬과 인근 해역에 대한 주권을 갖고 있으며, 남부전구 각 부대는 국가의 주권과 남중국해 지역의 평화를 수호하기 위해 전 과정을 감시하고 경계했다”고 밝혔다.

미 해군의 이번 훈련은 차이 대만 총통의 미국 방문에 반발해 중국이 지난 8일부터 사흘째 고강도 대만 포위 훈련에 나선 가운데 진행됐다. 이날 관영 중앙TV(CCTV)는 “인민해방군 동부전구가 대만을 둘러싸는 형태의 전투 대비 순찰과 ‘날카로운 검’ 연합훈련을 계속했다”며 실탄을 탑재한 H-6K 폭격기가 조기경보기, 섬멸기, 교란기의 지원하에 대만의 중요 목표에 대해 모의 타격을 실시했다고 전했다.

대만 국방부는 이날 오전 6~10시 대만 주변에서 중국 군용기 59대와 군함 11척이 식별됐으며, 이 중 군용기 39대가 대만해협 중간선을 넘거나 방공식별구역(ADIZ)에 진입했다고 밝혔다. 중국은 전략 폭격기를 이용해 대만을 공격하는 훈련 영상을 공개하며 무력을 과시했다.

중국군이 이날 공개한 시뮬레이션 영상에는 미사일이 대만 본섬에 떨어지는 모습도 담겨 위협의 수위를 최고조로 끌어올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인민해방군 동부전구는 이날 훈련에 항공모함인 산둥함이 참가했다면서 산둥함에서 함재기가 이륙하는 장면을 위챗 공식 채널을 통해 공개하기도 했다.

대만 단장대 린잉여우 교수는 중앙통신에 “지난해 8월 낸시 펠로시 당시 미 하원의장 방문 때는 실탄 사격과 미사일 발사 위주였으나 이번에는 해군과 공군 병력이 여러 곳에서 동시에 발진, 대만을 사방에서 공격함으로써 미사일 없이도 대만을 봉쇄할 수 있는지를 검증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대만 공군 부사령관 출신인 장옌팅은 “(대만의) 동쪽에 항모, 서쪽에 전투기를 발진시킴으로써 대만 동쪽과 서쪽에서 협공하는 구도”라고 분석했다.

동부전구는 이날 예정대로 대만 포위 훈련을 종료하며 “임무를 성공적으로 완수했다”면서 “실제 전투 상황을 가정해 여러 군부대의 통합 합동 전투 능력을 테스트했다”고 밝혔다.

베이징 | 이종섭 특파원 noma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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