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 보안엔 ‘보안 전문가’가 없다
보안 책임직에 ‘공사 출신’ 토목·행정 경력…예견된 사고 비판
인천공항이 지난달 실탄 반입에 이어 최근 흉기에 대해서도 보안검색에서 거르지 못하는 등 곳곳에 보안이 뚫린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인천국제공항공사 보안 책임자는 물론 경비·보안을 책임지는 자회사의 주요 자리에 보안 전문가가 아닌 퇴직을 앞두고 있거나, 퇴직한 공사 출신 임직원들을 낙하산으로 앉힌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10일 인천공항공사에 따르면 지난 6일 오후 3시30분쯤 인천공항 제1여객터미널 3층 출국장 45번 게이트에서는 제주항공을 이용해 중국 연길로 출발하려던 중국인 여성 A씨가 21㎝의 흉기를 소지했다가 적발됐다. 항공사 직원이 탑승수속 중 A씨가 소지한 휴대용 종이상자의 내용물을 묻자 A씨는 ‘밥솥’이라며 가방에서 칼을 꺼내 포장을 뜯었다. 항공사 직원은 이를 보고 신고했다.
A씨의 경우 제1여객터미널 3층 출국장 보안검색장에서 걸러져야 했는데 그렇지 못했던 것이다. 공항 보안에 협력하고 있는 국가정보원과 경찰 등은 조사 후 A씨에 대해 ‘테러’ 혐의가 없는 것으로 보고 흉기만 압수한 채 그를 출국시켰다.
총기와 실탄, 도검류, 전자충격기 등은 안보위해물품으로 항공기에 반입할 수 없다. 앞서 지난달 10일 대한항공 여객기 내 좌석 밑에서는 실탄 2발이 발견됐다. 지난달 26일에는 입국이 불허된 카자흐스탄인 2명이 제2여객터미널 3층 보안구역에서 1층으로 내려와 유리창을 깨고 활주로 외곽 담장을 넘는 밀입국 사건이 발생했다.
국가보안시설 ‘가’급인 인천공항은 국토교통부 산하 서울지방항공청이 보안을 총괄 관리·감독하고 있다. 또한 테러 방지를 위해 국가정보원과 국군방첩사령부는 물론 검찰과 경찰, 세관 등도 인천공항 보안에 협력하고 있다.
그러나 인천공항 보안시설을 운영·관리하는 인천국제공항공사에는 보안 전문가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인천공항공사에 따르면 공사 안전보안본부장은 ‘토목’ 전문가이다. 본부장 지휘 아래 안전을 책임지는 안전혁신처장과 보안검색을 총괄하는 항공보안처장도 모두 ‘토목’ 전문가이다. 경비보안을 책임지는 경비보안처장은 ‘기계’ 전문가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인천공항 경비·보안 등 3000여명을 이끄는 인천국제공항공사 자회사인 인천국제공항보안(주)의 백정선 사장은 ‘행정’이 전문이다. 그는 인천국제공항공사에서 경영실장, 운항서비스 본부장, 운영본부장을 지냈다. 또 인천국제공항보안(주)의 박규선 보안경비·검색본부장은 ‘건축’ 전문이다. 둘 다 인천국제공항공사 퇴직자들이다.
이처럼 인천공항 경비·보안 책임자 자리에 전문가는 없고, 토목과 건축, 기계 등 건설 관련 전문가들이 보안을 책임지고 있는 셈이다. 인천공항의 한 관계자는 “향후 보안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인천공항도 체계적으로 보안 전문가를 양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준철 기자 terry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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